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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몬숲 Dec 21. 2023

부러진 흔적을 가진 줄기

새로 난 잎사귀

튼튼했다. 테이블에 올리는 작은 1개짜리 몬스테라 잎사귀는 6개의 튼튼한 찢잎을 가진 잎사귀였다. 사연 많은 몬스테라가 되어 1줄기가 겨우 살아남았다. 좀 더 보살펴 주지 못한 것이 미안해서 뿌리를 정리하고 분갈이를 해줬더니 새로운 잎사귀가 난다. 생명이란 것은 사랑받고 보살핌을 받으면 티가 난다. 


과거에 부러진 줄기가 부러 진대로 너저분해진 것 같아 예리한 칼로 잘라줬다. 줄기는 생각보다 튼튼했고 난 힘조절에 실패했다. 새로 나기 시작한 여리한 몬스테라는 칼 끝이 닿자 바로 부러졌다. 


과거 역시 몬스테라인데 아무것도 없던 일처럼 하고 싶었나 보다. 그럴 수가 없는 일인데. 


새싹이 부러진 것을 보고 후회했다. 이미 부러진 줄기도 몬스테라의 한 부분이었는데 왜 나는 부러진 줄기가 보기 싫었을까? 생각해 보면 6개의 잎사귀를 견뎌내었으니 그동안 수고 많았다고, 잘했다고 칭찬받아야 할 줄기였다. 6개의 잎사귀를 견딘 것도 만만한 삶은 아니었을 텐데. 나는 왜 부러진 흔적을 바로 지워버리고 싶었을까 


과거는 이미 지나갔다. 그러니 돌이킬 수 없는 것에 마음 쓰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과거에 살면 오늘을 살지 못한다. 과거에 머물러 있는 시간은 오늘이라는 시간을 좀먹는다. 오늘에 머무르겠다는 다짐은 아주 작은 것이지만 인생은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변화된다. 


부러진 줄기는 스카치테이프로 잘 봉합했다. 잘 붙을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은 다 했다. 새로운 잎사귀가 나는 것은 시간이 필요하다. 어쨌든 새로운 것은 다시 날 테니까 더 잘 돌봐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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