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맨날 왜 이런 차만 타?"
"이게 어때서, 엄마는 편하고 좋은데."
"우리도 제네시스 같은 거 사면 안돼?"
역시 우리 둘째답다.
잘하고 싶은 것도 많고, 멋지게 살고 싶은 욕심도 많은 아이.
요즘은 SNS를 통해서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많이 알려져 있다 보니 더더욱 그런 것들을 신경 쓰고 있는 것 같았다.
요즘 들어 유난히 무뚝뚝해지고 짜증도 많아진 아이 때문에 걱정이 되곤 한다. 친구들과 예민한 신경전이 이어지기도 하고 학업 스트레스며 넘쳐나는 스마트폰 세상의 유혹까지 내가 자랄 때와는 다른 세상에서 고군분투하는 아이.
부쩍 방에 문을 닫고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말 수도 적어지다 보니 둘째가 "엄마" 하고 부르면 나도 모르게 귀를 기울이게 된다.
'무슨 얘기를 하려나, 배가 고픈가?' 혼자 궁금해하고 있는데,
"엄마, 나 친구랑 롯데월드 가도 돼?"
"그래, 갔다 와. 엄마 좀 걱정되긴 하는데 저번에도 학교에서 다녀왔으니까 어려울 건 없겠지."
"알았어. 용돈 줘"
"그래 조심해서 다녀와. 친구랑은 잘 얘기된 거지?"
"응"
"아 그리고..."
'쿵, 딸깍...'
둘째 아이 방 문이 닫힌다. 용건은 끝났고 더 이상 엄마와는 할 이야기가 없다는 신호인 것이다.
난 속으로 또 생각한다.
'나도 간단하게 했어야 했는데, 또 이렇게 되는구나.'
다시 또 생각한다.
'아니지, 그래도 내가 용돈도 주고 허락해 주는데 엄마가 하는 얘기는 듣지도 않고 문이나 쾅쾅 닫고 예의가 없는 거 아닌가.'
때마침 어떤 육아서에서 본 내용이 기억이 나는 것 같기도 했다. 사춘기가 되면 어쩔 수 없는 걸 부모는 자꾸 예의의 문제로 끌고 간다고. 아니, 모르겠다만 확실한 건 이제 그만 그 생각에서 빠져나오는 게 좋겠다는 것이다.
롯데월드에 가는 날이 되었다. 둘째는 일찍부터 준비하고 나갈 채비를 하는 모양이었다.
그러더니 웬일인지 애타게 나를 불렀다.
"엄마! 엄마!"
"왜?"
"엄마, 내 제네시스 못 봤어?"
"제네시스? 네가 제네시스가 어딨어?"
"아니 저번에 제네시스 샀는데. 어디 갔지?"
"에잉?"
"찾았다! 내 제네시스"
딸아이 손에 들려있는 것은 '잔스포츠' 미니 백팩이었다.
지읒으로 시작하는 네 글자의 어렴풋한 기억이 만들어낸 착각이었다.
제네시스! 그리고 잔스포츠!
딱딱하고 진지한 날이 많은 둘째지만 이날만큼은 허당 같은 모습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렇게 둘째는 제네시스, 아니 잔스포츠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섰다.
아이가 신나게 롯데월드에서 놀 동안 나는 간단하게 집안일을 하고 장을 보러 나섰다.
잔뜩 저녁거리를 사서 들어오는데 아파트 주차장에 있는 검은색 제네시스가 눈에 띄었다.
평소 같으면 관심도 없었을 텐데 아침 사건 때문인지 그 차를 유심히 보게 되었다.
그러다가 어떤 장면을 상상해 보았다.
"엄마, 나 왔어. 얼른 타"
운전석의 창문이 내려가며 비로소 보이는 둘째의 얼굴.
언젠가는 둘째도 자기만의 일을 하면서
제네시스를 타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둘째의 방문은 닫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