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다'
vs.
'이렇게 대책없이 행복해도 되는 걸까? 현재의 행복을 위해 미래의 안정을 갉아먹고 있는 건 아닐까?'
요즘 가장 많이 하고 있는 내적 갈등이자 내가 풀어야할 숙명 같은 것.
오로지 지금만 생각하면 요즘 나는 참 행복하다.
대충 원피스 하나 걸치고 어디든 갈 수 있는 방콕의 따듯한 날씨도 너무 좋고,
원할때면 언제든 총총총 내려가서 수영을 할 수 있는 집에 살고 있는 것도 감사한 일이다.
맛있는 음식들 천지라서 아침, 점심, 저녁 + 간식까지 삼시세끼 맛있는 것만 먹고 있고,
지난 몇 년간 괴롭히던 불면증도 쏘옥 사라져서 매일 6-7시간씩 잠도 엄청 잘 잔다.
내가 무엇을 하든 나를 100% 지지해주는 남자친구가 있고,
앞으로 하고 싶은 것들도 아직 확실하지는 않지만, 아주 희미하게 조금씩 가닥이 잡히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행복한 시간들을 보내다가도 문득문득 불안감과 공포에 쉽싸일 때가 있다.
내 나이는 회사에서 제일 열심히 일하고 승진하고 연봉도 최고로 많이 받을 때인데, 이렇게 별 대책 없이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찾는다고 시간을 허송세월 보내는 건 아닌가?
마케팅이든 스타트업이든 세상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는데, 자신을 찾는다는 이유로 이 모든 트랜드와 배움에 너무 소홀한 건 아닌가?
방콕에서 1년 있으면 그 다음은 뭐할건데? 지금 처럼 여유롭게 사는 게 언제까지 행복할까?
지금 내가 이렇게 설렁설렁 일하면서 노는 것의 기회비용은 얼마인가?
사실 써놓고 보니 진짜 의미없는 정말 비본질적인 고민들이긴 한데, 이런 생각들이 찾아올때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되고, 이렇게 빈둥대다가 한 50년 후에는 폐지줍는 노인이 되어 있는 건 아닌지 하는 고민까지 하게 되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 번도 '현재에 행복한 것이 중요하다' 라는 것을 배운적이 없다.
대학에 가면, 좋은 회사에 들어가면, 승진을 하면, 연봉을 조금 더 받으면, 집을 사면, 결혼을 하면, 재태크를 잘해서 부자가 되면, 60살이 되어서 은퇴를 하고 그제서야 세상을 즐길 수 있어! 라는 것이 사회가 개인에게 주입하고 있는 기본적인 삶의 방식이다.
근데, 좋은 대학에 가도, 좋은 회사에 들어가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승진을 하고 연봉이 올라도 그런 것들이 줄 수 있는 행복은 결국 한계가 있고 비영속적인 것들이었다. 오히려 내가 만든 성취들은 더 큰 올가미가 되어서 더 큰 것을 욕망하게 할 뿐이다.
행복이란 그냥 순간의 느낌일 뿐이다. 지금 이 순간 행복하면 그걸로 끝.
하지만 미래에도 행복할지에 대한 생각을 하기 생각하면 지금이 순간의 행복은 끝이나고 그때부터는 끊임없는 고민에 빠져들게 되고, 어떻게든 행복을 붙잡기 위해 애를 쓰게 된다. 그렇게 되면 그때부터는 그야말로 끊임없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그런데, 바로 지금 눈앞의 행복을 즐기다 보면 정말 신기하게 그 행복을 지속할 수 있는 여러가지 방법들이 마법처럼 눈앞에 나타나고는 한다. 그야말로 별 노력 안했는데, 내가 원하고 필요한 것들이 눈앞에 딱딱 나타나는 경험들을 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들에 만족하고,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주어진 일들에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고, 그 순간들이 만들어내는 지금의 행복에 만족하는 삶을 살기로 오늘도 다시 한 번 결심해 본다.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되내이지 않으면 그 동안 주입된 사회적 관습에 따라 걱정하고 또 걱정하는 나를 만나게 되니까.
지금의 행복은 미래의 안정을 잡아먹는 것이 아니다.
바로 지금 행복한 나는, 더 행복한 미래의 나를 위한 든든한 토양이 되어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 이 순간 마음껏 행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