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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몬숲 May 14. 2024

결혼이나 이혼하고 싶나요?

미혼과 기혼 사이의 현타

SNS에 올라와 있는 결혼 잘하는 방법 같은 글을 보면 나는 종종 냉소적으로 반응한다.  

결혼할 사람을 알아보는 방법보다 나 자신에 대해 아는 게 더 중요하다.


내가 좋은 사람이 되면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게 아니라 

내가 나를 알아야 어떤 사람을 만나야 할지 알 수 있다.

세상 사람들은 다양한 경험을 한다. 


내가 내 속에만 갇혀 있다면 나는 너무 소중한 보물을 잃는 것이다. 나 라는 존재. 

이 모든 것을 다 안다고 해도 인생은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것이다.


오래 사귀던 사람이랑 결혼 직전 파혼하게 되기도 하고 

아무 문제 없이 결혼했어도, 결혼 후 외도, 돈, 폭력, 부모님, 성격차이 갈등 등으로 이혼하게 되기도 하고

너무 사랑하고 너무 좋은 관계더라도 죽음으로 이별 하게 되기도 한다. 


나는 미혼일까, 기혼일까. 현타 올 때가 있다. 

법적으로는 미혼이나 

행정상 결혼여부의 선택이 미혼, 결혼, 이혼, 사별, 기타 사유를 선택해야 한다면 이혼이다.

왜 법원에서 미혼이라고 인정해줬는데 행정 서류에서는 결혼여부를 선택하게 하는 걸까?


신혼 없는 4개월 만의 이혼. 

나는 결혼생활이 뭔지도 모르는데 이혼한 돌아온 싱글인게 한동안 많이 억울했다. 

혼인신고 안하고 사실혼, 동거로 몇년 사는 사람들도 있는데 나는 혼인신고를 했을까 하는 후회도 들었다. 30대 돌싱녀이지만 나는 그냥 나다. 여러 선택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니 조금 괜찮아진다.


나를 처음 만난 사람은 나를 20대로 본다.

30대 돌싱이나 동안에 키가 작은데 화장을 연하게 하고 피부가 좋아서 나이 티가 안 난다는 거. 개이득. 

그러나 소개팅을 받는 게 아직은 부담스럽다. 왠지 속이는 기분이 들어서. 

그리고 내가 이혼한 것을 모르는 사람에게 미혼이라고 말하면 마음이 완전 편하지는 않다. 

누군가가 '이혼'이라는 단어를 꺼내면 나도 모르게 듣고 있게 되기도 한다. 아직은 그렇다. 


좋은 사람과 연애, 결혼을 하고 있다면 그것은 정말 큰 복이다. 

그저 각자의 삶의 영역이 있는 거겠지. 인생은 알 수 없는 것 투성이다. 


이혼은 정말 가능하면 해서는 안될 짓이다. 연애하고 헤어지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종류의 아픔으로 그 과정은 지옥이고, 내 존재를 부정 당하는 경험,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지나는 영혼의 깊고 깊은 거절감을 느끼는 상처이다. 


그래도 이혼을 해야겠다면, 후회없는 이혼을 하고 싶다면

상대방이 죽거나 내가 죽어야 끝날 것 같은 상황이라면 이혼해야 한다. 

내가 나를 죽이던, 상대방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이혼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하나의 선택으로서 이혼을 생각한다면 분명 후회하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혼이 흠이 아니라고 하지만, 이혼은 이혼이다.

정작 이혼한 사람은 그게 얼마나 깊이 패이는 상처인지. 굳이 굳이 겪지 마셨으면 한다.


그러니 결혼하기 전에 부디 매의 눈으로 상대방을 살피시길.

갈등이 생겼을 때 상대방이 문제해결을 어떻게 하는지 잘 살피고, 

그 집안 분위기, 상대방이 자신의 부모님과의 관계가 어떤지 살피고, 

그러나 부모는 자신이 선택하는 것이 아니기에 상대방 부모님에게 문제가 있다면, 

상대방이 부모님과 본인 사이에서 그 관계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살피고, 

자신의 애착과 결핍을 어떻게 풀어가는지 살피고,

성격의 단점을 어떻게 해결해가는지 살피고, 

살피고, 살피고, 살피시길 권장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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