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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i Dec 08. 2022

가짜 노동을 하고 싶지 않다

진짜 가치를 만들어 내는 일을 하고 싶다 

요즘 몸을 쓰는 노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몸을 움직여서 변화를 만들어 내고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들. 이를테면 농사를 짓는다던가, 페인트를 칠한다던가, 포장을 한다던가, 장작을 팬다던가, 청소를 한다던가, 커피를 볶거나 빵을 만드는 일 같은 것들. 


손과 입과 머리로 하는 일은 자칫 방심하면 거짓이 섞인다. 특히나 관료적인 조직의 사무직 종사자가 하는 노동의 대부분은 거짓이 섞여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진짜 생산성 증가와 혁신에 기여하는 일이 아니라 일을 위한 일을 하고, 보고를 위한 보고를 하고, 이미 나온 결과를 위해 인과를 맞춘다. 필요 없는 출장과 회의로 에너지와 시간을 낭비하고는 생각한다. "일이 너무 많아!!" 


인간 세상에는 정말 아이러니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데, 진짜 가치를 만드는 일들은 천대받고 가짜 가치를 만들어 내는 일은 추앙받는다. 왜냐면 가짜 가치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은 그것이 가짜임을 들키지 않기 위해 그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 포장하는데 또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를 쓰며 가짜 노동을 하고 있으니까. 






난 이제 더 이상 가짜노동을 하며 살고 싶지 않다. 진짜 가치를 만들어내는 진짜 노동만 하고 싶다. 읽을 만한 글을 쓰는 것은 내가 요즘 하고 있는 진짜 노동 중 하나인데, 아주 훌륭한 글은 아니지만 그래도 가짜노동이 아닌 진짜노동을 한다는 것에서 느껴지는 보람이 있다. 그리고 살림 노동을 한다. 예전에 아웃소싱을 주거나 돈으로 처리했던 많은 것들을 이제 내 시간과 노동력을 투자해서 하나씩 한다. 빵을 만들고, 밥을 하고, 반찬을 만든다. 비건을 시작하며 많은 것들을 만들어 먹기 시작했는데, 여기에서 느껴지는 기쁨이 엄청나다. 청소를 하고 빨래를 하고 집을 아름답고 깨끗하게 가꾼다. 


어쩌면 몸을 쓰는 노동을 하고 싶은 나의 생각은 전형적인 먹물형 인간의 치기일 수도 있고, 경험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호기심일 수도 있다. 하지만, 확실한 건 노동은 신성한 것인데, 그 노동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너무 잘못되어 있다는 것이다. 대학원 방학이 시작되면, 일주일에 하루 정도 몸을 쓸 수 있는 노동을 해볼까 고민해본다. 주말농장을 신청해서 내년부터는 작게 텃밭을 가꿔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게 무엇이든 나는 진짜 노동을 하는 삶을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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