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unji Jun 24. 2018

명상을 배우지 말고 명상을 해야지

나는 참 어렸을 때부터 명상이나, 영성, 요가 등등에 관심이 많았다. 굳이 인도에서 일년을 개고생하며 살았던 것도 좀 더 진리에 다가가고 싶은 마음때문이었고, 책을 읽을 때에도 비지니스나 소설 보다는 영성이나 명상과 관련된 서적을 훨씬 많이 읽는다. 지금까지 읽은 책만해도 오십권은 훌쩍 넘지 않을까? 영성 관련 워크샵도 참 많이 참가해서 돈도 많이 썼다. 


그런데 문제는, 영성이나 명상, 요가 등등을 통해서 내가 얻고 싶은 행복과 마음의 평온,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는 백날 책만 읽고 몇 주 워크샵에 참석해서 반짝 깨달음을 얻는 걸로는 궁극적으로 바뀌는게 별로 없다는 거다. 결국은 일상을 살아가며 매일매일 수련하는 것이 중요한데, 일상에서의 수련이 내게는 너무너무 어렵다. 왠지 수련하는 시간이 아깝게 느껴지고, 왠지 더 재미있는 다른 걸 해야한다는 조급함을 느끼기도 하고, 순간의 재미를 쫓는데에 급급해서 수련을 일상의 습관으로 만들지를 못한지 어언 10년이 넘었다. 


그렇다고 엄청나게 많이 읽어댄 책의 내용을 모두 내것으로 만들었냐하면 또 그것도 아니다. 물론 내 머릿속에 차곡차곡 내가 이해할 수 있는 형태의 느낌과 감정으로 남아있지만, 누군가 내게 '그래서 도대체 참나란 무엇이야?' 라고 물어본다면.. 머릿속에 떠도는 느낌과 이미지를 언어로 개념화 하지 못해서 어버버 거르게 된다. 머릿속에는 흐릿한 저해상도로 저장되어 있어서 그 어디에 가져다 쓰기가 어려운 거다. 뿐만 아니라 외부의 자극이 왔을때에도 희미한 이미지는 이래저래 지워지거나 다른 감정이나 느낌에 덮여버려서 그럴때마다 나는 허우적 거리며 먼지를 닦는데 또 긴 시간을 돌아가게 된다. 


다행히 요즘 그나마 꾸준히 하고 있는 요가 수련 덕분에 나의 이러한 문제점들을 이제는 회피하기 보다는 좀 더 직접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아...나는 이런 인간이구나......' 라고...물론 가끔식 자괴감에 빠져서 '아... 나는 왜 이 모양밖에 안되는 걸까? 그 긴시간을 나름 진리를 추구한다고 노력했는데,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라고 자책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나는 긍정적인 애니어그램7번 유형의 인간인지라 다시 곧바로 '그래도 나만이라도 이해하고, 내가 그 시간동안 좀 더 편안해지고 행복해지고 더 나은 인간이 되면 그걸로 충분해.' 라고 마음을 다잡는다. 


지금 나한테 필요한 건 무언가를 빨리 해치우는 것보다 하나라도 정성스럽게 해나가는 힘을 길러가고, 그 과정에서 지치지 않는 것.  요가도, 명상도, 깨달음도 아주 느린 속도로 나아진 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내 머릿속에서 흐릿하게 있는 저해상도의 이미지를 고해상도의 이미지로 만들기 위해 좀 더 명확한 나만의 언어와 느낌을 찾고 개발하는 것. 그 과정이 지치고 지루하겠지만 묵묵히 해나가는 것. 

작가의 이전글 잠못드는 출장지에서의 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