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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굿모닝선샤인 Jan 06. 2022

원데이 클래스 해봤니?

엄마들의 배움에는 열정이 있다

   

© ana_tavares, 출처 Unsplash


토요일 자정이 되면 지역 맘 카페에 각종 원데이 클래스 관련 게시 글이 뜬다. 게시 글을 살펴보다가 우연히 ‘앙금 플라워 케이크 만들기’ 수업 모집 글을 발견했다. 곱게 올린 앙금 꽃이 피어난 백설기 떡 케이크 사진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나도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에 신청 글을 남겼다. 아이 300일 기념일을 앞둔 날이었다. 아이를 위해 특별한 케이크를 직접 만들어 주고 싶었다. 토요일 오전 남편에게 아이를 맡기고 나섰다. 집 근처 아파트 가정집이었다.      


“저도 평범하게 아이를 키우는 엄마였어요. 취미로 하던 떡 케이크 만들기를 계속하다가 수업을 열게 되었어요.”     


엄마여도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놓지 않고 계속해 나가는 용기와 추진력에 감탄했다. 평범한 엄마 세 명이 모였다. 다들 처음 해보는 체험 앞에서 설렘으로 상기된 얼굴이었다.     


먼저 앙금에 식용색소를 풀어 갖가지 장미 꽃잎 색을 만들었다. 색소를 얼마나 섞느냐에 따라 색감이 다양하게 달라졌다. 마치 자연 속에서나 볼 수 있는 것처럼 물빛을 담은 붉은색, 달빛을 받은 붉은색 등 내 손에서 다양한 장미꽃 잎 색이 태어났다. 준비된 앙금을 짤 주머니에 넣고 깍지를 끼워 꽃잎 모양을 짜냈다. 처음 하는 것이라 꽃잎이 제 각각 삐뚤빼뚤 어설픈 모양으로 나타났다. 계속하다 보니 제법 모양이 갖춰졌다. 여려 겹으로 감싸 이루어진 장미꽃잎을 표현하기 위해서 봉오리부터 꽃잎을 하나씩 더해 풍성한 꽃 모양을 만들었다. 어색하지만 꽃이라고 우기면 고개를 끄덕일 만한 꽃 한 송이가 놓였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즐거움이 맘속에 퍼져갔다. 체에 쌀가루를 곱게 쳐 내려 찜기에 넣고 백설기를 만들었다. 백설기 위에 고운 장미꽃 송이들과 이파리를 장식해서 케이크를 완성했다. 완성작을 마주했다.      


‘내가 이걸 만들었다니! 내가 해냈다!’     


뿌듯함에 환호성이 터져 나와 입을 틀어막아야 할 정도로 가슴이 벅차올랐다.      


손재주라고 하나 없는 내가 이런 만들기에 도전하다니! 결혼 전이라면 생각도 못 했을 일이다. 육아에만 빠져 살다 보니 뭐라도 새로운 일을 하고 싶었다. 매일 똑같은 지루한 육아 생활이 나로 하여금 그 외에 새롭고 다른 일을 도전하게 했다. 2-3시간 남짓한 작은 시간이었다. 그러나 이 작은 도전이 배운다는 설렘에 빠지게 했다. 도전 후 느끼는 성취감과 할 수 있다는 용기가 나를 꿈꾸게 했다. 아이가 300일간 자라는 동안 매일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었고 나는 그 지루함에 침잠되어 늪으로 빠지고 있었다. 잠깐의 일탈 같은 배움의 시간이 나를 새로운 세상으로 인도했다. 300일 기념 케이크에 촛불을 붙이며 다짐했다.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들어 계속 도전하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내 행복도 찾아야겠다고.


© pixel2013, 출처 Pixabay


두 번째 원데이 클래스는 마카롱 만들기였다. 비싸고 너무 달아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 디저트였다. 예쁜 게시 글 사진에 혹해 수업을 신청했다. 이번에도 나와 같은 엄마가 가정집에서 진행하는 수업이었다.      


먼저 달걀을 흰자와 노른자로 분리시키고 휘핑하여 꼬끄 반죽을 만들었다. 요리에 별로 재능이나 흥미가 없던 터라 자신은 없었다. 그래도 휘핑기를 사용하여 하얀 솜사탕 같은 머랭이 만들어진 걸 보니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뭔가에 집중하는 시간이 오랜만이었다. 준비된 반죽으로 꼬끄 모양을 동그랗게 짜냈다. 일정한 크기를 만드는 게 어려웠다. 처음이라 초보 티가 확실히 나는 어설픈 마카롱이 완성되었다. 형형색색 예쁜 색깔 마카롱이 먹어보라고 유혹하는 듯했다. 맛을 보았다. 극강의 달콤함이 엔도르핀을 뿜어내게 하며 온 몸을 감쌌다. 직접 만들어서 그런지 더 달콤하고 고소하며 풍부한 감칠맛이 났다.      


새로운 분야에 대한 배움은 안전지대를 벗어나는 일이다. 그동안 아이만 돌보고 바라보며 집, 아이, 육아라는 안전지대에만 머물렀다. 아이와 떨어지면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길까 봐 아이보다 내가 더 불안했다. 안전지대를 벗어나 미지의 세계, 두려움의 세계인 새로운 배움에 도전했다. 두려움과 불안함은 배움의 과정을 통과해 성취감과 자존감으로 탄생했다. 도전이 주는 짜릿함에 중독된 듯 또 다른 영역, 새로운 분야를 경험해보고 싶어졌다. 하루 반나절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지만, 그 시간 동안 오직 한 가지에 집중하고 몰입하는 경험이었다. 온전히 내 앞의 현재만 생각하고 내 생각과 감정에만 충실해도 되었다. 내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야가 많아질수록 자기 효능감이 커져갔다.      


내 능력은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깨달았다. 집에서 집안일만 하며 썩히기에는 내 인생과 삶이 아까웠다. 그렇게 배움이라는 달콤함에 중독되어 오늘도 나는 다른 원데이 클래스를 기웃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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