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하나를 봤다. 3살짜리 아이와 엄마가 차를 타고 가고 있다. 아이는 카메라로 차 밖의 풍경들을 찍었다. 영상에는 아이의 손바닥도 보이고 화면도 흐릿하고 엉망진창이다. 그런데 엄마는 아이가 촬영한 영상을 보며 폭풍 칭찬을 한다.
이 모습을 보니 그 사람이 떠올랐다. 그는 아내를 바란 것이 아니라 자신이 무슨 짓을 해도 칭찬하는 엄마를 원했다.
그는 자신의 해결되지 않는 감정을 나에게 전가하고는
자신을 편하게 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상황을 엉망진창을 만들어 놓고는 자신을 칭찬하지 않는 나를 향한 그 비난과 모진 말들이 떠오른다.
언제쯤 이 괴로운 순간들은 잠잠해질까.
이혼의 후폭풍은 언제까지일까?
이혼은 "부부가 혼인 관계를 소멸하고 결혼하지 않은 상태로 되돌리는 행위"이다.
이혼을 검색하다가 연관검색어로 되어 있는 가정폭력을 눌렀다. "가정폭력이란 가정구성원 사이의 신체적, 정신적 또는 재산상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위협하거나 물건을 던지거나 부수는 것 역시 정서적 학대"라고. 그를 떠날 수 없었던 이유는 학대받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했고, 나만이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였다.
그 사람은 사실혼으로 2년 동안 동거했던 사람과 혼인신고 후 결혼식을 안 했다는 이유로 혼인무효가 돼서 나를 속였다. 나는 그와 결혼식 후 신혼여행부터 4개월 동안 악몽같이 살았는데 혼인관계였다니 뭔가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혼인무효인 것을 말하지 않고 결혼했던 그 사람이랑 나는 혼인무효가 될 수 있을까 검색했다. 그 사실을 알았던 때부터 3개월 이내에 신고를 해야 한다고. 그 사람의 거짓말을 좀 더 빨리 알았다면 나는 소송을 할 수 있었을까?
나는 하나님과 사람에게 정직하고 싶어서 혼인신고했다.
그런 나는 이혼 딱지가 붙었다.
정직하게 사는 것이 너무 바보같이 느껴진다.
이혼했다는 거. 그냥 서류에 남아 있는 것 말고 다른 것이 있을까? 하며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해도 혼인신고서를 발급했을 때 쓰여 있는 '이혼'이라는 딱지가 유독 아프게 느껴진다. 괜찮다고 마음을 다독여봐도 신혼이 없었는데 이혼이라는 게 너무 서글프다.
상담실에 갔다.
"선생님, 저는 사람들을 만날 때 괜히 속이고 있는 것 같이 느껴져요. 제가 이혼한 것을 상대방에게 말하지 않고 사람을 만나도 되는 걸까요? 저는 이제 교회에 가면 청년부인가요? 여성부인가요?"
이혼을 하면 배우자가 없다. 배우자가 없으면 미혼인가? 미혼은 아직 결혼을 안 한 상태다. 그런데 나는 결혼을 했는데?
사람이 태어나서 한번 실수를 할 수도 있지.
그래도 4개월 만에 다 끝내서 다행이지.
중요한 건 내 목숨을 지켜내는 것이지.
라고 생각하다가도
나는 혼자 살아야 할 팔자였나
나는 왜 속았을까
그 사람은 나를 속일 때 기분이 어땠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저릿저릿하다.
이혼이 흠이 아니라고 하는 시대라고 하는데도 누군가 내 뒤통수에 대고 "쟤 이혼했대"하는 소리가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