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unji Oct 10. 2021

이상주의자를 위한 경제적 자유

각자 인생에서 생각하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있을 것이다. 

나에게 그것은 바로 '자유' 

내 맘대로 생각할 자유,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을 자유, 내 에너지를 빨아들이는 사람과 얽히지 않을 자유, 내 의견을 마음대로 이야기 할 자유, 어디든 여행할 자유, 시간을 내 맘대로 쓸 수 있는 자유, 등등등. 


왜 이런 가치가 나에게 가장 중요하게 자리잡았을까 생각해보니, 난 원래 어렸을 적부터 사람들이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회적 합의점들에 대해서 '왜'라는 의문을 가지는 사람이었다. 


왜 수업시간에 자면 혼나야 하는거지? 

왜 공부를 잘해야 하지? 

왜 부모님 말을 따라야 하는거지? 

왜 대학을 가야하지? 

왜 결혼을 해야하지? 

왜 자식을 낳아야하지? 

왜 안락사는 법으로 금지되어 있지? 

등등등... 


원래 이렇게 반골기질을 가진 사람들은 보통 처음부터 아싸로 사는게 정상인데, 나는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극히 현실주의적인 인간이기도 해서 이상만 추구하느라 경제적으로 불안정해지는 상황을 극도로 경계했다. 


내가 현실주의적인 인간이 된 것은 반 정도는 타고난 기질에 있을 것이고, 반 정도는 살아온 환경에 그 원인이 있을 것이다. 최근 사주를 공부하며, 사주를 통해 사람의 기질을 매우 잘 파악할 수 있다고 믿게 되었는데, 내 사주의 일간은 '기미'이다. 기미 일주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현실적이고 실리를 추구한다는 것. 자신이 드러나고 화려한 것보다는, 실제적으로 나에게 이익을 가져다주고, 나를 풍족하게 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물론 사주는 일간만으로 보는 건 아니고, 내 사주에는 편관, 정관, 정인, 편인이 다 혼재되어 있어서 아웃사이더적인 기질과 인사이더적인 기질이 동시에 발현되는데, 나를 강하게 붙잡아주고 있는 기운이 현실적이고 실리적인 것을 추구하는 기운이기 때문에, 이런저런 기상천외한 생각을 하고 막나가고 싶은 강렬한 충동이 들다가도 '기미'일간의 영향으로 극단으로 치닫지는 않게된다. 휴먼디자인에서도 이 맥락이 일맥상통하게 맞아 떨어지는데 프로필이 프로젝터에 무의식은 리플렉터임데도 불구하고, 43-23 구조화 채널이 강하게 버티고 있어서 늘 중심을 잡아주는 것과 일맥상통하지 않나 생각해본다. 


두번째는 환경적인 영향인데, 그냥 회사생활 했으면 훨씬 더 잘했을것이라 여겨지는 아빠가 어쩌다 친척과 동업을 하면서 우리의 가정경제는 엄청난 롤러코스터를 타게 된다. 그 당시는 한국의 제조업이 지고 중국의 제조업이 막 뜨던 상황이었고, 내가 봐도 우리 아빠는 사업가 보다는 공무원스타일의 인간인데, 사업을 하려니 얼마나 힘들 었을까.. 아무튼, 결론적으로 난 경제적으로 불안정하다는 것이 인간의 행복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청소년기부터 너무나 잘 알게 되었고, 경제적으로 안정을 이루는 것이 최우선이구나 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적당히 공부해서 적당히 좋은 대학에 갔고, 적당히 원서를 넣어서 꽤 좋은 회사에 들어갔다. 생각해보면 엄청 열심히 한 건 아닌데 늘 운이 엄청 좋았다. 지금 돌이켜보면 내가 신입으로 입사한 회사는 정말 좋은 회사였다. 회식이 많기는 했지만 업무강도나 난이도도 그렇게 높지는 않았고, 신입사원에게 연봉에 보너스까지 합해서 거의 6천만원 정도 되는 돈을 줬으니까. 사실 계속 회사를 다녔더라도 나쁘지 않은 삶을 살았을 거라 확신한다. 그런데 정말 신기한게 2년 반 정도 회사를 다니고, 4천만원 정도가 통장에 모이니까, 현타가 오면서, 나 지금 뭐하고 있는거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살다가는 내 영혼이 털려버릴 것 같다는 두려움이 찾아왔다. 사실 이 생각을 할 수 있게 된 건 통장에 4천만원이 들어있었기 때문인데, 4천만원이 모이니, 현실주의적으로 생각하며 살아남기 위해 투쟁했던 내가 사라지고, 반골적인 것을 추구하는 나, 재미있는 걸 해보고 싶고, 내 맘대로 해보고 싶은 이상주의적인 자아가 더 이상 못참겠다고 고개를 들었다. 


