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을 해야 할까? 잘하는 일을 해야 할까?
하던 일에 매너리즘이 오거나 직장생활에 회의가 들 때, 직장을 구하려고 하거나 진로를 결정하려 할 때 드는 생각이다. 이런 생각의 기저는 일종의 가성비가 마음속에 깔려있다고 생각한다. 같은 시간 내에 무엇을 이루느냐를 꽤 중요하게 여기며, 남들이 앞서갈 때 초조함을 느낀다. 불필요하게 시간 낭비하는 것을 원치 않고 나에게 잘 맞는 것을 찾아 나아가길 원한다. 평생직장 개념은 사라지고 소득이 불안정한 상황도 한몫 하지만, 한번 사는 인생 내가 원하는 것을 꾸준히, 오래 하길 희망하는 마음도 있다. 그래서 좋아하는 일을 쫓아야 할까. 잘하는 일을 쫓아야 할까.
사회경험이 적지 않다 보니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그 중에 일을 좋아서 하는 사람은 찾기 힘들었다. 대부분 일은 월급을 주니 하는 것으로 치부되곤 했다. 그렇다고 해서 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월급 받는 것에 민감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럼 둘의 차이는 어디에 있을까? 관찰한 결과 일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업무시간 중에 시간 때우기를 하거나, 혹은 더 좋은 방법으로 일하는 것을 고민하지 않았다. 그들은 일을 반복적으로 해치웠고 반복작업에 지루함을 느꼈다. 반대로 일을 좋아하는 사람은 업무시간 내 집중도가 매우 높았으며 항상 더 좋은 방법이 있지 않을까 고민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묻거나 인터넷에서 찾아본다. 그로 인해 야근을 하더라도 대수롭지 않게 행동했다.
일을 좋아하는 사람은 밤낮, 휴일이 없다. 일에 대한 영감이 떠오르면 언제든 받아 적어 두었고, 휴일에도 더 좋은 방법이 있나 찾아보기 일쑤였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전혀 쉴 줄도 모르는 사람들은 아니었다. 충분히 휴식을 취하면서도 일에 대해 고민하는 것에 거부감이 없었다. '무슨 쉬는 날에도 일생각을 해'라며 핀잔을 들을지 몰라도 그런 부류였다.
그들은 처음부터 일을 좋아하게 되었을까? 안타깝게도 그런 것은 없었다. 시작은 남들과 비슷할지 몰라도, 그들이 업무를 파고드는 집중력은 확실히 타인과 달랐다.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반드시 해내고 말겠다는 집요함이 점점 일을 좋아하게 만들었다. 때문에 그들은 타고난 일사랑꾼이 아니라 길들여진 일사랑꾼이다. 타인이 아닌 자기 스스로를 계속 길들일 줄 알았다.
좋아하기 때문에 잘한다는 말도 일견 맞지만 그 이상으로, 좋아하려고 애를 쓰는 것도 저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다고 하거나 '왜 나는 딱히 좋아하는 것도 없지?'라고 하며 자책하기도 합니다. 그때 저는 이렇게 물어봐요. "무엇을 좋아하려고 얼마나 노력해봤느냐고"요. 무언가를 좋아하는 건 제 발로 걸어오는 게 아니고 그만큼 애정을 가지고 더 많이 더 세심하게 보려고 애써야 생기는 겁니다.
- <에디터: 좋아하는 것으로부터 좋은 것을 골라내는 사람> 중
누군가는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지지만 누군가는 사랑을 위해 노력한다. 일을 사랑하는 것도 어찌 보면 비슷하다. 첫눈에 반할만한 그런 매력적인 일은 어쩌면 로또에 당첨될 확률보다 낮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노력하는 사랑은 가능성도 만족감도 높다. 그러니 무엇을 좋아할까 못지않게 어떻게 좋아할까를 함께 고민해보자. 생각보다 당신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매우 좋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