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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i Dec 31. 2020

2020년 연말정산  

기승전 자유롭고 싶다. 

모두에게 그러하겠지만 나에게도 2020년은 예상치 못한 일들로 뒤엉킨 신기하고 재미있고 힘든 한해였다. 

2012년, 에어비앤비에서 일하기 시작하며 연말에는 늘 2주간 크리스마스 휴가를 쓸 수 있었고, 그 기간 동안 따뜻한 발리나, 태국, 인도에서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보내는게 나의 일년 리추얼이었는데, 올해는 코로나로 발이 꽁꽁 묶였고,  연말에는 일 때문에 단 하루도 제대로 쉬지를 못했다. (돌아보니 나는 엄청나게 큰 혜택들을 너무 당연하게 누리면서 살아오고 있었다...) 그냥 보내기에는 아쉬워서, 집에서 와인 한 병 까서 마시면서 쓰는 2020년의 하이라이트, 그냥 생각나는 순서대로.  

7년전에는 방비엥의 블루라군에서 수영을 하고 있었다.. 
2년 전에는 마이소르에서 요가티처 트레이닝 수업을 받고 있었다.


1. 태국 이민이 좌절되었다. 

2020년 2월, 한국 생활을 정리하고 태국 비자를 받으러 태국에서 한국으로 '잠시' 들어왔다. 한 동안 못볼게 아쉬워서 친구들과 송년회를 하고, 전세집을 빼고 모든 가구와 책, 전자기기를 팔고, 엄청나게 많은 옷을 내다 버렸다. 그런데, 아뿔싸, 3월에 신천지 사태가 터졌다. 사실 그때만 해도 '조금 기다렸다' 가려고 했다. 근데 어쩌다 보니.... 밑미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고, 코로나는 끝나지 않고 계속 퍼져나갔고, 대학원에 지원하게 되었고, 태국에서 랄라룰루 남은 여생을 즐기려던 나의 계획은 잠시 보류 되어버렸다. 

태국에서 살고 싶다는 나의 바램이 완전 사라진 건 아니다. 향후 3년 안에 한국과 태국을 오가면서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겟다는 생각을 더 강하게 하고 있다. 

태국에 살 줄 알고 열심히 집을 보러 다녔더랬지...


2. 두 번의 창업, 밑미와 헤이요트 

사실, 나는 '반드시'창업을 해야만 해! 나는 '창업'아니면 하고 싶은게 없어! >>  이런 스타일은 아니다. 물론 까라면 까는 스타일도 아니긴 하다. 상식적으로 납득하지 못하는 불합리한 것, 혹은 불의한 것을 타의로 하는 건 정말 죽기보다 싫으니까. 그런데, 올해는 정말 '어쩌다보니' 창업을 2번이나 했다. 하나는 헤이요트, 또 하나는 밑미. 헤이요트는 코로나로 인해 잠시 쉬어가고 있고, 태국에 당분간 못가니까 이제 뭐하지? 라고 고민하던때 하빈이랑 같이 맥주 먹다가, 그럼 이거 같이 해볼래? 라고 정말 가볍게 이야기 했던 밑미는 3월부터 지금까지 열심히 달리고 있다. (인생 진짜 모르는거다.....) 우연히도 두 가지 사업모두 공동창업자들과 함께 창업한 형태인데, 혼자 했으면 절대 못했을 것들이 함께 하니까 하나 둘 이루어져 가는 것이 너무 신기하고 감사하다. 


3. 인생 첫 아파트를 샀다. 

투자를 해야겠어! 라는 거창한 생각으로 산건 아니고, 태국에 가야해서 전세를 빼긴 했는데, 이 돈을 은행에 저금해놓기는 아깝고, 그렇다고 주식을 하자니 겁이나서, 가지고 있는 금액에 맞춰서 경기도에 있는 저렴한 아파트를 구매했다. 사야겠다 라고 마음 먹고 계약서를 쓰기까지 일주일 정도 밖에 안걸릴 정도로 후다닥 진행했는데, 태국으로 가는 일정을 맞추려면 나에게 남은 시간이 2주 정도 밖에 없었기 때문에 모든 걸 빨리 결정할 수 밖에 없었다. 서울에 있는 아파트를 '무리해서' 살까, 경기도에 있는 아파트를 '무리하지 않고' 살까 고민하다 후자를 선택했는데 지금와서 돌이켜보니 서울 아파트를 무리해서라도 샀어야했다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그 덕분에 남은 돈으로 어쩌면 대박이 날지도 (혹은 쪽박이 날지도) 모르는 비상장 스타트업의 시리즈A 투자를 했고, 인생 처음으로 PF 에 투자를 해보기도 했다. 내 선택의 결과에 대해서는 5년 후쯤 제대로 평가할 수 있겠지. 


4. 명상을 나누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학원에 지원했다. 

밑미 리추얼 메이커로 처음으로 내가 수련하고 있는 명상을 누군가와 나누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나 명상 수련 한지 고작 3년정도 밖에 안되었는데, 리추얼 메이커 해도 되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생각보다 누군가와 명상을 나누고 함께 수련하는 것이 재미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스물스물, 조금 더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올 해 가장 많이 들은 유투브가 '법상 스님'의 유투브와 '일목스님'의 유투브 채널인데 이 두 스님의 유투브를 통해 조금씩 공부하며 종교로서의 불교가 아닌 철학과 수행으로서의 불교에 굉장히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무엇보다 심리학에서 이야기 하는 대부분의 개념들이 프로이트를 기점으로 '발견'되었다면, 이미 고타마 싯다르타는 2500년도 전에 수행 끝에 발견했다는 것이 정말이지 매우매우 놀라웠다. 여차여차 그런 이유들로 불교대학교대학원 명상학과에 지원했고, 이제 2021년 부터는 대학원생이 된다. 대학원에 갈 것이라고는, 그것도 명상학을 공부하게 될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일인데, 다양한 우연과 필연이 겹치다보니, 나의 발걸음은 어느덧 '명상', '불교철학', '심리학' 쪽에 가까워져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래, 정말 신기한 인생이다. 


