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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몬숲 Feb 29. 2024

진심을 쏟을수록 상실감은 더 크다.

올 거면 와야지


기분이 아주아주 안 좋은 날.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색을 입었다. 밝은 하늘색 셔츠를 쳐다보기도 싫을 만큼 아무 말하고 싶지 않다. 버스를 탈까 택시를 탈까 고민하며 집에서 나왔다. 마침 택시 한 대가 내 앞을 지나간다.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는 데 내 옆에 선다. 신호 대기선에 선다. 빈차라는 빨간 안내 표시등을 확인한다. 택시를 탔다.


비가 미치게 쏟아진다. 택시 기사님은 뉴스에서 일주일 동안 비가 온다고 말했다. 그녀의 여러 수다 중에 내 마음을 때리고 간 한마디.


"올 거면 와야지."


삶에 있는 아픔과 결핍을 부정하면 삶의 풍성함이 위축된다. 고통에 노련해지는 것은 고통에 휘둘리지 않고 현재 하던 일을 지속하는 것이다. 통제할 수 없는 기회들에 있어 필요한 "운"은 무엇이고, 어디에서 오는 걸까. 인생의 큰 그림이 있다고 믿으나 온전하지 않은 나는 운을 가진 사람이 부러웠다. 애써도 가질 수 없는 것이 질투 났다. 그런데 오늘 문득 이게 내가 있어야 하는 지평이라면 하는 깨달음에 마음이 편안하다.


진심을 쏟을수록 상실감은 더 크다. 사람들은 왜 이렇게 화가 나있을까? 세상은 탓할 사람을 찾는다. 친절하게 살고 싶은데. 절대로 그래선 안된다는 원칙이 없는 정글은 돈이 되냐로 사람을 판단한다. 부자가 되고 싶다. 돈이란 뭘까.


내가 평가하고 평가받는 것을 괴로워하는 만큼 세상의 평가를 받는다. 매 순간 나 자신이 되는 것을 도전받는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뭘까? 나는 불 가운데서 살아남았다. 내 생각은 단순해질 필요가 있다. 오늘 저녁은 맛있는 거 먹어야지.


오늘의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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