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의 글을 읽는다는 것
"저는 남이 나를 파악하는 것이 싫어서 글 쓰는 게 싫어요"
내가 쓴 글을 좋아하는 누군가가 나에게 했던 말이다. 다른 사람의 글을 읽는다는 건 누군가의 생각을 들여다보는 인간관계의 방식이다. 글에서는 그 사람을 느낄 수 있다. 나는 타인의 글에서 그의 독특한 캐릭터, 따뜻한 말, 온기, 사려 깊음이 느껴지면 글쓴이에게 빠져든다.
책상에 앉아 글만 쓰고 싶지만 글을 쓰려면 밥을 먹어야 한다. 밥을 먹으려면 돈을 벌어야 한다. 글을 써서 밥을 먹는 사람이 되고 싶다. 글쓰기를 좋아하면서도 두려워하는 것은 과정을 보여주는 것에 거부감을 느껴서였다. 해 아래 새것이 없지 않은가? 내가 쓰고자 하는 글들은 누군가가 이미 쓴 것인데 그 글을 내가 아직 발견하지 못했기에 내가 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아닐까?
사람을 움직이는 글쓰기라는 게 어쩌면 결국은 모두가 마음에 담고 있는 어떤 말을 작가의 언어로 표현한 글이 아닐까 싶다. 내 글을 통해 누군가의 마음이 움직이고, 친절함을 느끼고, 맞춤법이 잘 맞아 눈에 쏙쏙 들어오는 글을 쓰고 싶다.
좋은 글을 쓰려면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이 정답인데 이래저래 많이 분주했다. 왜 이렇게 뭘 해도 피곤하고 뭔가 덜한 것 같은 느낌이 들까 생각해 보니, 첫째로 여전히 불면증이 있어서 수면장애가 있고 둘째로 글 쓰는 시간이 확 줄게 된 것을 깨달았다. 역시 나는 써야 되는 사람이었어.
내가 요즘 터득한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면 생산성을 위해서는 꼭 쉬는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에너지가 약한데 책임감이 많은 사람이다. 그래서 뭐든 탁월하고 싶었다. 에너지를 짜내 책임감을 커버했다. 어째서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은 것인지. 그래도 지혜롭게 한계를 설정하는 방법들을 터득한다. 생각을 줄이는 것이 어렵지만 현재는 소중한 거니까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글쓰기를 위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줄일 수 있는 것들을 줄여갈 생각이다. 원치 않는 마찰들이 생길 수도 있을 테지만 시간은 소중한 거니까. 하루를 글쓰기로 정리하는 것부터 다시 시작해야겠다. 나는 이제 나를 가성비와 생산성에만 몰아넣지 않는다.
어떤 압박을 받는 느낌이 들면 나는 흥분해서 말을 빨리 내뱉는데 그건 상대방을 잘 이해하고 싶은 마음에서 오는 방어기제인 것을 알게 되었다. 그냥 압박감에 신경을 끄면 되는 일이다. 여유를 갖고 단단해진다. 타인에게 나를 통제할 권한을 부여하지 않으면 될 일이다. 관계를 잃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때 생각보다 어른이 되어간다. 타인을 단정 짓지 않고 나를 보호하는 것이라면 애써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정서적 애착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 나는 자꾸만 안전한 공간을 찾고 싶다. 평생의 과제일 것 같으나 원망하진 않는다. 왜냐하면 나는 과제를 잘하니까. 그냥 나에게 조금 더 발달된 감각 정도로 생각하기로 했다.
나의 결핍에 필요한 정서를 내가 나에게 채워주고 그걸 알아봐 주는 사람들을 만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