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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의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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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몬숲 May 05. 2024

좀 징그럽고 미안하지만 친해져보자

생애 첫 흑염소



파워 P 엄마는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시다

나에게 전화를 했다.


"나 너네 집 간다."


"왜?"

"안돼?"

"되지 ㅋㅋㅋㅋ 언제 도착해?"

"택시 타고 가고 있어 10분 후에 도착"


엄마는 30분 후에 도착했고 "딸랑구~ 딸랑구~" 하면서

집 문을 두드렸다. 한 손에는 큰 박스가 있었다.


"엄마 이거 모야?"

"아~ 너무 무거워. 이거 때문에 택시 타고 왔어."

"이게 몬데??"

"좋은 거야 좋은 거"


엄마가 좋은 거라 하면 뭔가 수상하다.


"또 이상한 거 아니야?"

"야~~ 아니야 나도 그런 거 싫어해. 너 소고기 좋아하지? 그런 거야"

"헐.. 설마 흑염소 이런 거야??"

"어~~ 한 마리당 60만 원인데 내 친구 한 박스, 너 한 박스, 나 한 박스"

"엄마 ㅜㅜ 흑염소 불쌍해. 나 안 먹을래"

"돼지고기 소고기 같은 거야. 편견을 가지지 말고 먹어봐. 일단 효능부터 검색해 봐"


나는 엄마의 말씀대로 네이버에 들어가 흑염소 효능에 대해 검색했다.


"몸이 차가운 사람에게 좋다"

"너잖아"

"면역력에 좋다"

"딱 너야 너"

"여자한테 좋다"

"네가 먹어야 되는 거라니까~~~"


그러다가 식구들 얘기하다가 연금 얘기가 나왔다.


"엄마가 이제 늙었나 봐. 여기도 아프고 저기도 아프고~~~ 내 연금은 너야~"

"아니야~~~~ 엄마의 연금은 엄마가 내고 있는 보험이야 ㅋㅋㅋ미안해"


엄마는 "네가 아프다고 할까 봐 걱정돼~"라고 했다.

아니 근데 나 뜨끔했다.

편두통 다시 시작된 건 어떻게 알았지? 덜덜


웃고 떠들면서 이야기하다가 엄마가 틈새에 들어왔다.


"흑염소 한번 지금 먹어보자"라고

"한입 먹어보고 이상하면 가져가겠다"라고

"한포먹고 배 아프면 가져가겠다"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나는 너를 제일 먼저 생각하고 그다음은 나를 생각해"라는 말에

"하... 그러면 한포만 먹어볼게" 했다.


엄마는 당장에 한포를 집어들고 오셔서는 가위로 잘라

친히 흑염소 한포를 하사하셨다.

너무 징그럽고 미안한데 생각보다 괜찮은 맛....;;

포장지에 그려진 흑염소 사진이 날 노려보는 것 같다.


엄마는 "어때?"

나는 "먹을만한데 흑염소한테 너무 미안해ㅜㅜ"


그렇게 한포를 탈탈 털어먹고 잠에 들었는데

아니 근데 왜 아침에 눈이 번쩍 떠지는 거임?...ㅎ

이 개운함 무엇인가?;;


엄마의 사랑 때문인 건가

흑염소 때문인 것인가...


흑염소의 희생으로 나는 나음을 얻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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