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자녀와 비장애 자녀를 모두 둔 보호자들께
먼저, 이 글은 장애 자녀와 비장애 자녀가 모두 있는 보호자들을 위한 글임을 밝힐게요.
많은 비장애 자녀들은 성인이 될 때까지 '장애'에 대한 별다른 설명을 듣지 못해요. 보호자들은 왜 비장애 자녀에게 장애 형제자매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해 주지 못할까요?
"얘한테는 장애를 뭐라고 설명해야 되지?"
"얜 아직 장애에 대해 알기에는 너무 어려."
"크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되겠지."
다양한 이유가 있을 거예요. 보호자들 스스로도 장애에 대해 잘 모르기도 하고, 가슴 한 구석에는 비장애 자녀를 장애라는 개념으로부터 보호하고 싶은 마음도 있겠지요. 자라면서 서서히 알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비장애 자녀는 만으로 3살만 되어도 확실하게 '다름'에 대해 인지하기 시작한다고 해요. (장애 유형이나 정도, 가족의 분위기에 따른 차이는 있어요.) 유아기부터 시작된 혼란스러움은 아동기와 청소년기를 거치며 가중되고, 비장애 자녀가 인지하기 어려운 스트레스가 돼요.
따라서 보호자들은 '비장애 자녀에게 장애를 어떻게 설명할지' 미리 준비해야 해요. (자녀가 이미 학령기 이상이라면, 형제자매의 장애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꼭 내어 주세요.)
(X) "오빠는 좀 아픈 거야. 치료 열심히 다니고 있으니까 나을 거야."
(O) "오빠는 자폐 범주성 장애라는 게 있대."
비장애 자녀가 장애에 대한 설명을 이해할 수 있는가? 없는가?는 중요하지 않아요. 우선 '정확한 사실'에 대해 알려주는 것이 중요해요. 학교에서 모르는 것을 배워서 알게 되는 것과 같은 거예요.
설명을 하다 보면 보호자도 막히는 부분이 생길 거예요. 그러면 "우리 같이 인터넷에서 찾아볼까?"하고 자녀와 찾아보시면 돼요. 다른 지식을 알려주는 것과 똑같아요. 원인을 모르는 희귀병에 의한 장애라면, "아직 의사들도 오빠가 왜 그런지 잘 모른대." 이렇게 있는 그대로 이야기해 주세요.
장애의 정확한 명칭은 비장애 자녀가 자신의 장애 형제자매를 이해할 수 있는 '또렷한 언어'가 돼요. 불편하기만 하고 정확히 뭔지 몰랐던 형제자매의 행동을 수용할 수 있는 매개체 같은 거예요. 이후 다른 사람에게 형제자매를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하나의 도구가 되기도 해요.
"오빠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거나 물건을 던질 때는 엄마도 무서워."
"동생이 뇌전증을 일으켜서 다칠 때는 아빠도 너무 속상하고 답답해. 아빠도 왜 그런지 모르겠거든."
비장애 자녀 앞에서 '괜찮은 척'은 하지 않아도 돼요. 비장애 자녀는 보호자가 자신과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음에 도리어 안도할 거예요. "나만 불편했던 게 아니구나. 나는 오빠를 불편해 하는 나쁜 아이가 아니었어. 내 감정은 자연스러운 거였구나." 이렇게 생각하게 되는 거죠. 솔직한 감정 표현은, 보호자가 비장애 자녀의 신뢰를 얻는 좋은 방법이기도 해요.
"오빠는 일정이 바뀌면 너무 마음이 불편해서 소리를 지르게 된대. 그래서 오빠한테는 일정을 미리미리 말해 주는 게 큰 도움이 된대. 그게 오빠를 좀 편하게 해 줄 수 있대. 만약 오빠가 너무 크게 소리를 지르면, 우선 네 방으로 가서 문을 잠그고,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들어. 오빠도 스스로 진정될 때까지 너도 너를 보호해야 하는 거야."
"동생은 큰 소리를 들으면 우리보다 더 깜짝 놀라서 뇌전증을 일으키기도 한대. 그래서 방 문을 닫을 때는 아주 아주 살살 닫아야 해. 만약 동생이 발작을 시작하면 바로 아빠를 불러줘야 해."
