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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i Jan 07. 2020

명상, 진정한 자유로 향하는 유일한 길 (완결)

오랜만에 글을 쓰려고 앉아서 돌아보니 벌써 꾸준히 명상 수행을 시작한지 일년이 지났다. 


사실 첫 8개월은 명상에 대한 회의감과 희망이 동시에 존재했던 시기였다. 명상을 통해 훨씬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을거라는 막연한 희망은 있었지만 결과가 하루아침에 나타나지 않으니 도대체 의미있는 변화는 언제 나타나는 건지 명상에 대한 회의감이 불쑥 나타나기도 했다. 이런 마음이 올라올때면 명상하는 시간이 아깝고 명상을 하는 와중에도 온갖 잡생각들이 떠올라서 며칠씩 명상을 거르는 일도 빈번하게 있었다. 


이렇게 회의감이 몰려올때마다 나를 지탱해준 것은 위빠사나 코스가 끝난 후 며칠 간 지속되었던 (하지만 서서히 사라져갔던 ㅠㅠ ) 오롯이 현재에 존재함으로 인해 느낄 수 있었던 행복, 그리고 명상을 통해 자신의 인생이 완전히 변했다며 너도 할 수 있다고 옆에서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았던 남자친구였다. 남자친구는 하루에 한 시간은 무슨 일이 있어도 명상을 했는데, 매일 잠자고 밥먹고 화장실 가는 것처럼 명상도 자기에게는 매일 하지 않으면 안되는 아주 중요한 일과라고 이야기 해줬다. 이렇게 주변에 명상을 통해 변화를 경험한 사람을 옆에 두는 것은 정말이지 엄청난 행운이 아닐수 없다. 특히나 명상처럼 그 변화를 한 번에 알아차리기 어려운 경우에는 더더욱. 


생각해보면 참 재미있다. 몸과 마음 모두 살아가는데 너무 중요한 것들이다. 하지만 우리는 몸을 위해서는 좋은 음식을 먹기 위해 노력하고, 꾸준히 운동하고, 잘 챙겨주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면서, 어쩌면 몸보다 훨씬 더 중요한 마음과 영혼을 위해서는 크게 노력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문제가 터졌을때야 뒤늦게 알아차린다. 아..내 마음이 많이 힘들구나라고. 우리가 아주 어려서부터 몸 뿐만 아니라 마음을 다스리기 위한 올바른 교육을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사랑하는 태국의 위빠사나 명상센터


이렇게 초반에는 꾸준히 명상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다행히 작년 8월 이후로는 퇴사를 하면서 시간이 더 생기면서 좀 더 꾸준히 명상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4개월 정도가 지난 지금, 나는 이제 자신있게 이야기 할 수 있다. 


명상은 내 인생을 완전히 바꾸었다고. 하지만, 그 변화를 맞이하기까지 엄청난 회의감과 절망 또한 느껴야했다고... 하지만 그 좌절감을 지렛대 삼아서 진정한 변화를 맞이할 수 있었다고. 

가장 큰 절망은 모든 것이 잘 되어가고 있다고 느껴지는 순간 불쑥 찾아왔다. 5일짜리 인텐시브 코스에도 3달 정도 연속으로 참석하고 집에서 1시간씩 매일 수행하는 명상을 꾸준히 해나가면서 나는 스스로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고, 이대로 꾸준히 수련 하면 언젠가는 정말 변화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어느날 너무 사소한 일에 화를 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아니... 명상 수행을 이렇게 일년 가까이 열심히 했는데 아직도 나는 이모양 이라니. 진짜 나란 사람은 절대 바뀔 수 없는 구제불능 인간이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엄청난 좌절감에 사로잡혔다. 더이상 명상이고 뭐고 꼴도보기 싫고 그냥 짜증이 나서 다 포기해버리고 싶다는 충동이 강하게 들었다. 너무 화가난 나머지 눈물까지 났다. 명상을 하면 뭔가 좀 더 행복하고 평화롭고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인간이 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나는 아직도 하나도 변하지 않았구나. 진짜 싫다. 내가 너무 싫다. 이런 생각이 끊임 없이 드는데, 문득 갑자기. 잠깐, 지금 이렇게 화를 내고 있는 나를 바라보면서 정말 싫다고 하는 나는 도대체 누구이지? 예전에는 화를 내는 나 자신과 완전히 하나가 되어있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화를 내는 스스로를 바라보면서 싫다고 볼 수 있게 되었잖아. 그럼 나 사실 좀 바뀐거 아니야? 그런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면서 화를 내는 나와 좌절하는 나 그리고 그걸 바라보는 나를 분리해서 보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신기하게 화를 내는 감정을 느끼는 나와 절망감을 느끼는 나를 바라보게 되니까 이 두 감정이 사르르 사라지기 시작하면서, 오로지 바라보는 내가 강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 이게 바로 이너 부다구나. 뭐라 설명하기에는 참 어려운데 그 순간의 알아차림. 그것이 바로 내가 그 동안 애타게 찾아 헤매던 이너부다의 모습이라는 것이 너무나 선명하게 느껴졌다. 그냥 모든 것을 관찰하고 있는 나의 Awareness, Witness, Sati, Watcher, 그 것이 나의 이너부다였다. 


그리고 정말 신기하게 100% 말로 설명하기 참 어려운 그 경험 이후로 나는 스스로 완전히 변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모든 것들 바라보게 되니까 이 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살아가게 됨을 느낀다. 특히나 나의 에고를 만족시키기 위해 필요로 했던 수 많은 것들이 더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느껴진다. 더불어 내가 생각보다 나의 에고를 채우기 위해 나의 영혼을 팔아먹는 많은 것들을 하면서 살았다는 것 또한 알아차리게 되었다. 예전에는 그런 것들이 나의 꿈이고 나의 열정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나의 에고를 좀 더 강화하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던 것들.. 


사실 이런 모든 경험들이 마냥 기쁘기만 했던 건 아니다. 알에서 깨어서 밖으로 나왔는데 내가 갇혀있던 알의 세계를 바라보니 너무 가슴이 아파서 엉엉 울기도 했고, 알에서 깨어서 나온 모습이 내가 기대하던 모습과 달라서 좌절하기도 했고, 지금 내가 존재하는 곳 역시도 크기만 다른 또 다른 커다란 알의 세계가 아닐까라는 생각에 또 다른 좌절감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건 어찌되었든 나는 30년이 넘는 시간동안 나를 둘러싸고 있던 커다란 알을 깨고 나와서 드디어 진짜 나의 본질에 아주 조금은 더 가까워 졌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에고에 의해 살아가던 지난 날에 비해서 훨씬 더 자유로워졌고 가벼워졌고 두려움이 없어졌다. 


다시 내일부터 5일짜리 위빠사나 명상코스에 들어간다. 올해 처음으로 참석하는 코스이자, 알에서 깨어나온 후 첫번째로 참석하는 코스이다. 매 코스마다 새롭게 배우는 무언가가 있는데, 이번에는 또 무얼 배우게 될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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