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엽미술 Jul 06. 2021

이영하, 사유XII, 사유의 이미지적 정의


▣사유XII

이영하, 72.7*90.9cm, Oil on canvas, 2021

 좌측에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우측에는 우리나라의 국보인 반가사유상이 그려져 있다. 이는 각각 서양과 동양의 대표적인 사유의 이미지를 그린 것으로 보인다. 같이 볼 일이 없던 이 두 사유의 형상이 같은 캔버스 안에 놓였다. 이들을 모아놓은 덕분에 두 사유상의 공통점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턱을 괴고 있는 모습이라던지, 45도쯤으로 아래를 향한 얼굴이라던지 말이다. 

 이 그림은 좌우에서 볼 때 나오는 형상이 전혀 다르다는 특징이 있다. 화면 전체가 울퉁불퉁하다. 하면 위나 아래에서 이 그림을 본다면, 아마 △△△△△△ 이렇게 보일 것이다. 이런 울퉁불퉁한 화면의 왼편에는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의 모습을 그리고, 오른쪽 면에는 반가사유상의 모습을 그렸기 때문에, 좌측에서 보면 생각하는 사람이, 우측에서 보면 반가사유상의 형이 진하게 올라온다. 또한 가운데에서 볼 때, 이 두 형상이 병존하는 모습 또한 이 둘이 마주 보는 굉장히 흥미로운 형상을 만든다. 이렇듯 이 그림은 다각도에서 즐길 수 있는, 조형적으로, 시각적으로 즐길거리가 아주 많은 작품이다.

 이 작품을 처음 봤을 때는, 다채로운 화면에 먼저 눈이 즐거웠다. 이게 뭐지? 하고 다가선 다음에 위치에 따라 바뀌는 화면을 보고, 좌측에서도 보고, 우측에서도 보고, 가운데서도 보고, 한 작품 안에서 즐길 거리가 아주 많다. 그리고는 화면 안에 있는 수많은 계곡들에 이미지를 채워나갔을 작가의 노고에 감탄하게 된다. 그야말로 장인의 손길이다. 동서양의 대표적 사유의 이미지들, 그리고 '사유'라는 제목에서, 이 작품의 주제가 '사유'임을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이는 우리에게 어떤 사유를 요구한다기보다, 작품의 화면에 '사유'라는 단어를 사전적 정의가 아닌 이미지로 정의한 것으로 보였다. 즉, 동양적 측면에서 한 번, 서양적 측면에서 한 번, 그리고 가운데서 봄으로써 그 동서양 병존의 사유 이미지로 한 번, 사유는 화면에서 정의되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작자 미상의 「성 크리스토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