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굿모닝선샤인 Dec 20. 2021

옛 사진이 말해주는 것들

지나간 사진을 우연히 펼쳐보았다


어젯밤 잠에 들기 전 우연히 아이폰이 정해주는 "for you" 카테고리에서 5개의 사진을 봤다. 내 과거의 어느 장면들을 랜덤으로 보여주는 것인데 매일 어떤 사진이 나올지 설레이고 궁금하다. 어제는 제작년 여름 둘째가 돌 무렵 겨우 무언가를 잡고 서 있을때 첫째와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그 시절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코로나를 두려워하며 아이 둘과 집에서 지지고 볶고 하던 힘겨움이 차지했었다. 내 삶에 갑자기 들이닥친 질병재난으로 내가 꿈꾸던 재밌고 즐거운 육아는 가정돌봄이라는 이름으로 고뇌의 심연에 묻히게 되었다.


첫째때는 문화센터로 트니트니 수업도 다니고 조리원동기들과 모여 공동육아도 하고 여기저기 나들이도 다니며 매일이 즐거운 이벤트가 가득한 퍼레이드였다. 누군가와 만나서 힘든 고민들을 나누고 맛있는 것도 먹고 야외카페도 찾아다니고 내일은 어딜 갈까 그 다음날은 누굴 만날까 생각하며 하루하루가 특별했다.


코로나 발발로 둘째는 2년이 넘는 시간동안 흔한 문화센터는 커녕 어린이집도 제대로 간 날이 손에 꼽힌다. 아무것도 즐긴게 없었다. 그렇게 생각했다. 다양한 경험을 같이 해주지 못해서 아이에게도 미안했고, 내 인생에도 블랙아웃처럼 까만 시간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제 본 사진들 속에는 그 해 여름 아이들이 웃고 있었고, 식탁위에 늘 꽃이 있었고, 호수가 있었고, 잔디밭이 있었고, 살랑이는 바람도 있었다. 매일 책 읽을 시간도 없다고 내 자유는 모두 다 빼앗겼다고 서럽고 억울했는데, 사진속 식탁 위에 늘 커피와 책이 펼쳐있었다. 읽지 못해도 읽고 싶은 마음에 늘 펴둔 책. 잠깐 아이가 낮잠잘때 끌어안고 읽던 그 책들이 그곳에 있었다. 밖에 나가지 못하니 매일 꽃을 꽂았다. 향기 좋은 비단향꽃무부터, 장미, 국화, 리시안셔스 색깔도 다양한 아름다운 자연이 늘 내 앞에 있었다.


지금은 없는 아이들의 어린티가 어린장난이 그곳에 있었다. 둘째가 처음 기던 순간, 처음 걷던 순간, 같이 잔디밭에 앉아 비누방울을 날리던 순간, 늘 시간을 때우기 위해 나섰던 호수공원 산책, 잠깐 들렸던 카페 테라스에서 먹었던 아이스크림, 아이들의 미소, 나의 땀방울도 그 사진속에서는 경쾌하게 달려있었다.


그랬구나, 그냥 버렸다고 생각했던 시간인데, 그냥 흘러가기만 한게 아니었구나, 그 시간속에서 아이들은 자랐고 웃었고 나도 성장했구나. 그냥 흘러가는 시간은 없구나. 어두워도 힘들어도 꽃은 피고 아이는 잘 자라고 있었구나.


지나고 나니 그때 그렇게 힘들어하지만 말걸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할 수 있는 것을 즐길 수 있는 것을 찾아 조금은 더 햇빛을 향해 마음을 더 여유롭게 둘 걸, 초조해하지말걸, 불평만 하지 말걸 하는 반성을 한다.  힘든 일은 지나면 옅어지고 좋았던 일은 더 진한 향기로 깊게 새겨져 추억에 담겨진다.


지금 내가 무심코 흘려보낸 오늘이란 시간도 미래의 내가 볼때 얼마나 반짝이는 소중한 시간일지. 단지 지금 나는 잘 모르고 있는지도.. 모든 중요한 것은 지나고 나서야 그 진가가 드러나는 법. 오늘 하루도 감사하게 주어진 것들을 사랑할 수 있기를.

작가의 이전글 피아노 치는 용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