그 때 내가 생각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일단 아무거나 다 해보고 정안되면 인도로 간다 였다. 뭘 하든 한달에 80만원은 과외를 해도 벌 수 있을 것 같으니 일단 생활비는 어떻게든 한 달 80만원 안에서 해결하고,  4천만원은 통장에 모아놨다가, 만약 3~4년 정도 내가 하고 싶은 걸 찾아보고 정 못찾거나, 뻘짓만 하다 인생 허비하게 되면, 인도로 날아가서 4천만원으로 5년 정도 여행을 하는 거지. 그렇게 살다보면, 인도 전문가가 되어서 인도에서 살면서 가이드를 하거나 통역을 하면 재미있게 살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하게 되는 일은 내가 늘 꿈꾸던 히피의 삶과 닮아 있기도 하니까, 어찌보면 최악이 최악은 아닌거다. 라는 생각을 하니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용기가 샘솟았다. (사실 난 지금도 저렇게 살고 싶기도 하다... 못 이룬 히피의 꿈..) 


그렇게 4천만원을 안전판 삼아 퇴사를 했고, 운이 좋게도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좋아하는 일을 찾았고, 또 좋아하는 일로 돈도 잘 벌었다. 물론 엄청난 번아웃을 겪기도 했지만, 그 덕분에 어떻게 삶을 살아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했고 영성과 명상에 대해서도 더 깊이 파고들 수 있게 되었다. 꿈을 이룰 수 있게 도와주는 건 용기와 결단력, 그리고 추진력이기도 하지만, 나같이 현실적인 인간에게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나를 단단히 지탱해줄 수 있는 경제적 안전판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안전판이 있기 때문에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자유롭게 나의 생각을 펼치며 꿈을 만들어 갈 수 있으니까. 


10년 전에는 4천만원이 내게 자유를 주었던 금액이다. 그럼 지금은 얼마가 있어야 경제적으로 자유롭다고 느낄까? 얼마가 있어야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자유롭게, 제약없이 할 수 있을까? 지금 나는 어느정도 수준에 있는 것이고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투자를 해야할까? 늘 해야지 해야지 고민만 하던 생각들을 주말이 맞이해서 조금 더 진지하게 오랫동안 생각해본다. 

 

정말 오랜만에 내가 가지고 있는 자산들을 정리를 하며, 깊은 반성을 했다. 아무 생각없이 추천만 듣고 산 주식, 잘 알아보지도 않고 FOMO에 산 주식,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일단 홀딩하고 있는 주식, 팔 타이밍을 놓쳐서 애매해진 주식,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환전도 못하고 몇 달째 가만히 있는 외화, 정말 아무런 전략도 생각도 없이 자산을 운용하고 있었구나...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내통장에 얼마나 들어있는지 확인도 못하고 몇 달을 살고 있었다. 그래도 감사한 건 총 자산 금액은 올해 초 보다 올랐다는 것, 그리고 지금이라도 상황을 파악하고 나에게 맞는 투자법을 공부해야겠다는 의지가 생겼다는 것! 


조금 더 공부를 해봐야겠지만, 우선 개별주 투자가 지금의 내 상황에 적합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사업하고 대학원 수업 듣기도 바쁜데 개별 주식에 대해 공부하고 팔 타이밍까지 맞추기는 불가능하다. 예전에는 '그래도 나는 달라! 할 수 있을거야!' 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나의 오만이다. 결국 나 같이 시간 없고 신경쓰기 어려운 사람들은 ETF 를 통해 자산배분을 하는 방식,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정도 리밸런싱을 해주는 방식으로 관리를 해주는게 가장 좋은 방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매 달 얼마를 쓰는지도 좀 제대로 파악을 해봐야겠다. 분명 월급만으로는 부족해서 여기저기에서 야곰야곰 빼먹고 살고 있는 것 같은데, 제대로 지출 통계를 내지 않고 주식도 온갖 계좌에 흩어져 있으니 한 달에 얼마를 쓰는지 파악이 안되고, 이게 파악이 안되니까, 정확히 매 달 얼마의 현금흐름이 필요한지 계산이 안된다. 월급만으로 유지가 안되는 생활이라면 씀씀이를 줄이던가, 지금부터라도 매달 얼마간의 현금흐름을 만들 수 있는 방식으로 자산을 운용해야 할테니까. 


일단 계획은 아래와 같다. 


1. 자산 배분에 대한 책을 4권 정도 추가로 읽으면서 나에게 가장 맞는 포트폴리오를 만든다. > 기한 11월 말까지 

2. 한 달에 내가 얼마를 쓰는지 파악한다. 이에 따라 씀씀이를 줄이거나 추가적인 현금흐름을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 1번과 같이 가야 한다. 기한 11월 말까지 

3. 포토폴리오에 맞게 지금 가지고 있는 자산들을 리밸런싱 한다. > 기한 12월 말까지 

4. 매 달 한 번씩 포트폴리오를 리밸런싱 해주고, 시장 상황을 체크한다. > 매달 한 번씩 1시간 정도 소요 


책은 아래 4권의 책을 읽으려고 한다. 

1. 노르웨이처럼 투자하라 

2. 현명한 자산배분 투자자 

3. 절대수익 투자법칙 

4. 할 수 있다 퀀트투자 


블로그에 써놓으면 선언의 효과가 있으니까 좀 더 열심히 할 수 있겠지! 




작가의 이전글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