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애형제자매 연인을 둔 한서단의 이야기 - 2부

연애를 넘어 결혼에 대한 이야기

by 레몬자몽

※ 글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의 이름은 가명입니다.


연애의 시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후, 대화는 점점 진지하게 흘러갔어요.


"사실 비장애형제자매라는 사실이 '연애'에 있어서 크게 어려운 건 없는 것 같아.

진짜 관건인 건 '결혼'을 생각할 때야."


"그렇지. 결국 결혼을 생각하며 연애를 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미래에 대한 이야기도 조금은 필요하겠어."


그래서 결혼 이후, 미래에 대한 남자친구의 생각도 들어 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Q1. 현재 연인과의 미래를 그리고 있나요?


민아의 장애형제자매에 대한 이야기를 지인한테서 전해 듣기 전에는, 가벼운 호감으로 시작돼서 다가가려고 했었어요. 그런데 오히려 이야기를 듣고 나니까, 가벼운 마음이 사라지고 고민이 엄청 됐어요. 가벼운 마음 대신 훨씬 진지하고 무거운 책임감이 자리잡은 것 같아요. 당연히 연인이라는 건 헤어질 수도 있는 거긴 한데... 관계는 미래를 가정하고 이어나가는 게 맞잖아요. 언젠가는 책임을 함께 질 수 있다는 생각도 들어서, 그런 마음을 품고 관계를 시작했어요.


그래서 그 속도가 처음에는 좀 안 맞았어요. 초반부터 제가 너무 진지하고 미래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고 책임을 지려 하고. 민아는 오히려 더 부담을 느끼고. 제 이런 마음이나 고민을 잘 몰랐기도 하고, 시기적으로 오래 만난 것도 아니었으니까요.


Q2. 연인의 가족 이야기를 본인의 가족에게 해 본 적이 있나요? 반응이 어땠는지, 만약 결혼을 반대한다면 어떤 입장을 취할 것 같은지도 궁금해요.


크게 반응을 보이시지는 않았어요. 그럴 수도 있으니까 괜찮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고, 그래서 감사했어요. 부모님께서 반대하실까봐 조금은 걱정했는데, 내 의견을 존중해 주시고, 민아를 더 걱정해 주시더라고요. 그래서 마음이 안정됐어요. '우리 집은 괜찮구나.'


만약 반대를 하는 이유가 있다면, 그건 아마 저를 걱정하시는 걸 거예요. 그 상황에 놓였을 때 제가 힘든 것? 그러면 전 일단 설득을 하겠죠. 내 인생이고, 염려하는 부분은 혼자서만 하는 게 아니고 둘이서 함께 해결하는 거기 때문에 둘이 감당하면 된다. 여기저기서 도움을 받으면 되지 않을까. 무엇보다 내가 좋아서 만나는 게 중요한 거고. 어떻게 보면 부모님 반응이 무덤덤했던 것도, 제가 좋다고 했던 게 가장 컸어요.


Q3. 연인의 동생과 관련해서 미래에 대해 연인과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본 적이 있나요? 돌봄, 주거, 시설 이용, 재정적 지원 같은 주제로요.


안 하지는 않았어요. 아직 '결혼을 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은 없어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민아 부모님이 동생의 노후에 대해 준비를 하고 있다는 건 들은 것 같아요. 민아가 '그냥 준비는 하고 계신 것 같아.'라고. 하지만 민아도 구체적으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준비를 하고 계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없어서 모르겠다고 했어요.


Q4. 연인의 형제자매가 있는 상황 때문에 연애나 관계를 이어가는 데 갈등을 겪은 적이 있었나요?


갈등이라기보다는... 저 스스로 책임을 느끼는 것? 경제적인 부분에서요. 제가 사회초년생이고, 재산도 없고, 집안이 그렇게 부유하지도 않고, 부모님께 받는 것도 없는 상황에서, 한창 쌓아가는 중인 상황에서... 그런데 딱히 민아가 비장애형제자매이기 떄문에 제가 이런 두려움을 느끼는 건 아닌 것 같고, 그냥 사회초년생으로서의 걱정이에요. 그 걱정에 민아의 동생이 추가가 되는 거죠. 하지만 이건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고 생각해요.


Q4-1. 부양해야 할 가족이 한 명 더 있기 때문에 그런 거죠?


네. 그런데 걱정이 좀 덜한 게, 저희 부모님께서 '노후 대비는 우리가 알아서 할 거니까 너는 네 인생 알아서 살아라'라고도 하셨고요. 부모님께서 계획을 잘 세워 놓으신 것 같아서 '나는 내 할 일을 잘 하면 되겠구나.' 싶어요. 그냥 제가 제 삶을 어떻게 더 잘 꾸려나가야 할지, 그걸 계속 고민하면 자연스럽게 장애형제자매 문제는 해결될 거라고 생각해요.


