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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몬숲 Dec 15. 2023

경계의 질문

바운더리

"응, 좋아지고 있엉.

시간이 필요한 일이지만. "


안녕을 묻는 것에도 예의가 필요하다. 나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취조받는 듯한  이상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정말 나의 안위가 궁금한 것인지 나의 안위를 궁금해하는 자신의 지적욕구를 충족하는 것인지 모르겠는, 대화 후에 남는 이 찜찜함은 뭘까


지적인 욕구, 지적인 호기심은 좋은 것이다. 그러나 경계가 없는, 타인의 마음에 대한 호기심만 있는 대화는 진짜 대화라고 할 수 있을까?


어쩌면 나의 방어기제가 그것을 왜곡하여 해석할 수도 있다. 상대방의 호의는 분명하다. 허나 나의 안녕을 생각하는 것 같으나 사실은 나의 이슈가 궁금했던 것은 아니었을지. 그렇다면 그것은 무례라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애매하고 흐지부지한 것을 싫어했다. 나는 '그냥' 하는 것을 싫어한다. 어떤 행동에는 분명한 기제가 있으니까.


자신의 무지로 행동한 것에 타인이 상처를 받았다면 그것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걸까? 경계를 바로 세우지 못한 사람에게? 무례함을 모르고 달려든 사람에게?


나도 누군가에게 그랬지 싶은 미안함과 건강한 바운더리를 세우지 못한 반성과  인간의 마음에 대해 생각한다.


인간은 하나님의 창조물이라는 정답 말고 인간의 일들에서 인간의 존엄을 찾고 있다. 정답을 안다고 해서 그렇게 사는 것은 아니다. 결국엔 지혜는 삶이고  신앙은 정말 별 것이 아니지만 또 삶을 지탱해 주는 별 것이다.


인생 근원에 대한 질문이 넘쳐나는 시간에 나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나에게 나는 정말 좋은 사람이었을까? 이제는 정말 주어가 무엇인지 배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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