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건 꽤 오래전의 일이다. 지난 10년 간 관련 책을 읽고, 여러가지 명상 수행법들을 따라해보기도 하고, 때로는 여러 나라로 명상 또는 요가 리트릿 여행을 떠나는 등의 명상 쇼핑에 매진해오던 나였지만, 명상을 정말 제대로 수행하기 시작한건 올해 2월 남자친구를 따라 방콕의 위빠사나 코스에 참여하면서 부터이다.
위빠사나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10일 동안 눈을감고 앉아서 명상을 하는 수행법을 떠올리고 나 또한 그러했다.
위빠사나 = 10일 동안 눈감고 앉아서 수행한다. = 엄청 힘들다.
한 시간만 앉아 있어도 괴로운데 10일 동안 매일매일 앉아있어야 한다니.... 생각만해도 괴로울것 같아서 명상에 그렇게 관심이 있으면서도 쉽사리 위빠사나라는 명상법을 시도해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런데 알고보니 눈감고 앉아서 묵언수행을 하는 것은 위빠사나의 한 방법론일 뿐이었다. 기본적으로 위빠사나란 부처가 깨달음을 얻은 방법으로 알려져 있는데, 부처는 이런 자세로 이렇게 호흡하면서 명상 수행을 하라고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일어나는 것을 주시하라' 정도로만 그 방법을 후대에 남겨서 그 방법을 해석하고 발전시킴에 따라 아주 다양한 방법의 위빠사나 수련법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었다!
거슬러 올라가서 남자친구를 만난 건 인도의 오쇼 명상센터에서 였다. '다시 태어남' 이라는 일주일 코스를 같이 들으면서 알게 된 이 친구와 우연히 밥을 먹으면서 물어봤다.
'오쇼는 명상을 통해 누구나 자신안에 있는 부처(Inner Buddha)를 만날 수 있다고 했는데, 난 아직 살면서 한 번도 자신 안의 부처를 찾은 사람을 본 적이 없어. 물론 책에서는 읽은 적이 있지만, 주변에는 단 한 명도 그런 사람을 못봤어. 그래서 자꾸 의심하게 되, 진짜 내 안에 부처가 존재하는 게 맞는지. 넌 그런 사람 본적 있어?'
'나는 명상을 통해서 내 안에 있는 Inner Buddha 를 찾았어. 은지, 너도 열심히 명상하면 100% 확실하게 너의 내면의 부처를 만날 수 있어.'
그렇게 살아생전 처음으로 명상을 통해 자신의 내면의 부처를 만났다는 사람을 만났다. 그동안 많은 명상센터와 요가센터를 찾아 헤메었지만, 그 누구도 자신있게 내면의 부처를 만났다고 이야기 한 사람은 없었다. 우리는 모두가 그 과정을 찾아 헤메이고 있는 중생들이었다. 그런데 너무 자신있게 내면의 부처를 만났다고 이야기 하다니. 사실 첫번째 대화이후에도 나는 매일 한 3번정도 씩은 더 물어봤던거 같다.
'근데, 너 진짜 내면의 부처 만난거 맞아?'
'만나면 무슨일이 일어나?'
'만났을때의 기분이 어때?'
'진짜인지 가짜인지 어떻게 알아?'
'아니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찾은거야?? 나도 좀 알려줘~~~'
그럴때마다 그는 한치의 흔들림없이 이야기 해줬다.
'그냥 만나면 알게되. 나는 정말 운이 좋게 좋은 선생님을 만나서 명상 수련을 할 수 있었어. 위빠사나라는 수행법인데, 2년 정도 매일 수련하고 있어. 선생님이 매달 명상 코스를 여는데, 관심있으면 외국인도 참여 가능한지 알아봐줄게.'
오쇼 명상센터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며 가까워진 우리는 연인이 되었고, 나는 예정되어 있던 요가티쳐트레이닝 코스를 마치자마자 인도에서 방콕으로 휘리릭 날라갔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남자친구를 만나기 위해서 였지만, 그의 선생님이 2월에 개최하는 4박5일 위빠사나 코스에 참가하기 위한 것도 큰 이유 중 하나였다.
그렇게 2019년 2월, 방콕 인근의 명상센터에서 처음으로 나의 명상 선생님 빠쇼를 만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