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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i Mar 21. 2023

쉽게 피곤해지는 것의 장점(?)

얼마 전 <피로사회>로 유명한 한병철 선생님의 행복에 관한 유투브 강연을 봤다. 


책을 통해 그의 글을 읽었을 때에는 왠지 엄청 진지하고 비판적이고 지적인 사람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강연하는 모습과 눈빛을 보니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과 낭만이 넘치는 분이다. 크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이런 사람이다.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을 눈빛 속에 간직한 사람. 



그의 강연을 보고 그의 책을 다시 읽고 싶어서 도서관에서 그의 책들을 잔뜩 빌려와서 아침에 커피를 마시며  <피로사회>를 읽는다. 


역시 명저이다. 이 책을 처음 읽었던 때는 사실 이 책의 의미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그 때 나는 스스로 자신을 엄청나게 착취하고 있었음에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착각에 빠져 사실 스스로를 엄청나게 소진시키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다행히(?) 보기와 달리 생각보다 체력도 약하고 금세 피로해져 버리는 탓에, 자기 착취는 심각한 번아웃과 무기력증을 불러왔는데,  그 덕분에 나는 매트릭스의 네오가 빨간약을 먹고 꿈에서 깨어나듯, 나를 착취하게 만든 시스템을 깨닫고 적어도 거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발자국씩 움직일 수 있었다. 


그러고 보면 금세 지치고 피로해지는 나의 작은 에너지통 덕분에 깊은 번아웃에 빠질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조금 더 빨리 자유로워질 수 있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든다. 아픔, 나약함같은 것들은 쉽게 평가절하되지만, 사실 아픔과 나약함은 인간에게 좀 더 본질적인 것들에 집중할 수 있는 문을 열어주기도 하니까. 


니체가 그렇게 독창적인 사상을 펼칠 수 있었던 것도 어쩌면 그의 병약한 신체와 관련이 있을 수도 있겠다. 병약한 몸은 세상의 수 많은 약한 것들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게 도와주고, 때때로 깊은 사색과 산책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들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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