Q5. 연인의 가족에 대해 '부담'이라는 감정을 느낀 적이 있나요? 그 감정을 어떻게 다루었는지도 궁금해요.


비단 장애형제자매를 가진 상대뿐만 아니라, 결혼까지 고민하는 상대라면 상대방 부모님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어요. 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지만... 사람의 됨됨이를 중요하게 보시는 분들도 있고, 능력이나 성과를 중요하게 보시는 분들도 있고. 비장애형제자매의 부모님 같은 경우는 아무래도 장애형제자매에 대한 부분을 빼놓을 수 없으니, 성품과 능력 두 가지가 특히 중요할 것 같아요. 이 두 가지가 동등하게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게 베스트인 것 같아요. 여기서 제가 느끼는 부담은 이런 거예요. 저는 제 성품은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자신이 있거든요. (웃음) 제 가치관도 바르다고 생각하고. 이제 저한테 부족하다고 느끼는 건 능력적인 부분인데, 사회초년생으로서 느끼는 부담이랑 연결돼요. 오히려 이게 더 동기 부여가 돼서 자기계발을 해 나가야 할 것 같아요.


또 걱정되는 건, 제가 아직은 민아 동생을 못 봤어요. '실제로 만나면 내 마음이 변하지 않을까?'하는 조그마한 걱정이 있기는 해요. 그런데 그냥 무덤덤하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발달장애인 분들을 봉사활동에서도 만나 봤고... 오히려 제가 민아 동생을 케어하는 능력이 부족해서 민아 가족이 그것 때문에 불안해하거나, 제 돌봄 능력이 부족해서 충분히 잘해주지 못하면 어떡하나 하는 부담은 있죠.


Q6. 장애의 유전 가능성이나 자녀 계획과 관련된 걱정을 해 본 적이 있나요? 그런 고민을 연인과 나눈 적이 있나요?


제가 너무 낙관적인 걸 수도 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기술이 발전해서 장애 발생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가능성이 늘어나지 않을까요? 제가 잘 찾아보지 않아서 무지해서 그럴 수도 있는데...


그리고 유전에 관해 이야기하자면, 모든 집안들은 유전적인 결함이 다 있어요. 장애는 그냥 그 카테고리 중 하나인 것뿐이고요. 일례로 저희 가족은 다들 간이 안 좋은 것 같아요. 그렇게 따지면 제 유전자에 대한 걱정도 있죠. 그렇게 생각하면 밑도 끝도 없는 거예요. 유전적인 건 바뀔 수가 없으니까요.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 걱정하기보다, 그냥 '이 상황에서 내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해요.


Q7. 결혼 후 가족 형태에 대해 구상을 해 보았나요? 예를 들면 장애형제자매와의 동거/비동거, 역할 분담, 생활 공간 같은 부분에 대한 계획이 있다면요.


누구나 떠올리는 가족 형태를 원하기는 해요. 둘이서 오순도순 사는 가족을 원하는 게 일반적이니까요. 그런데 그건 제 희망사항일 뿐이고요. 민아 의견을 듣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민아도 이상적인, 일반적인 가족의 형태를 꿈꿀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러면 그걸 둘이 함께 이루려고 노력할 거고, 그 중에서 포기해야 하는 걸 가지치기하다 보면 최종적인 가족 형태가 나오지 않을까요. 이미 이 사람과 만날 때 그런 걸 책임지겠다고 생각하고 만나는 거다 보니까, 그걸 오랫동안 생각하면서 만나는 거니까, 같이 부양하며 한 집에서 살아야 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그냥 방법을 찾을 것 같아요.


Q7-1. 만약 연인이 "나중에 내가 동생을 책임지고 돌봐야 해."라고 말한다면, 어떤 입장인가요?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생각해요.


Q7-2. 그러면 이 문제로 헤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나요?


한 번도 없어요. 그래서 일찍 아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비장애형제자매 자신을 위한 거기도 한데, 상대방을 위한 거기도 하거든요.


Q8. 앞으로 이 관계를 지속하면서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 있나요? 현실적인 문제 외에, 감정적으로 가장 어려운 지점이 있다면요.


어차피 현실적인 문제는 돌봄이나 돈과 관련된 것일 거고... 제일 걱정되는 건 '제가 변하는 것'이에요. 민아나 그 동생에 대한 스스로의 태도가 변할까봐. 제 인생에서 그런 상황에 처해 본 적이 한 번도 없기도 하고...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쓸데없는 걱정이 아닌가 싶어요. 걱정의 96%는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고들 하잖아요. 전 상황이 주어지면 굉장히 적응을 잘하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렇게 걱정되지는 않아요.


Q9. 이 관계를 시작하려는 다른 사람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비장애형제자매를 연인으로 둔 사람들에게요.


