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사파 여행
오늘의 글은 문자보다 사진이 많다. 지난 6월, 2주간 홀로 베트남 여행을 했다. 다낭에서 시작하여 후에(HUE) 그리고 하노이에서 마침표를 찍는 일정이었지만 하노이에 5일 넘게 있기엔 싫증을 쉽게 내는 나를 알기에 사파(SAPA)라는 지역을 추가하기로 했다. 하지만 후에에서 하노이까지 약 13시간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일정이었기에 약간은 망설였다. 오히려 무리했다가 이후의 일정이 고될 수 있기에. 하지만 그냥, 가기로 했다.
하노이에서 버스로만 약 8시간을 이동했다. 심지어 산골에 위치한 지역이라 구불구불한 길을 계속해서 오르락내리락해야했다. 멀미가 심한 나로서는 잠을 청하는 수 밖에 없었지만 쏟아지는 빗소리에 쉽게 잠에 들수도 없었다.
무사히 사파 도착. 말그대로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비가 오고 있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사파 중심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숙소를 잡아서 100만동의 택시비를 내고 더더 인적이 드문 곳으로 들어가야 했다. 그런데 이게 뭔가? 택시를 내리고도 숙소는 아주 깊은 산골짜기에 있었다. 숙소로 향하는 급경사를 올라가며 베트남에서 처음 곡소리를 냈다.
"아, 여기 괜히왔다"
그런데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 진흙길을 뚫고 정상에 서니 처음보는 광경이 펼쳐졌다.
저 멀리 산에 걸친 안개와 초록색 계단식 논. 그리고 길 왼쪽에는 아기 오리가 자기의 털을 부리로 단정하게 빗고 있었고, 오른쪽에는 숙소에서 내가 있는 곳까지 달려온 강아지가 꼬리를 마구 휘젓고 있었다.
해가 뜨면 또 다른 시야가 펼쳐진다.
눈이 시원하다는 표현. 모든 감각이 개운하게 열렸다. 비에 젖은 흙냄새, 덜 마른 풀의 비릿한 냄새. 논과 밭에서 벼슬을 휘날리고 있는 닭, 물 웅덩이에 몸을 씻는 병아리. 미지근한 공기의 흐름 그리고 자연에 어우러져 맑아지는 정신까지.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있을까.
물론 좋은 기억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 여행객이 술에 취해 나의 신체를 만지기도 했고, 억지로 술을 권하기도 했다. 그때문에 다음날 아침 이 숙소에서 빨리 도망쳐야 했다. 하지만 단연코 베트남 여행에서 가장 좋은 여행지라고 말한다. 사파에 올까말까 고민했던 순간이 아쉬울 정도로.
역시,
할까 말까 고민될 때는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