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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엽미술 Jul 06. 2021

작자 미상의 「성 크리스토퍼」

현존하는 서양 최고의 목판

Web Gallery of Art

▣성 크리스토퍼

1423

 작가 미상의 이 작품은 서양 판화 중에선 현존 최고(最古)의 것으로, 목판으로 만들어졌다.


 크리스토퍼는 부르는 이름이 여러가지가 있으나, 여기서는 크리스토퍼로 통일하기로 하자. 그는 어린아이 모습의 예수를 업고 강을 건너게 해준 일화를 가진 성인이다. 그는 힘이 센 거인으로, 자신보다 힘이 센 자를 찾아다닌다는, 상당히 상남자(?)같은 설정이 있다. 예수 그리스도를 찾아다니기도 했는데, 이는 예수가 가장 힘이 셀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하도록 하고 어린아이 모습의 예수를 건너게 해주었기에, 그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짊어지고 간다'는 뜻의 크리스토퍼라는 이름이 붙여지게 되었다.

 이런 배경으로 크리스토퍼는 여행자나 운전자, 짐꾼 등 육체노동자들의 수호 성인이다. 또한 신자들은 그의 이미지를 본 사람은 그 날은 죽지 않는다는 믿음을 가지기도 했다. 이런 믿음 때문에 그런 이미지는 신자들이 아주 가지고 싶어하는 아이템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당시 유럽에서 가난한 신자들이 성화를 가진다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었다. 여기서 등장한 것이 바로 목판화였고, 그 인기 주제가 바로 성 크리스토퍼였던 것이다.

 판화로 여러 장을 찍어낼 수 있게 되자, 가난한 신자들이라도 성화를 가질 기회가 넓어졌다. 하지만 이 목판을 만든 장인은 그 이름조차 남기지 못했다. 이득을 본 것은, 이 목판을 만든 장인이 아니라, 목판으로 그림을 찍어내 팔았던 교회와 수도원이었다. 지금에는 현존 최고(最古)의 서양 판화라는 의의를 남긴 이 작품은 당시에는 교회의 새로운 판매 상품이었던 것이다.


오현주, "[이주헌의 혁신@미술]<5> "복제한 성화 팝니다"…교회, 블루오션에 뛰어들다,"「이데일리」, 2020년 7월 17일 등록, 2020년 7월 23일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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