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많은 것들이 변한 6월이었다. 오늘은 내가 좋아한 것들과 내가 소비한 콘텐츠들에 대해 회고해보기로 한다.
내가 좋아서 불러들인, 나의 새로운 보금자리
태어나서 처음으로 경기도민이 되었다. 싱가포르에서 들어오면서 부터는 늘 회사 근처에 둥지를 트고 살았는데 회사에서도 본가에서도 아주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사를 했다. 바로 전에 살던 곳은 뚝섬 한복판이라 늘 조금은 정신없고 분주했는데, 새롭게 이사온 곳은 대단지 아파트촌이라 아주 조용하고 고즈넉하다.
이 집은 3년 전쯤 내 생에 처음으로 구매한 집이다. 태국에 가서 살기로 결정하고, 살던 집 전세를 뺀 돈으로 은행 저축보다는 나을 것 같아서 집을 사기로 결정했다. 한 3일 정도 열심히 인터넷을 찾아보고 예산에 맞춰서 살 수 있는 몇 군데 동네를 방문했는데, 이 동네에 들어서는 순간 뭔가 포근한 느낌이 들었다. 오래된 아파트단지라 그런지 90년대로 돌아간 느낌이 들기도 하고, 커다랗게 자란 나무들이 빼곡히 들어서있는 모습이 괜히 기분 좋기도 하고. 그래서 별 생각 없이 계약을 했다.
사실 이렇게 빨리 직접 들어와서 살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막상 들어와서 살아보니 생각보다 더 좋다. 언제부턴가 사람들이 많은 도심에 사는 것이 조금씩 답답해지고 버거워지기 시작했는데, 지금 나의 에너지는 분주한 도심보다는 이렇게 여유있고 고즈넉한 외곽과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물론 언젠가 다시 도심이 그리워 질 수도 있지만, 일단 지금은 지금의 이 고즈넉함과 편안함을 있는 그대로 즐기기로 한다.
관심의 지평이 넓어진 6월
최근 3년여간 내가 꽂혀 있던 콘텐츠는 심리학, 철학, 종교학 이었다. 나는 나의 마음에 대해 너무 알고 싶었다. 왜 내가 원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모두 이루어 졌는데도 전혀 행복하지 않고 더 불행해지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으니까. 다른 사람들이 좋다고 이야기 하는 것들이 왜 나에게는 의미없게 느껴지는지, 사람들이 너무 당연시 하는 것들이 나에게는 왜 당연하지 않은지 알고 싶었다. 이건 선택의 문제라기 보다는 생존의 문제였다. 밑미를 창업하며 더더 깊게 나를 들여다보고, 명상학을 전공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했다. 3년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수 많은 폭풍과 갈등과 회의의 시간들을 지나고 지나, 이제 나는 이 모든 것들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졌다고 감히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일까? 6월에는 드디어 심리학이 아닌 다른 것들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6월에 관심을 가지고 소비한 콘텐츠들의 키워드는 <비트코인, 오스트리아 학파, 자유주의, 미제스, 무정부주의, 제3세계의 경제와 정치>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경제철학이 너무 재미있다. 생각해보니 경제학을 복수전공 한 것도 우연히 들은 경제학 수업이 재미있어서였어... 그 때도 게임이론, 화폐, 거시경제 이런거 배우면서 재밌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정도 사회생활을 하고, 회사도 다녀보고 사업도 해보고 투자도 해보고 돈도 벌어보고 돈도 잃어보고 나서 공부하는 경제학은 진짜 더 꿀잼이다. 특히 내가 관심있게 보는 건 자유주의 경제철학. 나는 확실히 케인즈주의 보다는 하이에크나 미제스, 프리드먼의 사상이 세상과 인간을 더 잘 설명한다고 생각한다. 연장선상에서 칼포퍼도 더 공부해보고 싶고, 오스트리아 학파와 시카고 학파의 학자들에 대해서도 좀 더 공부해보고 싶다. 사실 경제학에 더 관심을 갖게 해준 매개체는 비트코인인데, 비트코인은 정말 공부할 수록 이 안에 있는 엄청난 철학과 경제학적 의미에 대해 놀라게 된다. 일부러 비트코인에 대한 비판적인 콘텐츠도 좀 찾아봤는데 내가 어느정도 편향적인 시선으로 봐서 그런지는 몰라도 (하지만 그걸 감안하고서라도) 나보다도 더 모르는데 비판하는 사람들도 많고, 유시민 같은 경우에는 그래도 비트코인의 시스템에 대해서는 잘 이해하고 있는 것 같긴한데, 답이 정해진 상태에서 우기는 느낌이 든다. 유시민은 정말 똑똑한 사람인데 언제부터인가 늘 자기안에 답을 정해놓고 모든 것을 그것에 맞추는 느낌이 든다. 물론 이건 나의 짧은 느낌.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은 시장경제와 엮이고, 우리나라에서는 우파=자유주의로 해석되다보니 냉정하고 매서운 자본가들을 옹호하는 집단이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이라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이야 말로 시간 선호를 높임으로서 건전한 소비와 건전한 저축을 통한 건전한 발전을 도모한다고 생각한다. 국가의 과도한 개입은 결국 부패를 가져오고 많은 경우 독재나 전체주의를 불러일으킬 수 밖에 없다는 생각.
요즘에는 정치에 대해서, 그리고 지정학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하게 된다. 사실 이 모든 것에 환멸이 나서 신경쓰지 않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했는데,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판단분별을 내려놓고 관찰자의 시선으로 보게 되니, 조금은 더 명료하게 보이기도 하고,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관찰하는 것이 점점 재미있어 진다. 7월에도 아마 계속해서 경제학과 지정학에 대해 관심을 가지며 공부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심리학과 철학도 계속해서 공부할 예정. 요즘 종교학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한 때 비교종교학으로 박사가고 싶다고도 생각했는데 말이지.. ㅋㅋ
일단 오늘의 회고는 여기서 마무리 하고, 다음주 회고 줌에서 오늘 못한 회고를 좀 더 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