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하는 또 다른 생각은 인공지능과 함께 어떻게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이다. 생각은 대략 아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1. 인공지능과 인간이 만들어내는 생산성과 효율성의 차이는 계속해서 벌어질 수밖에 없고, 인간은 인공지능을 결코 생산성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다.
2. 그렇게 되면 인공지능은 인간이 수행하던 대부분의 일자리를 빼앗아 갈 것이고, 그렇게 되면 부는 기업의 소유주나 주주, 토지를 가진 토지 소유주, 인공지능과 함께 일하며 기업을 운영하는 소수의 엘리트에게 쏠릴 수밖에는 없다.
3. 국가는 어떻게든 막대한 부를 취하는 곳으로부터 세금을 걷어 대다수의 국민에게 기본소득의 형태로 돈을 지급해야 할 것이다.
4. 기본소득으로 기본적인 생계를 해결하는 인간은 인공지능이 생성하는 값싼 콘텐츠를 통해 즐거움을 느끼고 대부분의 생각 과정을 인공지능에게 위임하며 점차 생각하고 사고하는 능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5. 어쩌면 인공지능은 남이 시키는 일을 하기 위해 일을 했던 사람들을 노동에서 해방시키는 동시에 바보로 만들어 버리는 가장 강력한 툴인지도 모르겠다.
6. 하지만, 또 다른 가능성도 존재한다. 생계를 걱정할 필요에서 자유로워진 인간은 생산성과 효율성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서 자신이 원하는 창조적인 작업을 하고, 마음껏 사색하고, 쓸모없는 것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삶을 살아갈 수도 있다.
7. 아마도 전자가 후자보다 훠얼씬 더 많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인공지능이 가지고 올 미래를 마냥 유토피아적으로 보지는 못하겠다.
8.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적인 것은, 우리 모두 후자의 인간 유희하고, 놀이하고, 사색하는 인간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역설적이게도 지금 이 시대에 행복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독자적으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 아닐까?
9. 좀 더 많이 쓰고 읽고, 무용한 것들을 사랑해야겠다고 느끼는 요즘이다. 사실 그것은 인류의 역사 내내 인간을 행복하고 충만하게 만들어주는 방법이었고, 그 사실은 인공지능 시대에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아직까지는) 여겨지니까.
10. 그래서 어제는 하늘에 뜬 초승달을 바라보며 아름다움을 마음껏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