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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엽미술 Oct 24. 2021

조은향 , 푸에스토 갤러리에서의 비대면 대화

작품 감상은 작가와의 비대면 대화

비대면 대화

푸에스토 갤러리 <To My World:9>, 조은향 작가


 감성을 자극하기 위해서 필요한게 무엇일까. 바로 공감이 아닐까. 잘 생각해보면, 우리는 아무런 공감대가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감동을 느끼지 않는다. 이해할 수 있어야 비로소 우리는 진정 감동의 선에 도달한다. 문학이든 미술 작품이든 마찬가지다. 그런 의미에서 바로 미술 작품에서도 문학과 같은 스토리가 필요하다. 일종의 감동을 위한 가이드라인으로써 말이다.

 첫 작품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 작가의 작품이 꽤나 불친절한 경우가 있다. 즉, 메시지가 너무 복잡하거나, 와닿지 않는 것이다. 거기에 스토리라는 적절한 가이드라인도 제시되어 있지 않은 경우, 대중이 거기에 긍정적 반응을 내놓아줄 이유는 없다. 미술을 시각적 언어라는,  또다른 언어의 수단이라고 말한다. 언어란 의사소통의 수단이다. 그리고 의사소통이란, 쌍방이 함께 참여해야 성립한다. 즉, 작가가 그만의 언어를 내놓을 때는, 상대방의 참여를 무언가로든 유도해야 한다. 즉,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만한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

 거창하게 말했지만, 결국에는 작품을 이해하기 쉬운 상태로 만들라는 이야기이다. 정말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어려운 내용이라도 초등학생까지 이해할 수 있도록 쓴다고 하지 않던가. 그런 의미에서 푸에스토 갤러리 <To My World:9> 전시 중 조은향 작가의 작품은 꽤나 세련되게 스스로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인디언 제기같은 느낌의 나무 조형물은 첫 인상이 꽤나 기묘했다. 동그란 도넛 모양 조형 아래로 문어발처럼 내려오는 다리. 그 구석구석에 새겨진 동양적 상징의 이미지와 나비 이미지. 작가에게 이 조형물은 인간 신체를 상징한다. 타투이스트인 작가는 이 조형물을 신체라고 생각하고 그 부분에 어울릴거 같은 타투를 새겨놓은 것이다. 그런 이해 속에 작품을 다시 보면, 얼굴을 생각하는 도넛 아래, 나비 문신이 꽤나 적절히 들어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푸에스토 갤러리는 일반적 전시장에 비해서는 특이한 형태를 가졌다. 동서양 퓨전 형태라고 하면 적절할까. 보통의 화이트박스 전시장이 아닌, 거기에 한옥이 기묘하게 섞여들어간 갤러리다. <To My World:9> 전시는 회화부터 공예까지, 다양한 종류의 작품이 모였다. 오히려 흰 박스 형태의 공간이었다면, 이런 다양한 작품들이 조화를 이루지 못했을 것인데, 이 기묘한 퓨전이 이 조화를 이끌어낸다. 조은향 작가의 작품과도 갤러리의 기묘한 조화가 일어난다. 한옥처럼 나무라는 재료를 통해 만들었지만, 그 형태에 있어서는 전혀 한옥적이지 않다. 오히려 인간을 제물로 삼았던 북미 인디언들의 제사용 의식 도구같은 느낌의 형태이다. 작가의 작품이 인체를 상징한다는 점에서도 기묘하게 맞아떨어진다. 그런데 거기에 새겨진 동양적 이미지의 타투들은 한옥과 맞물린다. 이상한 형태의 나무 조형물 위 동양적 이미지들은 이 갤러리와 기묘한 조화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또 마찬가지로 조은향 작가의 작품. 이번엔 자켓 형태의 가죽에 타투를 새겼다. 교차하는 학의 이미지가 허리에, 불타오르는 전통 건축물의 이미지가 등 부분에 새겨졌다. 팔에는 전통 건축의 이미지가 새겨져있고, 가죽 곳곳에 나비모양으로 털 끈이 묶여있다. 작가가 관람자를 작품 앞에서 의사소통 가능의 수준까지 데려왔다면, 그 다음 문제는 무엇일까. 지나가던 사람이 나를 붙잡는다. 도를 믿으십니까는 아닌 것 같고, 얘기나 들어보기로 했다. 이야기가 재밌으면 계속 듣고, 그렇지 않으면 떠나가면 그만이다. 자 이야기를 시작했다면, 그 이야기가 재밌어야 한다. 매력적이어야 한다. 조은향 작가는 이 동양적인 소재, 그리고 이 나비 매듭끈 장식으로부터 그 매력이라는 숙제 또한 정리한 듯 싶다. 결론적으로, 조은향 작가와의 이 비대면 대화는 꽤나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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