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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i Jul 11. 2022

일, 감당할 수 있는 똥덩어리를 찾아서...

밑미 회고클럽 회고타임! 

오늘은 밑미 회고클럽 줌에서 모여 각자 회고하는 날. 늘 해야지 마음만 먹고 안하게 되는데 이렇게 줌으로 모여서 잔잔한 음악 같이 들으면서 회고하면 참 좋다. 오늘 회고해 볼 주제는 일! 




"<신경끄기의 기술>의 저자 마크 맨슨은 어떤 일을 택하든 그곳에는 똥덩어리가 기다리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정말 해야 하는 일은 똥덩어리가 없는 일을 고르려고 노력하는 게 아니라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똥덩어리를 찾는 일이라고 이야기하죠."

예전에는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똥덩어리가 꽤나 많았던 것 같은데, 요즘에는 감당할 수 있는 똥덩어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음이 느껴진다. 나이가 먹고 경력이 많아지면 더 많은 것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에 한 때 자괴감을 느끼기도 했는데 심리상담을 받으면서 나는 원래 똥덩어리를 감당할 수 없는 사람인데 그동안 엄청나게 애를쓰며 수 많은 똥덩어리를 감당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5월과 6월 사이, 나는 알아차렸다. 더 이상 이대로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선택을 해야했다. 앞으로 계속해서 더 많은 똥덩어리를 감수하기 위해 나를 변화시킬 것인지, 아니면 똥덩어리를 더 적게 감수할 것인지. 이 결정을 위해 각 상황이 나에게 가져오는 장/단점을 파악해야 했다. 




옵션1.  똥덩어리를 계속 감수한다. 

장점 

사회적/커리어적으로 더 성장할 수 있다. 

좀 더 큰 사람이 된다? (어떻게 큰 사람이 되는지는 모르겠으나 ㅋㅋㅋ) 

좀 더 큰 일을 한다? (그 큰 일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ㅋㅋㅋ) 

단점 

나의 본질을 잃어버리게 된다. 

내가 쓰고 싶지 않은 가면을 계속해서 써야한다.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해야한다. 

스트레스를 받고 번아웃이 온다. 



옵션2. 똥덩어리를 줄여 나간다. 

장점 

좀 더 나답게 살 수 있다. 

좀 더 자유로워 진다. 가면을 쓸 필요가 없다. 

커리어가 아닌 다른 방면으로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다. 

단점 

조직의 성장과 함께하기 어렵다. 

커리어적으로 정체 될 수 있다. 




여기에서 제일 중요한 건, 내가 커리어적으로 성장하는 것에 관심이 1도 없다는 것. 사실 내가 감당하기 제일 싫은 똥덩어리가 바로 조직 그 자체인데,  커리어적으로 성장하는것에 관심있을리가 없지. 조직은 필연적으로 규칙과 위계를 만들어 낼 수 밖에 없고 구성원들을 그 규칙과 위계를 따라야 하는데 나는 이게 너무 싫다. 심지어 내가 만든 회사인데도 싫어. ㅋㅋㅋ 


그 누구보다 조직과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13년동안 3개의 회사를 다니고, 2개의 회사를 창업한 후에야 알게 되었다니...!! 라고 생각했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사실 예전부터 알았는데, 그냥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오쇼도 가고, 버닝맨도 가고, 명상도 하고, 요트도 타면서 자유를 부르짖었던거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승진을 해도 별로 행복하지 않았던 거지. 조직의 위로 올라간다는 건 그 조직의 가치와 이익을 수호하고 보호해야 하는 건데 아무리 그 조직이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조직이라고 해도 나는 이게 너무 싫다. 내 몸과 마음이 꽁꽁 묶인 느낌이 든다고 해야할까? 



 

다행인건 이 와중에 똥덩어리를 감당하면서 더 배워보고 성장해보고 싶은 분야가 생겼다는 것! 바로 글쓰기와 콘텐츠. 나는 글쓰는 사람도 아니었고, 한 번도 글쓰는 걸 업 비스무리라게라도 하게 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고, 맞춤법도 맨날 틀려서 매번 부산대 맞춤법을 찾아봐야 하고, 사실 지금도 글쓰기나 콘텐츠로 커리어를 쌓고 싶다거나 하는 야망이나 목표가 있는 건 아니지만, 글쓰고 콘텐츠 만드는게 그냥 재미있다. 여기서 말하는 콘텐츠는 뉴스레터같은 형식의 좀 진지무리 한 스타일의 글 콘텐츠. 인스타나 유투브의 후킹하는 콘텐츠는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똥덩어리가 있는 영역이다. (참, 나란 인간 똥덩어리 감당 잘 못하는 인간.) 


그래서 6월에는 그동안 하던 영역의 업무를 줄이고 글을 쓰며 할 수 있는 부분의 업무를 새로 잡아나갔다. 지금까지 해오던 것들을 이어서 하는 것도 있고, 완전 새로운 기획이 필요한 것도 있고, 약간 막막해서 어떻게 하지? 고민되는 부분도 있다. 다행히 이쪽에서 생기게 되는 똥덩어리들은 아직은 충분히 감당할만한 똥덩어리들이다. 물론 앞으로 더 파고 들면 또 어떤 똥덩어리들을 만나게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곳에서 만나는 똥덩어리들은 잘 달래가면서 감당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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