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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굿모닝선샤인 Jan 04. 2022

글 쓰는 삶으로 나아가기

<작가의 시작>을 읽고


나만의 공간 만들기

    

자신만의 공간이나 책상, 탁자 등, 자신이 글을 쓸 곳을 치우고 좋아하는 물건이나 사진을 놓아두어 그것을 유혹적인 곳으로 만드는 것이다. 결국 그것은 영감을 유혹하는 일이다.
언제 어디서 글을 쓰든 집필 시간과 집필 공간을 신성하게, 즉 불가침의 시간과 장소로 만들어라.     


카페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깔끔한 인테리어와 깨끗하고 단정한 공간이 주는 힘을 믿는다. 호수가 보이는 창가 옆 원목 테이블에 앉아 하얀색 묵직한 커피 잔을 바라본다. 조용하고 나긋한 음악이 공간을 감싼다. 공간이 주는 힘은 대단하다. 평일 오전 카페에는 사람이 별로 없다. 나 혼자 그 분위기 있는 카페 공간을 차지하고 앉아 라테 한 모금 마신다. 너저분한 집안 풍경은 눈에서 거둔다. 단정하고 차분한 공간에 앉아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차오른다. 무엇이든 새로 시작하고 싶은 상쾌함에 사로잡힌다.

    

아이 둘을 등원시키고 집에 돌아오면 청소와 설거지하기에 바쁘다. 집은 편안한 공간이지만 동시에 나의 일터이다. 어질러진 장난감이 눈에 밟히고, 늘어놓은 옷가지들을 그냥 보고 지나칠 수가 없다. 집에서는 책을 읽거나 글쓰기가 어렵다. 청소하기 바빠서 집안일에 시간을 빼앗긴다. 그래서 아이를 등원시키자마자 근처 카페 가는 것을 좋아한다. 그곳에서는 집안일과 아이들 걱정을 잠시라도 잊고 글에 집중할 수 있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끝 방에 내 책상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식탁으로 쓰던 테이블을 창가 앞에 놓고 책장을 샀다. 여기저기 널려있던 책들을 정리해서 나만의 서재이자 홈 카페를 만들었다. 더 이상 나가서 쓸 수 없는 상황이 왔기 때문에 집안에 나만의 유혹적인 공간을 만들어야 했다. 하얀색 커튼을 치고 좋아하는 페페와 고무나무 화분을 올려두었다. 감명 깊게 읽은 책들을 꽂아두고 하얀색 스탠드도 마련했다. 아무리 집안이 어질러지고 난리가 나도 그 책상 자리만은 늘 깨끗하게 치우고 정갈한 모습으로 유지하려 애썼다.

      


아이가 잠들면 내 책상에 앉아 부드러운 음악을 켜고 책을 읽고 글을 썼다. 따뜻한 우유 거품을 가득 올린 진한 라테를 마셨다. 햇살이 간질거리는 커튼 사이로 수줍은 얼굴을 반짝거렸다. 말간 햇살이 닿은 페페 화분의 연두색 이파리가 반짝거리며 빛을 머금었다 반사했다. 짧은 낮잠시간은 나에게 주는 작은 선물 같았다. 그 자리에 앉으면 마치 마법처럼 다른 세상으로 넘어갔다. 집이 아닌 다른 장소의 카페에 앉아 있는 착각이 들었다. 잠시 엄마에서 벗어나 나로서, 읽고 쓰는 나의 본모습으로 돌아온 것처럼 마음이 충만하게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내 지친 영혼을 잠시 뉘이고 쉼을 허락하는 시간이었다. 다시 엄마로 돌아가기 위해 에너지를 충전하는 공간이었다.                              


자기 단련의 글쓰기

    

존 그리샴은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무식하고 혹독하지만 아주 중요한"의식을 치렀다. 목표는 하루에 한쪽씩 쓰는 것이었다. 새벽 5시에 알람시계가 울리면 일어나 샤워를 하고 5시 30분쯤에 커피와 노란 괘선지첩을 챙겨서 글을 쓰려고 앉았다. 일주일에 5일 동안 이런 생활을 했다. 어떤 날은 겨우 10분 만에 한쪽을 다 썼고, 또 어떤 날은 두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다 쓰고 나면 생업인 변호사 일을 하러 갔다. "그렇게 나는 자신을 혹독하게 단련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자기 단련의 좋은 점은 영감이나 재능과 달리 누구나 언제든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면 재능, 인내, 엄청난 노력은 좀처럼 구분되지 않는다.      


2021년 1년 동안 100권을 읽었다. 그렇게 읽고 나니 글이 쓰고 싶어졌다. 내가 읽고 느낀 것을 표현하고 기록해서 남들에게도 전해주고 싶었다. 글쓰기 책을 다수 읽고 글쓰기 강연을 들었다.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있었다. 바로 매일 꾸준히 쓰는 것이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분량을 쓰라고 했다. 글쓰기 근육을 단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40일간 매일 A4용지 2장 쓰기’에 도전하기로 했다. 잘 쓰든 못 쓰든 일단 쓰라는 말을 마음에 새기고 매일 아침 미리 정해둔 주제를 바탕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엔 무슨 내용을 써야 할지 어떻게 전개해야 할지 막막했다. 쓰고 나면 형편없는 글이 완성되어 모두 지우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마음에 들지 않은 글이 부끄러워서 비공개로 저장했다. 그러나 하루, 이틀, 한 달이 지나고 조금씩 글쓰기 두려움이 사라졌다. 어떤 날은 한 시간도 안 되어서 2장을 완성했다. 내가 쓴 글을 브런치에 올렸다. 마음에 안 들어도 매일 쓰고 발행하려고 애썼다. 조회 수는 늘 한 자릿수에 그쳤다. 누가 보든 말든, 그저 나 자신을 위해 쓰고 또 썼다.

      


어느 날, 조회수 1000이 넘어갔다는 알람이 떴다. 아무도 보아주지 않던 내 글을 갑자기 누가 이렇게 많이 본 것일까? 당황했다. 알고 보니 다음 포털 사이트 메인에 내가 쓴 브런치 글이 노출되었던 것이다. 며칠 뒤에는 또 다른 글이 카카오톡 뉴스 탭 메인에 걸렸다. 모르는 사람들이 ‘구독하기’ 버튼을 누르고, 댓글을 남겼다. 고군분투 육아 경험에 응원을 해주고 격려의 말들을 전했다.      


“작가님이 쓴 글을 보고 울컥 마음이 아팠어요. 전 아이가 없지만 저희 엄마가 어떤 마음으로 자식들을 키웠을지 생각하게 했어요. 작가님의 또 다른 글을 보고 싶어요. 응원하겠습니다."    


“달달한 커피 한잔 하시고 아이가 재잘거리고 남편이 웃는 보금자리로 가셨겠군요. 작가님의 행복이 아이와 남편에게 전해져 더욱 건강하고 즐거운 집이 그려지네요. 행복한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아이가 있는 방에 가서 웃음 한번 날려줘야겠어요~”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글로 쓴 생각과 마음가짐이 다른 사람의 마음에 닿았다는 것. 그것은 기적 같은 설렘이었다. 글을 쓸 때 나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조회 수가 늘고 댓글이 많이 달리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감사한 것은 매일 쓰면서 단련된 내 글쓰기 근육이다. 오늘도 책상 앞에 커피를 들고 앉아 노트북을 켠다. 두려움과 답답함이 다가와도 일단 쓰고 또 쓰며 나아가는 것. 그 꾸준함이 나를 변화시킬 것을 안다. 꾸준한 인내와 노력이 내 글을 발전시켜줄 것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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