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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굿모닝선샤인 Jan 07. 2022

아이와 캠핑을 떠나야 하는 이유

자연에서 맘껏 뛰노는 아이들


결혼 전부터 남편이 남자 친구이던 시절 캠핑을 자주 갔다. 텐트 하나 메고 떠나는 자유가 로맨틱하다고 생각했다. 대관령부터 거제도까지 언제든 홀가분으로 마음으로 떠났다. 산의 푸르른 정기와 바다가 주는 나긋함을 즐겼다. 먹고 싶을 때 먹고 누워있고 싶을 때 누워서 하늘을 바라봤다. 무언가를 꼭 하지 않아도 내 마음대로 시간을 늘렸다가 줄였다 하며 여유를 만끽했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데서 낮잠을 취하면 시간이 제법 빠르게 지났다. 노을이 지는 바다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숨을 멈춘 채 해가 풀어지는 광경을 지켜볼 때는 시간이 느긋하게 지나갔다.

 

결혼을 하자마자 아이가 생겼다. 아이를 키우는데 전념하느라 캠핑은 그만뒀다. 텐트는 창고에서 싸늘하게 식어갔다. 캠핑하며 즐겼던 여유는 먼 과거가 되었다. 텐트에 곰팡이가 펴도 이해될 만큼 긴 시간이 지난 어느 날, 아이를 데리고 첫 캠핑을 떠났다. 아이가 겨우 걸음마를 하던 때였다. 혼자 몸으로 캠핑을 갔을 땐 생각하지 못한 많은 어려움이 겪었다.


 

연둣빛 버드나무 이파리가 한창 한들거릴 때였다. 늦봄이었지만 야외는 일교차가 심했다. 해가 지면서 서늘한 공기가 대기에 퍼졌다. 혹시 감기라도 걸릴까 조바심이 났다. 밤엔 벌레들이 출몰했다. 텐트에서 자다가 하루살이 벌레들이 아기 얼굴 위로 떨어지는 것을 목격하고 경악했다. 내 몸엔 벌레가 잔뜩 지나가도 아무렇지 않았겠지만, 여리고 여린 순백의 아이 얼굴에 벌레가 붙자 벌레를 태양계까지 던져버리고 싶을 만큼 화가 차올랐다. 건조한 공기 때문인지 다음 날 바로 기관지염에 걸렸다. 그 이후 캠핑을 가게 되면 후유증으로 아이가 아플 수 있다는 공포심과 조바심에 사로잡혔다. 걱정이 앞서 캠핑을 제대로 즐길 수가 없었다. 아이는 연약했고 예민했으며 아직 어린 존재였다. 내 즐거움을 누리고자 아이를 희생시킬 수가 없었다.



   둘째가 태어나고 코로나 상황으로 지루한 집콕 육아가 길어졌다. 사람들이 붐비는 실내는 밀접 환경으로 피하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야외 활동을 선호하게 되었다. 묵혀두었던 텐트를 싣고 강원도 영월로 향했다. 초여름 더위가 시작되고 있었다. 계곡을 끼고 있는 캠핑장을 찾았다. 사람들이 붐빌까  평일에 월차를 내고 떠났다. 평일이라 그런지 우리 가족밖에 없었다.


얼마만의 바깥나들이인가. 신록이 펼쳐진  아래 맑은 소리를 내리며 흐르는 계곡물을 보자 내가  신이 났다. 청량한 산들바람과 말간 햇살, 모든  완벽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아이들은  다퉈 물가로 향했다. 투명한 계곡 물아래 동글동글 조약돌이 가득 깔려있었다. 부드러운 돌마다 다슬기가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16개월 둘째의  캠핑이자  물놀이였다. 아들은 모든 자연 만물이 신기했는지 돌을 가지고도 한참 혼자서 재잘거리며 놀았다. 엉덩이를 깔고 앉아 계곡물에 발을 담갔다. 시원한 물의 온도가 온몸으로 찌릿하게 퍼졌다. 드높게 펼쳐진 하늘과 한들한들 하늘빛을 담고 흘러가는 계곡물을 바라보니 막혀있던 가슴이  뚫리는  청량음료를 마신  기분이 상쾌했다.

 


아이들은 물놀이에 빠졌다. 다슬기를 잡고 튜브를 타며 깔깔거렸다. 물이 튀어도 뭐가 그리 즐거운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자 눈물이 핑 돌았다. 바깥에서 뛰노는 게 제일 재밌는 아이들에게 나가지 말라는 가혹한 세상이 원망스러웠다. 아이들이 바라는 건, 대단하게 아니라 그냥 이렇게 밖에서 맘껏 눈치 안 보고 뛰놀고 웃는 것인데... 그 작은 것 하나조차 허락해줄 수 없어서, 답답하게 갇혀 지내게 해서 미안했다.


 

해가 어스름하게 기울어 산 뒤로 넘어갔다. 산골짝이라 그런지 해가 금방 졌다. 화로대에 장작을 쌓아 불을 피웠다. 불멍. 그렇게 하고 싶던 불멍이었다. 성시경의 ‘거리에서’를 틀었다. ‘타닥타닥’ 장작이 불길에 몸을 맡기며 제 몫을 다하는 소리가 들렸다. 뿌연 연기가 일고 옛날 초가집에서나 맡을 만한 나무 떼는 냄새가 은근하게 퍼졌다. 계곡 물소리와 장작 타는 타닥타닥 소리만 밤하늘에 가득 찼다. 맥주 캔을 따고 소시지를 꼬치에 꽂아 불가에 올렸다.




밤하늘엔 도시에서 볼 수 없는 별들이 빼곡하게 차 있었다. 저마다 다른 밝기로 제 생명을 발산하고 있는 별들을 한참 고개를 꺾어 바라봤다. 반짝반짝 별이 빛내는 소리가 들릴 것만 같았다. 누가 봐주지 않아도 항상 자기 자리에서 빛을 뿜어내는 별들이 너도 이렇게 살아내라고 응원하는 듯했다.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자연 속에 있노라면 생이 단순하게 느껴진다. 대단한 부를 누리거나 큰집에 사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소박하게 단순하게 가장 중요한 것만을 생각해라.

네 곁에 있는 사람을 소중히 아끼고 사랑하라.

아이들에게 친절해라.

네 사람들의 마음에 귀를 기울여라.‘


 

밤하늘의 별빛이, 깊은 산에서 불어오는 초여름의 싱긋한 바람들이, 멈추지 않고 흘러가고 있는 계곡물들이 그렇게 계속해서 이야기를 전하고 있었다.


 

어느새 찬바람이 몸을 움츠리게 하는 겨울이 깊어간다. 내년 봄이 오면, 아이들을 데리고 산과 바다로 마음껏 원하는 대로 떠날 수 있는 자유를 되찾기를 간절히 바란다. 땅을 딛고 산을 바라보고 자연을 느끼길 바란다. 자연 속에서 사랑을 배우면서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기를. 언제든 찾아오면 두 팔 벌려 안아주고 위로해주는 대자연을 찾아서 내년에는 더 많이 떠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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