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에는 잔소리 대신 보조 배터리

by 레몬탐정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010 ×××× ○○○○

스팸일까 망설이다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엄마 나야, 이거 ㅇㅇ이 폰이거든. 내 폰 배터리가 없어.

오늘 학원 끝나고 친구랑 밥먹고 갈거라 늦어 .

급한일 여기로 연락 줘"

"알았어. 다음부터는 미리미리..."

뚝-


또 시작이다.

밤 늦도록 이것 저것 들여다 보더니

핸드폰 충전도 안해두고 급할 때는 꼭 연락이 안된다.

아무리 잔소리를 해도 소용이 없다.


그래도 또 애들을 뭘 좀 해서 먹일까 하고 마트에 갔다.

닭이랑 두부랑 국거리 고기도 넣고

나물거리도 좀 집어보고

우유랑, 냉동 식품도 몇 개 고르고

아이가 좋아하는 딸기랑 귤까지

이것 저것 담다보니 금방 카트가 가득 찼다.


오늘따라 계산대에 기다리는 사람도 많고 마트가 분주했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11만 8920원입니다."

"네 삼성 페이로 할게요"


앗. 핸드폰을 꺼냈는데 배터리가 5프로였다.

배터리가 부족하여 삼성페이를 이용할 수 없다는 안내문구가 나왔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카트 가득 담긴 물건을 다시 제자리에 두어야 하나?

뒤에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을 보니 식은 땀이 났다.


"저 배터리가 부족해서, 계산을 할 수가 없는데 어쩌죠?

송해요. 전부 다시 갖다 놓을까요?"

"잠깐 기다리세요."

점원이 밑에서 뭘 부스럭 거리더니 자기 가방을 꺼냈다.

그러고는 보조배터리를 건네 주었다.


"살다보면 누구나 다 그럴때 있어요.

이거 꽂아서 해보세요. 다 그런날 있는거에요."


점원이 건네준 보조배터리를 꽂아서

겨우 겨우 결제를 마치고

정말 감사하다고 말씀드리며 보조배터리를 돌려 드렸다.


그날 저녁 나는 인터넷으로 보조배터리 두개를 주문했다.

내 것 하나, 아이 것 하나.


이제야 알겠다.

사춘기 아이에게 필요한 건

잔소리 대신 보조배터리라는 걸.


오늘도 나의 인내심은 충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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