혹시, 리추얼이 궁금하다면, 여기를 클릭해보세요! 


5. Airbnb 가 드디어 IPO 를 했다. 

전 회사, 에어비앤비가 코로나 판데믹을 뚫고 IPO 를 했다. 원래도 2020년에 IPO를 하기로 예정되어 있었어서, 언젠가는 하겠거니 싶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기업가치가 곤두박칠치고, 1/4 이 넘는 직원들을 해고하고, 10%의 고금리로 1억불넘게 차입하는 것을 바라보면서, 어쩌면 올해 상장을 못할 수도 있겠다라고 마음을 비우기도 했는데, 이 모든 어려움을 뚫고 3분기 턴어라운드를 하더니 2020년이 가기 전 상장을 했고, 주가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고공행진 중이다. 나는 스톡옵션과 RSU 를 가지고 있는데, 내가 가지고 있는 RSU 의 50% 가 넘는 포션이 2021년 4월에 만기가 되는 조건이라서, 2021년 4월 안에 상장하지 못하면 휴지조각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감사하게도 올해 상장을 했다. 스톡옵션과 RSU 모두 약간 사이버머니 같은 느낌이라서, 이게 정말 나의 자산인지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막상 상장을 하고 일부 주식을 매도 하고, 그 돈이 통쟝에 들어오는 걸 보니 이제야 실감이 난다. 락업이 해재되면 주식을 일부 처분해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 시켜야 할 것 같은데, 어떤 식으로 전략을 세워야 할지 고민이 된다. 

퇴사를 한 후 돌아보니 에어비앤비의 비즈니스 모델이 정말 엄청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된다. 끊임없이 그 미션을 잃지 않고 10년넘게 달리는 창업자들도 참 대단하고. (창업을 해보니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더더욱 실감하게 된다.) 2012년 에어비앤비라는 회사를 발견하고 이 회사는 정말 대박이다 무조건 잘 될거다 라는 확신이 들었는데, 그 확신이 이제 모두에게 증명받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도 모두가 소속감을 느끼는 세상을 위해, 끊임없이 혁신하면서 성장하기를. 

감동적이었던 IPO 세레모니 


6. 새로운 인연 & 더 깊어진 인연

나와 가치관이 잘 맞고, 삶을 나눌 수 있는 좋은 인연을 만나는 건 참 쉬운 것 같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올 해는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난 뜻 깊은 한 해가 될 것 같다. 우선, 같이 밑미를 창업한 친구들을 만났고 (물론 하빈은 이미 잘 아는 사이긴 했지만, 봉봉과 신후는 올해 거의 처음 알게 된 것과 마찬가지니까), 예전에는 엄청 친하다고 할 수 없었던 친구들과 이제는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타로를 배우면서 만난 친구들과도 얘기치 않게 엄청 친해졌고, 다른 곳에서는 절대 이해받지 못할 수도 있는(!!!) ㅋㅋㅋ 우리만의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나의 가치관과 지향점이 명확해지니까 주변에도 나와 점점 더 맞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것 같다. 생각해보면 나는 2011년을 전후로 크게 바뀌었는데, 요즘 또 그런 비슷한 기운이 느껴진다. 사주를 100% 믿는 건 아니지만 대략적인 흐름은 참고하는 편인데, 내년부터 대운이 바뀐다고 하는데 아마도 그런 영향이 있지 않을까 싶다. 


7. 공부가 재미있어졌다. 

올해 초-중반에는 아로마테라피, 타로에 푹 빠져 있었고, 중-후반에는 심리학과 다양한 고전에 빠져있었다. 요즘에는 투자에 제일 관심이 간다. 사실 이 모든 것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자유'가 아닐까 싶다. 나는 자유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 그 자유는 정신적인 자유와 경제적인 자유를 모두 포함한다. 사실 예전에는 조금 더 정신적인 자유만 추구하는 쪽이었다면, 요즘에는 경제적인 자유의 중요성 역시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내가 목표로 하는건 100억 부자 이런 건 아니고, 돈과 상관없이, 돈에 구애받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삶. 그러기 위해서 정확히 얼마가 필요한지, 지금 나의 상황에서 그 상황으로 이동하기 위해 어떤 전략이 필요한지 요즘은 정말 진지하게 공부+고민 중이다. 


2021년을 맞이하며... 

지금 하고 있는 밑미 비즈니스 덕분에 나 역시 '나에게 무엇이 가장 중요한 가치인지, 내가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삶이란 무엇인지' 더 깊이 생각해보게 된다. 나에게는 아주 어렸을 적부터 '자유'였다. '자유'라는 가치가 한국에서는 그리 각광받는 가치는 아니었기 때문에 사회에 나를 껴맞추면서 이래저래 살아왔지만,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명확해 지는 건 나는 자유롭지 못할 때 다른 그 모든 조건이 충족되어도 행복하지 않다는 것이다. 

2021년에는 좀 더 자유로워질 것이다. 정신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 니코스 카잔차키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묘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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