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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i Jul 18. 2022

세계는 앞으로 어떻게 변할까?

변화하는 세계, 어떻게 살아야하지? 

한 사람의 인생을 결정하는 대부분의 굵직한 요소들은 태어날 때 이미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고 이를 바꾸기 위해서는 매우 큰 노력과 운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성별, 국적, 성적취향, 기질, 유전적 특질 등등. 비난 개인에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어느 한 나라의 명운을 결정하는 대부분의 요소들은 사실 이미 어느정도 정해져있다. 이를테면 한국은 중국과 일본이라는 두 나라 사이에 낀 지리적인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는데,  그래서 참 많은 시간동안 외세의 침략을 당했다. 이 나라는 산이 험준해서 식량 생산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평지가 매우 제한적이며, 인간이 거주하기 좋은 환경을 가진 땅도 많이 않다. 뿐만 아니라 자원도 참 더럽게 없어서 대부분의 자원을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운명을 처했다. 


어찌보면 참 더럽게 재수없어 보이는 지리적 운명인데, 한국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적적인 경제 성장과 사회 발전을 만들어냈다. 왜 한국이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선진국 초입에 선 나라가 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지정학적 요소들이 지난 50년간 한국에 유리하게 돌아간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자원이 1도 없지만 자유무역 덕분에 자원을 마음껏 수입할 수 있었고, 우리가 만든 것들을 부지런히 수출할 수 있었던 시기였다. 이례적으로 평화를 누렸던 지난 50년간 중국과 일본은 한국을 침략하지 않았는데, 대신 중국은 시장을 개방하기 전 문화 대혁명 같은 뻘짓을 하면서 한국이 샤샤샥 먼저 성장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주었고, 가장 최첨단 기술이 발전한 일본을 바로 옆에 둔 덕에 일본으로부터 샤샤샥 기술을 습득해서 나름의 제조업 생산기지를 만들 수 있었다. 중국이 시장을 개방하면서부터는 중국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해서 수출을 더 활성화 시킬 수 있었고, 중국인들의 평균 GDP 가 올라감에 따라 중국은 한국 물건의 좋은 소비처가 되기도 했다.  우리 부모님 세대의 근면성실함과 기업가들의 활약, 소유권을 보장하는 법과 제도 등도 무시못하는 요소이긴 하지만, 그 모든 인간적인 노력이 다양한 지정학적 상황과 현실적으로 잘 맞아 들었던 것이 한국이 이렇게 발전할 수 있었던 요소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는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 지난 50년간 그랬던 것처럼 한국은 필요한 것들을 안전하게 수입하고 우리가 생산한 것들을 쉽게 수출할 수 있을까? 중국과 일본 사이에 존재하고 있다는 지정학적 이점을 쏙쏙 빼먹으면서 선진국 대열에 무사히 합류할 수 있을까?  물론 나 같은 쪼랩이 이걸 알 수 없다는 걸 디폴트 값으로 하고, 지금까지 읽은 책들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추론을 해본다면 아래와 같다. (앞으로 다른 책들을 읽으면서 변화할 수 있는 생각이다.) 




1. 지극히 평화로웠던 반 세기는 이제 끝물에 있고, 각자도생의 세계로 이동하고 있다. 세계 물동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해상운송이 무리없이 작용되었던 것에는 미국이 세계의 경찰역할을 했던 영향이 크다. 하지만 미국은 이제 더 이상 그 역할을 할 필요가 사라지고 있다. 피터자이한은 특히나 이 부분에 대해 매우 명료하고 강력한 입장을 고수하는데, 미국은 쉐일혁명 덕분에 에너지 자급자족이 가능해지면서 더이상 중동의 석유가 필요하지 않다. 그렇기에 중동에서 세계 각지로 퍼져나가는 선박들의 안전을 보호해줄 필요성이 줄어들고 있다. 물론 오일 가격은 중요하고, 그래서 며칠 전 바이든이 빈살만을 만난 것이기도 하겠지만, 분명 예전보다 미국이 중동에 덜 관여하고 싶어졌다는 것은 꽤나 확실해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입하는 에너지의 100%를 이 해양운송에 의지하고 있다. 에너지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상상하고 싶지도 않다. (러시아 천연가스 때문에 독일이 겪을 수 있는 것들만 생각해도..) 수입에 타격이 생기면 수출에도 당연히 타격이 생긴다. 수출이 대부분의 경기 비중을 차지하는 한국에서 수출입이 흔들린다는 것은 국가경제의 근간이 흔들린 다는 것과도 같은 이야기이다. 한국은 변화하는 세계에서 필요한 물자들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우리가 만든 고부가가치 상품들은 안정적으로 수출할 수 있는 전략과 힘을 가지고 있는가? 과거에 당연했던 것들이 더는 당연해지지 않는 세계가 곧 펼쳐질지도 모른다. 




