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출장을 왔다.
지난 이틀간 아침부터 저녁까지 회사의 비전과 방향성과 전략에 대한 프리젠테이션과 불꽃튀기는 토론을 듣고, 저녁에는 팀 엑티비티를 하고, 숙소에 오면 한국에서 온 메일을 체크하다보면 어느새 새벽 한 두시가 된다.
피곤하긴 하지만 지난 이틀간 오프사이트에서 공유된 회사의 비전과 전략을 생각하면 가슴이 뛰고 앞으로 회사가 나아갈 방향들이 기대가 된다. 하지만 또 한 편으로는 글로벌 시각과 로컬 시각의 차이를 어떻게 좁혀나갈 수 있을지, 한국 시장의 중요성과 방향성을 어떻게 회사 전체의 전략에 맞춰서 일치 시키며 비지니스를 계속해서 성장시킬 수 있을지 고민이 되기도 한다. 엄청나게 공격적이고 자기주관 자기의견 뚜렷한 미국 동료들 사이에서 어떻게 대화에좀 더 활발하게 참여하고 의미있는 의견을 제시하고 내 주장을 관철시켜야 하는지도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나는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의 책임감의 수준은 그저 내 일을 제대로 해서 성공시키는 것에서 머물렀던 것이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그 정도의 책임감과 성공경험으로 어쩌다가 지금 일을 하게 되었는데 지금 내 역할에 요구하는 책임감의 무게가 너무 커서 한동안 이 모든 책임을 회피하고 싶어서 여러가지 다른 일들에 한눈을 팔기도 했다.
좀 더 근본적인 이유는 책임감의 부재보다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 이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이 일을 진짜 책임감을 가지고 내 모든 역략을 다해서 노력 했는데 잘 안되서 실패하는게 너무 두려우니까 실패해도 난 최선을 다하지 않았으니까, 혹은 그 일은 나한테 중요한 일이 아니었으니까 괜찮아 라고 도망칠 구멍을 게속해서 찾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번 오프사이트를 계기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은 가벼워진 것 같다. (어떤 의미에서 실패란 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다시 내 에너지를 쏟아서 전력질주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이렇게 멋진 미션과 비전을 가진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이 감사하고, 회사의 큰 그림과 장기적인 비전을 아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도 감사하고, 아직은 부족한 것도 많지만 이 모든 것들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도 감사하다.
이제 진짜 열심히 하는 것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