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은 얼른 고개를 쑥 내밀어 복도를 둘러보았다.
경비원도, 잔소리쟁이 미세스 맥킨지도 보이지 않았다.
일부러 다섯을 세는 동안 기다렸다가 다니엘은 문을 닫고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다니엘의 집이 있는 7층과 야외정원이 있는 8층, 그리고 그냥 아무렇게나 13층과 마지막으로 ph.
다니엘은 비밀작전의 웃음을 입가에 흘리며 가방 안에서 양철통을 꺼냈다.
달각달각
양철통을 흔들자 작지만 가볍지 않은 무언가가 통 안에서 이리저리 부딪는 소리가 났다.
딩동, 7층입니다.
문이 열리고, 닫혔다.
다니엘은 잽싸게 복도 저편의 문을 보는 것을 잊지않았다.
아침에 꽂아둔 종이가 아직 그대로 있었다. 엄마는 오지않았다.
딩동, 8층입니다.
문이 열리고, 닫혔다.
다시 휙휙 고개를 돌려 살펴본 결과, 정원에는 어떤 남자와 여자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아는 얼굴은 아니었다.
하지만 익숙한 모습이었다. 그들과 관계 없는 일을 궁금해하지 않을 모습이었다.
딩동, 13층입니다.
다니엘은 이번엔 재촉하듯 닫힘버튼을 눌러댔다.
아빠가 보셨다면 북극곰과 전기세와 세균들에 대한 재미없는 이야기를 들었겠지.
다니엘은 닫힌 문을 보며 괜히 닫힘버튼을 몇번 더 눌렀다.
딩동, 펜트하우스입니다.
다니엘의 손이 멈췄다.
문이 열리고, 다니엘은 곧장 내리지 못했다.
아파트 복도 대신에 작은 정원이 있었다.
처음 보는 것도 아닌데 왠지 주눅이 들었다.
다니엘은 조심조심 걸어갔다. 화분을 쓰러트리거나 꽃가지를 부러트리고 싶지 않았다.
그보다는 누군가의 주의를 끌고 싶지 않았다.
몇걸음 가지않아 문이 나왔고, 열려 있었다.
다니엘은 가방을 벗어 바닥에 놓고 양철통만 손에 쥔채 문 안으로 들어갔다.
어디선가 끊임없이 졸졸 흐르는 소리가 났다. 간간이 현악기를 퉁기는 소리도 났다.
다니엘은 왼쪽 두 번째 문을 열고 들어갔다.
얇은 커튼 안쪽에서 쉭쉭 바람 넣는 소리가 났다.
웅웅 힘겨운 소리도 났다. 지나치게 넓은 방에 늘 모자른 하얀 수증기를 뿜어내느라 가습기가 애먹는 소리였다.
삑삑 하는 소리도 났다. 다니엘은 손목시계의 초침을 보며 세었다.
세 번 움직일 때마다 두 번 삑삑.
다니엘은 씨익 웃었다.
그리고 창가에 양철통을 내려놓고 탁자서랍을 열었다.
5달러 지폐와 노란 쪽지가 있었다.
방을 나와 엘리베이터로 가는데 삑삑삑. 조금 빠른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다니엘과는 관계가 없는 일이었다.
어깨를 으쓱하고, 문밖으로 나와 가방을 들고, 엘리베이터에 탄 다니엘의 손이 잠시 멈췄다.
아주 잠시였지만 정원이 조금 밝아진 것 같았다.
하지만 다니엘과는 관계가 없는 일이었다.
조금 궁금했다.
그래도 여전히 다니엘과는 관계가 없는 일이었다.
다니엘은 엘리베이터 닫힘 버튼에 손을 올리고 무심코 정원 안쪽을 보았다.
열린 문틈으로 무언가 나오거나
무엇이든 다른 소리가 들리거나
누군가 다니엘을 부르거나
아니면,
문이 닫혔다.
엘리베이터는 11층을 거쳐 7층에 섰다가 1층으로 갔다.
아침에 문틈에 끼워둔 종이를 빼고 열쇠를 돌려 문을 열고,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