2. 중국은 미국을 대체하는 패권국이 될 수 없다. 중국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트럼트의 미중 무역분쟁쟁으로 바깥에 명명백백 드러낫지만 미국은 언제부턴가 중국을 견제하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중국이 미국을 조만간 따라잡을 것이라 생각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어마무시한 인구와 빠르게 따라잡고 있는 기술력, 미국을 능가하기 시작한 특허 출원수,  시진핑 정부의 자신만만한 일대일로같은 사업들을 보며 중국이 새로운 권력으로 부상하는 새로운 세계질서를 상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레이달리오는 중국의 부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 중 하나인데, 제국의 흥망성쇠에 대해 다루고 있는 그의 최근 책 <변화하는 세계질서> 를 얼핏 보면 곧 미국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중국이 부상할 것 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런데 진짜로?? 


개인적으로 공부하고 고민했을때, 나는 중국이 지금 시스템으로는 절대로 미국을 대체할 수 없다는 나름의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레이달리오는 제국의 부상과 쇠락을 이끄는 아주 다양한 요소들을 설명하는데, 이 설명에는 제국의 가장 중요한 한 가지 요소가 아예 누락되어있다. 바로 민주주의. 민주주의 없이 지속가능한 제국을 만들고 유지한 케이스는 역사에서 찾아볼 수 없다. 히틀러의 독일도, 스탈린의 소련도, 나폴레옹의 프랑스도, 알렉산드로 대왕의 헬레니즘 제국도, 칭기스칸의 몽골제국도 제국의 기틀을 채 형성하기도 전에 분열되거나 패망했다. 중국은 공산당 중심의 독재체제를 가지고 있다. 중국은 과연 독재체제를 가지고 제국이 되는 최초의 국가가 될 수 있을까? 


사실 이렇게 원론적인 부분을 건너뛰고 좀 더 실용적인 부분에서 생각해도 중국은 제국이 되기에 확실히 불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크게는 에너지와 인구구조를 생각해 볼 수 있는데, 미국은 에너지를 자급자족할 수 있는 국가인 반면, 중국은 내부적으로 에너지를 자급자족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매년 막대한 에너지를 외부로부터 수입해야 한다. 에너지를 모든 것을 생산하는 기본요소인데, 변화하는 세계질서하에서 지금처럼 안정적으로 막대한 에너지를 저렴하게 수급받을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렇게 생각하면 남중국해를 가지고 중국이 말도 안되는 우기기를 하는 것도 이해가 안되는 건 아니긴하다....말도 안되는 소리긴 하지만..) 


또 다른 하나는 인구구조. 한 자녀 정책 이후 중국의 인구는 급격하게 줄었는데, 이는 굳 인구 절벽이 시작된다는 말이다. 중국의 소비를 이끈 세대는 점차 고령화 되고 있고, 이들의 은퇴연금을 책임져야 하는 젊은 세대의 수는 턱없이 부족하다. 인구구조상으로 결코 유리한 상황이 아니다. 걷을 세금은 줄어드는데 써야하는 돈은 늘어나는 상황.  게다가 중국을 그동안 성장하게 한 성장 동력은 점차 끝나가고 있다. 중국은 더이상 세계의 공장이 아니고 고 부가가치의 산업으로 넘어가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 그것도 수 많은 문제들과 함께. 세계의 공장에서 탈피해서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기업가 정신이 필요한데, 정부가 툭하면 잡아들이고, 빼앗고, 엄포를 놓는 환경에서 기업가 정신이 지속될 수 있을런지도 잘 모르겟다. 정말 야망있고 똑똑한 중국 사람은 차라리 미국으로 이민가서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하는 걸 택할런지도 모른다. 


중국 소수민족과 관련된 내부 통합도 큰 이슈 중 하나이다. 중국에는 수 많은 소수민족이 있는데 이들은 충분히 중국에 통합되지 않았다. 신장 위구르, 티벳, 쓰촨 같은 곳들은 기회만 되면 독립을 하려고 한다. 반환된 홍콩은 여전히 계속해서 잡음을 내고 있다. 과연 내부적으로도 제대로 통합되지 않은 중국이 세계를 호령하는 제국이 될 수 있을까? 


미국의 달러패권 역시 당분간은 견고하게 유지될 것 같다. 물론 달러를 맘대로 찍어내는 미국 정부는 믿을만하지 않고, 그래서 Fiat 시스템은 계속해서 부패하고 있지만, 달러대비 유로화나 위안화가 돈을 덜 찍어냈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니까. 달러도 아닌 주제에 달러만큼 돈을 찍어낸 유로나 위안화가 가치 있을까? 여전히 안전자산의 역할을 하는 달러가 가치있을까? Fiat 시스템을 응원하지는 않지만, 당분간 달러패권이 깨질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만약 달러패권에 도전하는 무언가가 있다면 비트코인이 그 역할을 하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이상주의적인 희망이 있긴 하지만서도...) 중국이 위안화를 가지고 제국의 위치를 탐낼 수 있을까??? 이 역시 아무리 생각해도 확률이 낮다. 


