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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ll Oct 18. 2019

사샤의 어느 오후

사샤는 이따금씩 흥얼거렸다.

딱히 어떤 노래를 부르는 것은 아니었고

햇살 드는 창턱에 다리를 걸치고 흔들면서 반쯤 눈을 감으면 으레 흥얼거리게 되는 그런 멜로디였다.


햇살은 종일 따사로왔다.

살랑살랑 손사래치는 듯한 바람이 볼과 머리칼을 스쳤고 어디선가 꽃향기라도 나는 듯 했다.


사샤는 창틀에 머리를 기댔다.

발밑 저 멀리에는 알수없는 이유로 연신 경적을 울리는 차들이 알수없는 이유로 꾸역꾸역 몰려오고, 가고 있었다.


햇살이 각진 크리스탈처럼 선명한 한 조각을 드리웠다.

사샤는 무심코 손을 내밀어 그 조각을 잡았다.


조금만 힘을 줘도 뚝 부러질 것 같은 얇은 조각이었다.


빙글, 뒤집어보니 가장자리가 눈부시게 빛났다.


눈이 멀 것 같이 쨍하지도 않고

얼굴이 벌개지도록 뜨겁지도 않고

모래 위에 아지랑이를 피워 올릴 법 한 콕콕 쑤셔박히는 그런 햇살도 아니었다.


그저 바라보고 있다가 저절로 눈이 감기면 눈꺼풀 안쪽이 붉은 듯 푸른 듯 환히 비쳐오는 그런  햇살이었다.


베일 듯이 날카롭지도 않고

거울처럼 선명하고 매끄럽지도 않고

퉁 치면 띵띵 맑게 울릴 만큼 단단하지도 않았다.


잡고 있는 손가락이 간질간질 설레는, 잘 마른 홑청 같은 보송한 햇살이었다.


누구라도 똑 부러뜨려 한 입 입에 넣어보게 되는 그런 햇살이었다.


"으음~"

사샤는 절로 감탄했다.

흐붓하게 눈꺼풀 사이로 희부연 속눈썹 그림자들이 차올랐다.


다시 한입 베어물었다.

와작와작 입 안에 부서지는 햇살에 사샤의 가슴이 동동거리며 눈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음~ 음음~"

아예 눈을 감고 조는 듯이 흥얼거리며 사샤는 남은 햇살을 만지작거렸다.


그리고 파삭

손 안에 마저 부스러뜨리고는 따뜻한 손바닥으로 얼굴을 덮었다.


멀리 끊길듯 이어지는 경적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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