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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경아 Jul 04. 2024

도넛의 기원

나는 왜 도넛의 원에 꽂혔는가?

도닛 구이 처음으로 세상에 등장한 때는 1847년으로 장소는 미국 메인 추의 캠딘이라는 작은 마을이었다. 그곳의 한 집에 핸슨 그레고리라는 열다섯 살짜리 소년이 견습생으로 일하고 있었다. 그 집에서는 튀겨내는 빵을 많이 만들였는데, 빵이 한가운데까지 다 튀겨지려면 시간이 걸리다 보니 제빵 효율이 낮았다. 그

것을 늘 지켜보던 핸슨 군이 어느 날 빵 한가운데 구멍을 뚫으면 열전달이 훨씬 더 빠르지 않을까 하고, 생각을 실천에 옮겨보았다. 그러자 튀기는 시간이 확실히 빨라졌고, 완성된 도은 고리 모양

  묘한 이었지만, 바삭바삭하고 맛있는 데다 먹기도 좋았다.

[저녁무렵에 면도하기 중에서 무라카미 하루키]


도시의 불면 도넛 중에 하나인 나는 새벽에 깨는 일이  잦다. 아마도 낮에 마신 커피의 카페인 덕분이다. 커피와 도넛은 바늘과 실 같은 관계이므로 멀리 할 수가 없다. ㅠㅠ  그렇지만 새벽은 선물과 같은 시간이다. 마치 아무도 밟지 않은 첫눈길이나 새하얀 백지와 같은 깨끗함을 가지고 있다. 낮의 다채로움이 없는 대신에 조용함이 존재한다.


어젯밤에 실로 오랜만에 책을 읽다가 도넛이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를 하루키가 쓴 에세이를 보고 알았다. 효율을 위해 만들어진 도넛에 동그란 구멍이 뚫려있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그 구멍이 공허감에 빠진 현대인의 뻥 뚫린 가슴으로 보이는 내가 이상한가? 그래서 난 도넛을 보면 군침이 도는 게 아니라 슬픈 감정이 새어 나온다.


내게는 근원적인 애정결핍이 있다. 대가족 사이에 부모형제가 항상 있었던 내가 애정결핍이라 하면 의아할 수도 있지만 바로 그 조건이 나를 평생 외로움에 시달리게 했다. 늘 엄마를 3년 터울 동생들에게 가족들에게 빼앗겼다. 우리 엄마는 전형적인 T의 성향이고 나는 빼박 F의 성향으로 맞지 않는 사이인데도 늘 엄마의 사랑에 고팠었다.

다 커서는 그 사랑을 다른 데서 많이 찾아 헤맸다.

친구에게서 남자친구한테서. 처음부터 엄마에서 시작된 갈증이 다른 사람에게 채워지지 않자. 그 공허감을 먹는 데서 풀기도 했다.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사람으로 채워지지 않는 공허감은 나를 도시의 이곳저곳으로 끌고 다녔다. 그 끌림 속에서 어쩌면 내 외로움을 채워 줄 새로운 사람을 찾게 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을 주었지만, 잠시 스친 인연들은 말 그대로 잠시 내 곁을 머물다가 떠나갔을 뿐이었다. 그런 반복에 지쳤갔을 무렵 뒤늦게 깨달았다. 이건 늘 뚫려있는 도넛의 동그란 구멍처럼 채울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성인이 돼서 엄마와 거리를 많이 좁혔지만 이해이지 사랑을 받기엔 너무 늦어버렸다. 그때의 엄마를 이제 이해하고 이젠 내가 엄마에게 받기보단 더 많이 줘야 하는 입장으로 바뀐 걸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슬픔을 간직한 도넛으로 남기로 결심했다. 있는 그대로의 빈 마음을 인정하기로 애써 동그란 구멍을 메꾸지 않기로.

더 이상은 도시 이곳저곳에 기대감을 품은 채 기웃거리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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