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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i Dec 06. 2019

명상, 진정한 자유로 향하는 유일한 길 (2)

(1) 편에 이어서.... 


아시아의 길거리에서 흔히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70대 동양 할머니의 모습을 하고 있는 빠쇼는 지금까지 내가 만나왔던 혹은 상상했던 '구루'의 이미지와는 정반대의 모습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 동안 카리스마 있는 남성 구루들과 어느정도 나이가 있는 중년 이상의 남자들, 이를테면 오쇼와 오쇼 센터에서 만난 몇몇 선생님들, 요가를 가르쳐준 바랏지, 한국의 절들에서 만난 스님들, 유명한 목사들, 에게 익숙해져 있는 나에게 빠쇼가 태국의 왜소한 70대 여성이라는 점은 이라는 점은 큰 위안으로 다가왔다. 


무엇을 말해도 오해받지 않을 수 있다는 안도감과, 나를 보호하기 위해 어쩌면 필요없을 수도 있는 거리를 두지 않아도 된다는 편안함이 느껴졌달까. 


빠쇼가 그녀의 명상코스에서 가르치고 있는 위빠사나 명상은 지금은 타계하신 태국의 스님 롱포티안으로부터 전수받은 명상법이었다. 빠쇼는 어렸을때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진리를 탐구하고자 하는 열망에 여러가지 방법들과 스승들을 찾아 헤메던 와중에 롱포티안을 만나게 되고, 그의 가르침에 매료되어 그의 제자가 되고, 롱포티안이 타계할때까지 몇 십년 동안 그와 함께 수련을 하게 된다. 


빠쇼가 꾸준히 코스를 개최하게 된 계기는 흔히말하는 입소문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 처음에는 빠쇼가 빠쇼의 지인들에게 명상을 가르쳐주었는데, 그 지인들이 효과를 보고 좋아서 자신의 지인들을 초대하게 되고, 또 그 지인들이 명상을 하며 효과를 보고 그 지인들을 초대하면서 이제는 매달 꾸준하게 2번에서 3번 정도 코스를 개최하고 있다. 


롱포티안이 (그의 말에 따르면) 자연으로부터 배운 명상법은 14스텝 명상법이라는 것인데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첫 번째 : 손과 팔을 14단계에 따라 끊임없이 움직인다. 이때 손과 팔이 만들어내는 움직임과 촉감에 주시한다. 이를 끊임없이 반복한다.  

두 번째 : 걷는다. 이 때 손은 음직이지 않게끔 손을 주머니에 넣거나 팔장을 끼거나 손을 맞잡는다. 걸을 때 발바닥에 느껴지는 감각을 주시한다. 이를 끊임없이 반복한다. 


손과 팔을 움직이다 지치면 걷는다. 걷다 지치면 손과 팔을 음직인다. 즉, 끊임없이 몸을 움직이면서 움직임과 촉감을 인지하는 것이 포인트이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끊임없이 생각이 올라오기 때문이다. 생각이 올라오는 건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고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절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그 동안 명상을 할 때 괴로웟던 이유는 명상을 하는 도중에 올라오는 이 생각의 파도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썼기 때문이었다. 빠쇼는 생각이 올라오는 걸 막으려 하지도 생각을 없애기 위해 싸우려 하지도 말라고 가르친다. 생각이 올라올때마다 그냥 움직임으로 돌아가서 움직임을 주시하면 된다. 정말 그 뿐이다. 


일본의 유명한 선사는 이렇게 이야기 했다. 

생각이 자유롭게 오고갈 수 있게끔 앞문과 뒷문을 모두 활짝 열어 놓아라. 다만, 그에게 차를 대접하지만 말아라. 


살면서 겪게 되는 대부분의 괴로움은 이 생각에서 나온다.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라고 이야기 했지만, 

실상은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괴롭다.' 로 바꿔야 할 것이다. 


생각은 에고에서 나온다. 에고는 분별에서 나온다. 나와 남이 다르고, 이것과 저것이 다르다. 그러므로 비교가 나오고 여기에서 열등감과 우열감이 나온다. 자만심이 나오고 허영심이 나온다. 에고는 과거를 끊임없이 재생산하고 미래를 지어내며 드라마를 만들어 내기도 하고,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을 꾸며내어 근심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누군가 나에게 내뱉은 한 마디 말을 왜곡하거나 부풀려서 분노를 만들어내고 슬픔을 만들어 낸다. 기대하는 마음을 만들어내고 실망하는 마음을 만들어 낸다. 이 모든 것에서 결국 고통이 만들어 진다.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생각이 들어오면 차를 대접한다. 디저트를 대접하기도 하고 아예 12첩 반상 혹은 코스요리를 대접하기도 한다. 나 역시 그러하다. 움직임을 주시하며 생각이 오고가는 것을 관찰하면 생각이 만들어 내는 아니, 에고가 만들어 내는 드라마가 왠만한 막장 드라마 저리가라 뺨치게 드라마틱하고 MSG 가 많아서 스스로 놀랄 지경일때가 많다. 


누군가 그냥 나를 쳐다보는 걸 가지고 혼자 생각을 부풀리고 부풀려서 저 사람이 나를 외국인이라서 싫어하나? 내가 있어서 영어로 변역을 해줘야 하는게 불펴한가? 내 남자친구가 나 때문에 계속 통역을 해주느라 명상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나? 나는 민폐를 끼치고 있나? 그럼 다음부터는 명상을 혼자해야하나? 그럼 한국으로 그냥 돌아가는게 맞으려나? 한국에 가면 이제 뭐해야 하지? 등등등..... 으로 정말 말도 안되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되는 것이다...!!! 


첫 명상 코스에서 4박 5일 동안 끊임없이 몸을 움직이며 나의 생각의 소용돌이를 바라보았다. 처음이었다. 내 생각의 더미들을 거리를 두고 지켜본것은. 그리고 그 쓰잘데기 없음에 대해서 알게된 것은.... 


지금까지 생각 = 좋은 것 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었는데, 내 머릿속에서 나온 생각의 대부분은 그야말로 찌끄러기 같은 것들이었다니... 두두둥!!!  


근데, 도대체 이너부다는 언제 나타나는 거지?? 

이 손동작과 걷기 명상을 하면 정말 이너부다를 만날 수 있긴 한거야??? 


생각을 알아차림과 동시에 또다른 생각(의심)이 스물스물 머릿속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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