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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i Mar 31. 2023

채식, 에너지, 영혼, 에고에 대한 단상들

채식과 에너지, 에고의 고양됨 


채식을 시작하면서 에너지에 좀 더 민감해진 것 같은데, 그래서 점점 사람들이 많은 곳보다는 자연을 찾게 되고,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은 피하게 된다. 지하철이나 버스같이 에너지가 혼잡한 곳이나 혼탁한 에너지가 있는 곳, 나의 에너지를 계속해서 자극하는 사람들 주변에 오랫동안 있으면 금세 소진됨을 느낀다. 똑같은 시간을 외출하고 돌아와도, 이런 에너지에 많이 노출된 날은 더 심한 소진감을 느끼는데, 이는 단순한 육체의 피로감과는 다른 소진됨이다. 


신기한 건 학교 수업을 듣거나, 요가/명상원같이 비교적 에너지가 차분하거나 정돈된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는 비교적 많은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어도 에너지가 잘 보존된다는 것이다. 얼마 전 갔던 클래식 공연장에서도 수많은 관중들과 함께 있었음에도 소진되지 않고 오히려 채워짐을 느꼈는데 이는 아마도 음악이 가지고 있는 파장의 에너지 덕분일 것이다. 


에고의 에너지가 가득한 공간이나 사람을 만나면 극도로 치임을 느끼기도 한다. 재미있는 건 이렇게 치임을 느낌과 동시에 어느정도 고양됨을 느끼는데, 이 고양됨은 대부분 영혼의 고양됨이라기보다는 에고 레벨에서의 고양됨이다. 이때 하고 싶은 것들이 쏟아지기도 하는데, 사실 이럴 때 떠오르는 하고 싶음의 대부분은 에고로부터 비롯된 것이라 지속 가능하지도 않고 다시 고요한 나의 안식처로 돌아오면 급속히 소진됨을 느끼며 하고 싶다는 마음 또한 저절로 사그라져 버린다. 그런 것들을 몇 번 경험한 후 순간적인 에고의 고양됨으로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는 것을 조심하려고 한다. (물론 늘 마음대로 되지는 않는다.) 


영혼 레벨에서의 고양은 에고의 그것처럼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은 그 무엇도 원하지 않는다. 그저 존재함으로 충분하다. 이미 모든 것은 완벽하니까. 


기억하자. 에고가 치고 올라올 때 휩쓸리지 않고 알아차리기, 영혼의 이야기와 느낌에 좀 더 귀 기울이고 영혼이 이끄는 대로 삶을 살아가기. 내 에너지가 느끼는 것을 무시하지 말기. 







물흐르듯 살아가기 


요즘은 매일매일을 그냥 저절로 흐르도록 내버려 두며 하루하루 그 순간 충실하게 살아간다. 그토록 원했던 삶의 모습이고 90% 정도는 만족스러운데, 20~30대 중반까지 살았던 내 삶의 모습과는 너무 달라서 가끔 ‘정말 이렇게 살아도 괜찮아?’라는 생각이 불안 혹은 걱정 혹은 의심의 마음으로 올라오기도 한다. 내 주변의 사람들은 대부분 스타트업, 마케팅, 투자를 하거나 하루하루 치열하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인데, 그런 사람들의 삶을 보다 보면 왠지 나도 뭔가 열심히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한 삶을 살아야 할 것 같고,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야 할 것 같다는 오래된 강박이 올라온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그 강박을 알아차려 본다. 그럼 곧 알게 된다. 그것은 내 진짜 욕망이 아니라 에고의 욕망이고, 나를 영혼에서부터 고양시키는 활동이 아니라, 소진시키는 활동이라는 것을, 그리고 알아차린다 지금 내 삶에 존재하는 충만함과 행복을. 난 요즘 그냥 조용히 글 쓰고, 책 읽고, 공부하는 것, 자연과 좀 더 가까이 사는 것 말고는 크게 바라는 것이 없다. 욕심이 있다면 소마틱 작업을 통해 좀 더 초월적인 셀프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기회가 되면 글을 써서 책을 내보고 싶기도 하고, 자연에서 같이 책 읽고 요리하고 걷고 수다 떠는 에코 커뮤니티 하우스 같은 것을 만들고 싶기도 한데, 언젠가 나의 영혼이 준비가 되면 뜻이 맞는 사람들과 즐겁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물론 하고 싶은 것이 바뀔 수도 있고. 


어쩌면 나의 이번 생은 에고 중심으로 흘렀던 이전 생들을 마무리하고, 영혼을 중심으로 흐를 새로운 생 사이에 놓인 과도기 적인 삶은 아닐까 생각해보게 된다. 꼭 전생과 후생의 개념을 가지고 오지 않아도, 지금 나의 시기가 바로 그런 시기이기도 하다. 에고에 의해 촉발된 힘으로 달렸던 삶의 전반기를 넘어, 영혼의 지혜를 따라 살아가는 삶의 후반기로 이행하기 전에 거치는 과도기적 시기. 지금은 그 과도기에 겪어야 하는 퇴행과 혼란, 부침을 정돈하는 시기 같다. 그 경험들을 토대로 삶의 후반부의 비전을 다져 나가는 시기. 


니체, 소로우, 에머슨, 메리 올리버, 칼 융, 오쇼, 니어링 부부 같은 이들의 삶은 여러모로 큰 영감이 되고 위안이 되고, 길잡이가 되어준다. 그들은 이야기한다. 그저 존재하는 것의 기쁨을 느끼라고, 도그마에 휩쓸리지 말고 네가 옳다고 믿는 대로 삶을 만들어 가라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너의 생각인냥 이야가하며 그것에 취하지 말라고, 생각하라고, 깨어나라고, 세상을 잠든 채 살아가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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