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어떻게 투자하라는 거야?
우리는 모두 같은 것을 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서로 다른 것을 보고 있다.
각 개인은 타고난 상수와 살면서 경험한 수 많은 변수의 영향을 받아 세상을 해석하는 관점과 자신이 믿는 신념을 만들어내는데, 나는 이 관점과 신념이 한 사람의 인생을 꽤나 많이 결정짓는다고 생각한다.
내가 가진 관점이 시대와 잘 맞는다면 삶에서 큰 노력 없이도 꽤나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만, 관점과 시대가 맞지 않는다면 노력한 만큼의 결과도 얻기 힘들 수 있다. 그래서 내가 가진 관점이 현 시대의 흐름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를 보는 것은 인생을 조금 더 편하게 사는데 꽤나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지금 이 시대에 어떤 관점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지 상황 파악을 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었다.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투자책이라기 보다는 투자 철학과 거시적인 흐름을 잡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었고, 무엇보다 저자가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관점에서 배울 것이 많다고 여겨졌다.
저자는 단순계 vs. 복잡계의 구도를 가지고 책을 풀어나간다. 저자가 분기점으로 삼는 시기는 2008년 금융위기인데, 저자는 이 시기를 기점으로 한 두개의 팩터로 세상을 비교적 단순하게 해석할 수 있었던 시기가 마무리 되고 다양한 요소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복잡계의 세계로 나아간다고 이야기 한다.
정치의 시대 (1643~1950년대)
정치의 시대에서 경제의 시대로 (1950년대~1970년대)
경제의 시대 (1980년대~2000년대)
과학과 정치의 시대 (2009년~현재)
저자는 2009년부터 코로나 전까지 약 10년은 과학의 영향이 커지는 시기였다고 이야기 한다. 실제로 이 시기를 지나며 애플, 마소, 페북, 아마존, 넷플릭스를 비롯한 테크 회사들은 몸집을 엄청나게 불렸고, 실리콘밸리에서는 수 많은 유니콘들이 태어났다. 돌아보니 이렇게 미국의 테크회사들이 몸집을 불리고 성장했던 시기에 미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유니콘 스타트업에서 일할 수 있었다는 것은 정말 엄청난 행운이었다. 물론 이 때 좀 더 일찍 투자에 관심을 가지고 투자까지 햇으면 더 좋았겠지만, 사실 그 시기는 일에 미쳐있을 시기라서 일 외의 다른 것에는 관심이 정말 1도 없었다. 그런데 그렇게 약간 미쳐서 일을 하는 수 많은 직원들이 있었기에 회사가 그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저자는 지금부터는 과학보다 정치 그리고 지정학이 미치는 영향이 커지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 하는데, 이 때 바로 떠오른 건 바로 비트코인이었다. 미국은 기축통화의 지위를 이용해서 자국에 위기가 올 때마다 달러를 마구 찍어냈다. 지금 당장은 긴축을 하지만 결국 언젠가는 다시 달러를 찍어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맞이할 것이고 그렇게 달러의 가치는 계속 우하향 할 수 밖에 없다. 물론 달러는 그나마 양호한 편일테고 애매한 제3세계 국가의 화폐는 달러 대비 가치가 절하 될 수밖에 없다. 결국 더 큰 인플레이션을 맞이할 것이고 재수 없는 나라는 금융 위기를 맞이할 수도 있다. 정치적 갈등을 겪고 있는 나라의 국민들 또한 자국 통화에 대한 의심과 불안이 커질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떤 자산을 가지고 싶어할까? 아니, 그럴 때 그들이 가질 수 있는 자산은 무엇일까?
나 역시 비트코인을 보험의 목적으로 구매한 것을 생각하면, 지금과 같이 탈 세계화가 시작되고 지정학적 이슈들이 계속해서 생기는 한 비트코인의 가치는 장기 우상향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물론 이건 절대 투자 권유 아니고 내 생각이 이렇다는 것임.)
비단 투자에서 뿐만이 아니라 모든 것이 복잡해지고 있다. 그 중 복잡계를 가장 잘 설명하는 백미는 양자 역학일 것이다. 양자역학은 모든 것이 확실했던 고전 물리학을 부정하고 모든 것을 확률로 설명한다. 그러니까 내가 지금 여기에서 이렇게 키보드를 치고 있는 것도 확실하게 일어나고 있는 사건이라기 보다 일어날 확률이 99.938292% 인 사건이라는 식으로 해석해버리는 거지. 재미있는 건 복잡계로 세상을 설명하는 방식은 사실 이미 동양에서 아주 오랫동안 해오던 방식이라는 것.
동양사상에서는 하나의 고정된 상태를 이야기 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동양의 세계관은 좀 더 연결되거 있고 그래서 좀 더 복잡하다. 이런 성향은 복잡계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수도 잇지만 잘못하다간 복잡성의 함정에 빠져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아무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유유부단의 상태에 빠질 수도 있으니 이런 점 또한 주의해야 한다.
모든 것을 연결적으로 해석하는 동양적 사고 방식애 구조적으로 생각하는 서양의 사고방식을 더해, 복잡함에 매몰되지 않고, 구조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양자역학이 물리학의 판도를 바꿔버렸지만 여전히 고전물리학은 많은 것들을 명료하게 설명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처럼. 다만 우리가 생각해봐야 하는 것은 단순계적으로만 사고하는 것이 가져올 수 있는 커다란 오류가능성과 한계를 인식하는 것. 아무리 워렌버핏이라고 해도 내일의 주가를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다. 다만, 우리는 다양한 변수를 고려한 확률을 생각해볼 수 있고, 불확실한 것들까지 감안할 수 있는 구조 속에서 결정을 내려야 한다.
나라는 한 사람의 심리와 나를 아는 것에 관심있었던 시기를 지나서 사람들이 모여서 만들어 내는 집단과 사회의 역학, 그리고 정치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시기라 그런지 더 재미있게 읽었다. 어떻게 투자를 해야겠다 라고 바로 답을 준다기 보다는 좀 더 넓은 시각을 가지고 접근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