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제작자의 일상

출간 후 달라진 세상

by 강경아

나를 둘러싼 모든 세상이 달라졌다는 말을 하고 싶다. 일, 만나는 사람들, 그들과의 대화와 그 주제, 평상시 하는 생각, 사회포지션, 나와 다른 이들이 나를 바라보는 정체성마저도 말이다. 사람이 달라지는 데는 어떤 시련이나 인생을 바꿀만한 촉매가 되는 이를테면 생사를 오가거나, 이민을 가거나 하는. 그런 일에 준하는 일이 아니면 달라지지 않는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글쓰기로 위에서 나열한 인생 바운더리가 완전히 달라졌다.


3년에 달하는 백수생활은 넘치는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시간을 메꾸기 위해 행했던 많은 일들 중에 내게 딱 맞는 옷과 스타일을 찾듯이 글 쓰는 일에 안착했다. 혼자 쓰는 글쓰기에 머무르지 않고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감과 소통을 하기 위해 글쓰기가 주가 되는 플랫폼을 찾아 다음 브런치에 글을 싣게 된지도 3년이나 됐다. 한두 편 쓰기 시작한 글이 쌓이고 그 글을 종이책으로 만들게 되고, 작가라는 타이틀로 활동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내 이름이 박힌 단 하나의 책을 갖고 싶다는 마음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결정했을 땐 의지박약이 아니라 의지강철의 힘으로 하나씩 문제를 해결해 가는 나를 만날 수 있었다.


책을 만들 때 가장 벽에 부딪힌 벽이 돈과 책을 만드는 방법을 모른다는 점이다. 돈은 7개월간의 직장생활로 만들어 제작비에 보탰다. 오랜 경력단절로 취업을 하는 데에만 5~6개월의 기간이 걸렸다. 요즘은 더군다나 불황시대 아닌가? 그리고 책을 만드는데 너무 모른다는 점은 출판 스터디에서 배웠고 스스로 정보를 찾으면서 해결했다. 초고를 고치면서 글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질 때면 글쓰기 수업과 교정을 수십 번 하면서 익혔다. 어찌 보면 독하게 치열하게 만들었다.

처음엔 정말 작은 바램였다. 눈이 뭉쳐서 눈덩이가 되고 쇠를 달구고 내리쳐서 만들어내듯 하니 어느새 나는 인쇄소에서 감리를 보고 책을 내손으로 게 되었다.

3.1일 제작자 모임 사진과 공지 포스터


그렇게 인생 2막이, 작고 절실한 하나의 바람으로 시작되었다. 독립출판제작자로서의 일상을 소개하자면 사실 별게 없다. 가장 많이 접촉하고 업무상 연락하는 곳은 독립서점이다. 입고 관련 메일을 주고받고 수락하면 책을 직접 가져다준다. 장거리면 택배 발송을 한다.


그 외 나머지 시간은 이렇게 글을 쓰거나, 다음 책에 대한 자료수집을 한다. 그럼 내가 책을 만들기 전 만들고 난 후 궁금했던 질문. 수입은? 에 대한 대답을 할 차례인 듯싶다. 우리나라에서 전업으로 글쓰기 수입에 기대어 사는 작가는 극 극소수에 불과하다. 독립출판계도 마찬가지다, 전업으로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나도 얼마 전에 파트로 할 수 있는 일자리에 원서를 냈다. 예전부터 내가 강조했듯이 꿈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 꿈이 스타벅스 라테를 사주지 않는다. 다른 제작자들은 서점을 열거나 직장인으로 겸업하거나,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글쓰기 강좌 수입으로 산다. 나도 앞으로 그렇게 살게 될 거 같다. 일상을 딛고 꿈을 펼쳐야 한다. 우린 이미 성인이다. 최소한의 생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함은 당연하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재미''우아하게'살고 싶은 소망이 있었다. 충족하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우아하게를 돈으로 연결 짓는 사람도 있겠고, 명예와 연결 짓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재미도 역시 제각각인 것이다.

학교와 직장 생활하면서 한 번도 그 두 가지를 충족하지 못했다. 피폐권태점철삶이었다고나 할까? 꿈과 성취, 일상을 영위할 수 있는 수입을 가진 이들은 행운아일 것이다. 나는 그런 행운아와는 거리가 늘 먼 사람이었다. 내가 스스로 실패라고 여겼던 글에서 재미와 우아함을 충족하는 삶을 찾았으니 조금씩 내게도 행운이 찾아드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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