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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몬숲 Jan 04. 2024

선생님 몇 살 같은데?

현타

폭력과 우울증에서 생존하였더니 이젠 먹고살 걱정을 하며 살아야 한다. 인생이란 왜 이리도 고단한 것인가. 하~ 먹고사는 것이 이리도 고되구나. 나의 1시간 노동당 가격표가 급격히 줄어들으니 이거 나 잘 살아 나온 거 맞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많이 우울했다.


처음으로 키즈카페 알바를 했다.


애들은 너무 예뻤다. 쫑알거리면서 처음 본 나에게 "선생님~ 선생님은 몇 살이에요?" 묻고 자기들의 고민을 털어놓는다. 이 거리낌 없는 게 좋아서 애들을 좋아하지 내가.


"선생님 몇 살 같은데?"

"19살이죠?" 오메.. 선생님 3n 년 살인데 19살이라니...  고마워라.

"너의 생각에 길게 훗 비밀이야"


한국에서 동안인 것은 40대가 넘어서야지만 효력이 발생하는 것 같다. 30대 여자가 동안이어 봤자 한국은 나이 제도가 있으니까 동안이어 봤자란 말이다.


키즈카페에는 여자만 근무하고 있었다. 여자들끼리만 근무하는 곳은 어디든 무섭다. 텃새와 기싸움이 장난 아니다. 저 그냥 하루 알바하러 온 건데요... 무서워요.. 못생긴 여자일수록 더 무서워진다...(나는 외모지상주의자가 아닙니다.)


8시간 동안 나의 노동력과 리액션은 탈탈 털리었다. 그냥 하루 알바인데 왜 이렇게 아이들과 상호작용을 하고 있는지 누가 나 좀 말려줬으면. 그냥 어떤 아이들이던지 살면서 친절한 어른 하나 경험하게 하고픈 나의 이상한 책임감이랄까.


내 앞에서 쫑알쫑알 말하는 너.

'그런데 얘야 너는 행복하니? 선생님은 너무나 피곤하네. 그래도 너랑 같이 노는 것은 즐거웠어 얘야.'라고 속으로 읊조렸다.


어쨌든 오늘 하루 대한민국 사회의 일원으로서 이바지했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 뿌듯 1초했지만 너무 지친다. 


터덜터덜 나오는데 휴대폰이 울린다. 자동이체 알림 문자이다.


나는 오늘 하루 체력이 갈렸는데 텅장이 되는 것은 한순간이다. 오늘 하루 벌이보다 자동이체로 나간 돈이 3배가 되니 너무 큰 현타가 와서 머리가 아파왔다.


하~~~~~~~~~ 인생~~~~~~~~~~~ 나 이제 겨우 살아남았는데~~~~~~~~~  돈!!! 돈!!!!! 그놈에 돈!!!!!!!


결국 모든 것은 없을 무(無)이던가 신세한탄하며 이제 아무리 추워도 보일러는 틀지 않을 거란 쓸쓸한 마음으로 집에 왔는데 집이 따뜻하다. 텅장은 되었지만 집은 따뜻하다.


그래.. 오늘까지만 따뜻하게 자자.. 내일부터는 진짜 꺼야지.


선생님 점심도 못 먹고 일했는데 네가 만들어준 브런치 너무 맛있었어. 고마워 행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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