그냥 솔직해지세요. 상대방의 가장 솔직한 감정을 이끌어 내려고 노력하세요. 그 주제에 대해서 충분한 대화를 하세요. 제가 민아를 통해 느끼는 '비장애형제자매'는... 감정을 숨기는 데에 아주 능숙해요. 아무렇지 않은 척. 그걸 연인이 되어서도 끄집어내지 못한다면, 계속 안으로 곪고 있을 거기 때문에. 그걸 최대한 빨리, 하지만 너무 급하지는 않게, 끄집어내서 보듬어 주고, 이야기를 많이 나누어 보라고 하고 싶어요.


다른 비장애형제자매들이 민아와 같은 상황인지는 모르겠어요. 다 다른 환경에서 자랐겠죠. 하지만 저는 민아를 만나면서 민아의 생각이나 가치관을 많이 바꿨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거에 엄청난 보람과 행복을 많이 느꼈어요. 남성에 대한 생각, 사랑에 대한 생각, 관계 맺기에 대한 것들이나, 결혼, 가족에 대한 것들이요. 제가 한 사람을 송두리째 바꿨다는 게 무척 신기하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어요. 만약 상대방이 진짜 그렇게 알 안에서 웅크리고 있는 상태라면, 그걸 깨부수어 주는 사람이 되어주면 좋겠어요.


그렇지만 연인 관계에서는 지나치게 책임을 느끼지는 않아도 돼요. 아예 책임감 없는 모습을 보이라는 게 아니고, 너무 장애형제자매 문제에 매몰되지 않으면 좋겠다는 뜻이에요.


Q10. 장애가 있는 가족을 둔 누군가가 더 자유롭게 사랑을 표현하고, 관계를 맺기 위해 사회적으로 보완되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일단 비장애형제자매들이 솔직하지 못한 가장 큰 원인은, 가족들이 힘들까봐 그런 것 같아요. 나까지 힘든 티를 내면 가정의 분위기가 안 좋아지는 것 때문에.


그래서 제도적인 지원이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장애인의 가족들은 어떻게 보면 감정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24시간 노동을 하고 있는 거잖아요. 인식이나 교육도 바뀌어야 하지만 이건 비장애형제자매들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건 아니니까, 비장애형제자매들에게 도움이 되는 제도가 먼저 많이 생겨야 하지 않을까요? 전 사실 민아를 만나면서 '비장애형제자매'라는 단어를 처음 듣거든요. 복지 대상자들 중에서도 사각지대에 놓여 있지 않나 싶기도 해요.


Q11. 이 관계를 통해 얻은 가장 큰 배움이나 선물은 무엇인가요?


세상을 보는 눈이 하나 더 늘어났어요. 전 공대 출신인데, 비슷한 계열의 사람들만 주변에 있으니까 보는 눈이 이쪽 분야에 국한돼 있거든요. 그런데 민아를 만나고 나서 민아가 종사하는 특수교육 분야에 대해서도 찾아보게 되고, 비장애형제자매이기도 하니까 그 가족들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고.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진 게 가장 큰 배움이에요.


가장 대표적인 예로 저는 전장연의 시위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관련된 자료도 찾아보고 이야기도 들어 보면서, 그 입장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됐어요.


Q12.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두 사람이 정말 진지한 관계를 구축해 나가고 싶으면, 솔직함과 무조건적인 사랑, 이 두 가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건 아주 어려운 일이에요. 머리로도 생각하고, 몸으로도 실천하려고 하면서 달성해 나가야 하는 것 같아요.




사실 어떤 비장애형제자매에게는 형제자매의 장애가 콤플렉스나 결핍이 아닐 수도 있어요. 하지만 대체로는 장애형제자매는 '결혼 시장에서 매력적인 조건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크지요. 그래서 비장애형제자매인 저도 상대방의 생각이 궁금하고, 확인받고 싶은 마음도 크고, 한편으로는 걱정도 됐어요. 저에게는 이번 인터뷰가 남자친구의 생각을 들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어요.


저도 앞으로 이 관계가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겠어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게 삶이니까요.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이 관계가 저에게 정서적으로 너무나 큰 안정을 준다는 거예요.


물론 남자친구는 아직 제 동생을 만나본 적도 없어요. 처음에는 '모르니까 저렇게 말하지. 막상 내 동생 보면 생각이 바뀔걸?'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꽤 지난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저에게는 이런 사람이 필요했다는 걸 알았어요. '뭔지 모르지만 같이 하면 할 수 있어! 내가 네 짐을 같이 짊어질 거야.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네가 안정감을 느끼게 해 줄 거야.'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사람.


이 세상의 모든 비장애형제자매들이 정서적인 안정을 주는 사람들을 만나길 바라면서, 오늘 글을 마무리할게요.




*본 인터뷰는 인터뷰 대상자의 동의를 받은 내용으로만 구성되었습니다.

*대표 이미지 출처: can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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