장애로 인해 가족들은 여러 예상치 못한 상황들을 겪게 돼요. "엄마가 볼게, 가서 네 할 일이나 해."라고 하기보다는, 비장애 자녀의 연령에 맞게 자녀가 할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을 알려주세요. 자녀의 연령대가 좀 높다면, 대처 방안을 자녀와 함께 논의해 볼 수도 있겠지요. 장애로 인해 발생하는 상황은 통제할 수 없지만, 상황에 대처하는 행동은 통제할 수 있어요. 자신이 할 수 있는 행동을 배운 비장애 자녀는, 어려운 상황에 대처하는 일종의 무기를 가진 것이기 때문에 덜 불안해 할 거예요.
"(한숨 쉬며) 아빠 엄마가 오빠 때문에 너무 힘들어. 너도 힘들지?"
"엄마 아빠 힘드니까 네가 많이 도와줘야 해."
이런 말만 듣고 자라는 비장애 자녀는 '장애 = 힘든 것'이라고 인식하게 돼요. 반면,
"참 감사한 일이야. 네 동생이 장애가 없었으면 이렇게 겸손하게 살 수 있었을지 모르겠어."
"하느님이 동생 같은 천사를 보내신 거야."
이런 말만 듣고 자라는 비장애 자녀는 감정의 충돌을 느끼게 돼요. 분명 나는 형제자매의 장애로 인해 힘들 때가 있는데, 보호자는 힘든 감정을 표출하지 않는 거예요. 그러니 자신이 가진 감정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해요. 긍정적인 마음가짐은 좋지만, 장애 자체에 대한 설명을 처음 할 때에는 추천하지 않아요. 대신,
"~할 때는 힘들기도 해. 하지만 ~할 때는 참 감사하기도 해."
보호자도 여러 감정이 든다는 것을 자녀에게 '담담한 태도로' 알려주세요.
'자녀와 이야기하다가 울컥 감정이 올라오는 것이 두려워서' 말을 못 꺼내는 보호자 분들도 계세요. 그래도 괜찮아요. 보호자의 자연스러운 감정 표현도 비장애 자녀가 장애를 이해하는 하나의 수단이에요.
"엄마, 오빠는 왜 그래?"
적극적으로 생각을 표현하는 비장애 자녀의 경우, 4살만 되어도 이런 의문을 제기할 수 있어요. 이건 아주 최적의 기회예요. 자연스럽게 위에서 언급한 What?의 내용을 함께 이야기해 보세요.
하지만 대다수의 비장애 자녀들은 형제자매에 대한 궁금증을 마음속에만 품은 채로 성장해요. 남자 비장애 자녀라면 더 그럴 수 있어요. 자녀가 묻지 않아도 형제자매의 장애에 대한 설명은 필요해요. 장애로 인해 두드러지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상황이 진정되고 나면 비장애 자녀에게 다가가 슬쩍 물어봐 주세요. "동생이 ~해서 놀랐지?" 이렇게 말이에요. 그 다음, 위에서 언급한 What?의 내용을 함께 이야기해 보세요. 이는 자녀가 유치원생이어도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에요.
"어디 가서 오빠 장애 있다고 말하면 안 돼. 우리 가족 비밀이야."
"동생 장애 있는 거 사람들이 알면 네 약점이 될 거야. 말하지 마."
형제자매의 장애는 비밀도, 약점도 아니에요. 설사 어떠한 상황에서 진짜 약점으로 작용할지언정, 그건 비장애 자녀가 직접 세상과 부딪혀보며 판단할 일이에요. 이미 혼란스러운 비장애 자녀에게 '비밀을 지켜야 한다'와 같은 또 다른 짐을 지우지 말아 주세요. 비장애 자녀가 세상과 진실된 관계를 맺는 데에 또 다른 걸림돌이 돼요.
'장애 자녀'는, 그 보호자에게는 대체로 적어도 20년이 지난 세월 이후에 찾아온 존재이지요. 하지만 비장애 자녀에게 장애형제자매는, 대부분의 삶 속에 존재했던, 존재하는, 그리고 존재할 사람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정확하고 적절한 설명은 반드시 필요해요. 일찍이 보호자와 이런 대화를 나눈 비장애 자녀는 더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을 거예요.
2024년 8월 10일 뉴닉(NEWNEEK)에 기고한 글을 재구성한 글입니다.
https://newneek.co/@lemon99/article/113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