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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르몽드 Jun 21. 2023

03. 부끄럽지 않게

나 자신과 타협하기

어느 날, 나와 타협한 야식


퇴사를 했다. 사유는 '임금체불로 인한 권고사직'. 미련하게도 퇴사하는 날 눈물을 흘렸다. 돈을 받지 못한 원통함이 아닌 프로젝트에 대한 미련, 정든 사람들과의 이별 때문이었다.


처음으로 실업급여를 신청했다. 자발적으로 퇴사한 것이 아니라 자격이 된단다. 웃어야 할까 울어야 할까.  웃기로 했다. 스무 살부터 제대로 쉬지 못하고 달려왔기에. 쉼을 두려워하는 나에게 도전이자 선물로 생각하고 실업급여를 신청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바로 오늘,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게 되었다. 프리랜서로 일을 하고 있고, 보수는 최저시급의 1/4 수준이라도 소득이 있다면 취업으로 간주한다고 했다. 결국은 실업급여의 취지에 맞게 수급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런데 오늘 하루 기분이 좋지 않았다. 뭔가 빼앗긴 느낌이 들었다. 당연히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상실감이 컸나 보다.


잠깐 부끄러운 생각을 했다. 프리랜서 일을 그만뒀다고 해야 할까, 분명 프리랜서 소득을 신고하지 않고 수급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어떻게 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을까.


골똘히 생각할수록 나 자신에게 부끄러워졌다. '그래서 너, 거짓말하고 당당히 발 뻗고 잘 수 있어?' 당연히 대답은 NO다. 결국은 거짓말을 하는 것이고 그로 인해 얻은 돈은 언젠가는 인과응보로 빼앗기게 될 것이다. 그 형태는 돈이 아닌 운, 행복, 웃음, 좋은 사람, 건강 등일 것이다.


타인이 아닌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기란 참으로 쉽지 않다. 요즘 더 그런 생각이 든다. 타인에게 들키지 않아도 나 자신에게 당당했는지, 내 가치 기준에서 벗어난 행동은 아닌지. 과할 정도로 검열을 한다. 물론 지나친 자기 검열은 행동력을 앗아가는 독이지만 자신이 세운 도덕 기준, 가치관에서 움직이는 것은 나를 완성해 가는 핵심이다.


나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는 일, 나 자신과 타협하여 무너지지 않고 살아가는 일.


나, 잘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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