아주 개인적인 의견으로 지금의 중국이 아마 우리가 볼 수 있는 최고 잘나가는 중국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므로 중국으로부터 떨어질 콩고물도 점점 작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함께 든다. 더불어 중국 기업에는 투자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알리바바 텐센트가 저렴하다고 해도, 중국이라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너무 크다. 차라리 조금 더 비싸도 아마존, 구글을 사는게 업사이드도 훨씬 크도 안전한 투자라는 생각이 든다. 




3. 한국은? 잘 모르겠다... 한국은 언제나 그랬듯 격동의 시기에는 더욱 더 큰 격동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한국의 자랑은? 위기에 강하다는 것. 아주 주관적이고 편파적으로 한국은 이 모든 변화와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저력이 있다고 믿는다. 물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많은 난관을 극복해야 하고 무엇보다 현명한 지도자를 필요로 할 것이다. 북한 시스템은 김정은 이후에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그 때 남한은 북한을 잘 흡수 통일할 수 있을까? 늘 그래왔듯이 북한 문제에 있어서 한국보다는 미국이나 중국같은 나라들의 입김이 더 클텐데, 그 때 한국은 우리의 입장에서 가장 최적의 답안지를 찾을 수 있을까? 


한국의 인구는 계속 줄어들고 있고, 이는 한국에게는 큰 위기일 수 있다. 내수 시장이 튼튼한 일본과 달리 한국은 내수시장이 상대적으로 작고 결국 어떻게든 수출을 끊임없이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지금까지 수출을 주도한 반도체, 조선, 자동차, 화학등의 제조업 중심의 산업은 필수적으로 수입원자재를 필요로하는데, 수입 원자재 확보는 아마도 점점 어려워지고 비싸질 수 있다. 하지만 문화 콘텐츠나 서비스업 등의 수출은 원자재 수입이 필요하지 않다. 수입 원자재를 필요로하지 않는 수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역량이 아마도 다음 한국의 부흥을 결정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한국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한국이 가진 유일한 자원인 노동력을 최대한 잘 레버리지 하는 것이다. 언제나 그랫듯이... 





많은 변화가 점쳐지는 시대에 나는 어떻게 살아야할까? 세상의 변화에 상관없이 행복하고 안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과 내가 속한 나라가 옳은 선택을 할 수 있게끔 시민으로서의 올바른 주권을 행사하는 것이 개인이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아래와 같은 것들에 더 관심을 가져보려 한다. 


1. 그 동안 한국 정치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없이 지냈는데, 이제는 좀 더 정치문제에도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더 해야겠다. 한국같이 애매한 포지션의 국가에서는 정치 지도자의 역량과 가치관에 따라 많은 것들이 결정될 수 있다. 그만큼 현명하고 가치관이 바른 정치인을 뽑는 것이 진짜 중요하다. 


2. 역사를 공부하다보면 안전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다는 것만으로 얼마나 큰 축복을 받은 것인지 매번 놀라게 된다. 일상을 평온하게 영위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를 느끼고 일상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작은 취미와 습관들을 끊임없이 갈고 닦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때로 우리는 우리에게 지금 주어진 것들의 감사함을 너무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 과소평가 경향을 없앨 수록 우리는 더 행복해 질 수 있다. 


3. 마지막으로 시대의 패러다임에 맞춘 투자를 해야겠다. 달러화 자산의 비중을 늘 확보하고,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비트코인은 하드월렛에 보관한다. 지정학적인 변화의 시기는 엄청난 위기의 시기이지만 또 엄청난 기회의 시기이기도 할 것이다. 이 시기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투자를 하는지에 따라 꽤 많은 차이가 날 것이다. 끊임없이 공부하고 시대의 변화에 활짝 열려있어야 한다. 


지정학은 냉정하고 잔혹하다. 많은 것이 힘에 의해 결정된다. 이상적고 도덕적으로 생각하면 말도 안되는 일들이 지정학과 정치의 세계에서는 너무 빈번하게 일어난다. 예전에는 이해되지 않았던 것들이 심리학을 공부한 후 지정학을 공부하니 이해가 된다. 결국 욕망과 힘에 대한 이야기이다. 인간이 완벽하지 않듯 나라도 완벽할 수 없고 세계도 완벽할 수 없다. 하지만 완벽하지 않기에 인간도 세계도 변화하고 영원히 잘못된 것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인류는 그렇게 피투성이로 절둑거리며 한걸음씩 진화와 깨달음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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