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말한다. 처음부터 유망 있는 직종의 전공을 선택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나는 IT업계에서 제법 오랜 시간 몸담고 있다. 전공도 이쪽이다. 당시 학교에서 배우던 것과 지금 내가 활용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지만, 어쨌든 전공은 이게 맞다. 학교 공부가 도움이 되었느냐 아니었느냐 라고 묻는다면 나는 한 20% 정도? 는 도움을 받은 거 같다.
내가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다양한 현상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느낀바론 전공으로 이쪽에 들어온 경우보다는 학원이나 국비지원으로 학습받고 온 사람이 더 많았다. 대기업을 다녔으면 좀 달랐을지 모르겠다. 종종 전공자가 더 많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골고루 퍼진 느낌이었지 전공이 반드시 직업선택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하긴 힘들다. 같이 졸업한 동기 중에 이 쪽 일을 하는 사람이 제법 있긴 하지만, 하나씩 살펴보면 중간에 다른 일을 하다가 돌아온 경우가 반 정도는 된다.
내가 취업시장에 들어온 당시 가장 최악의 직업 중 하나가 바로 프로그래머였다. 3D(어렵고(Difficult) , 더럽고(Dirty), 위험한(Dangerous))직종이라 불렸으며 툭하면 밤새는 것이 일상이었던 시절이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은 기술적으로나 인식적으로나 많이 발전했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처럼 소프트웨어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지 않았다면 내 직군은 여전히 3D였을 것이다.
전공이 의미 없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게 아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전공이 아니어도 마음먹으면 관련된 것을 학습하고 일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석박사가 배우는 수준에서는 무언가 다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뛰어난 사람을 관찰해보면 차이점이 하나 있었는데 그건 전공이나 학교가 아니라 갖고 있는 태도였다.
얼마 전 머신러닝 스터디에 다닌 적이 있다. 거기서 만난 한분은 대학원에 진학 중이었는데 전공이 머신러닝 관련 분야는 아니었다. 전공 관련 연구를 위해 공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공부하는 수준이나 데이터를 이해하는 수준이 남달랐다. 어디서 그렇게 공부했냐고 물으니 그저 열심히 노력했기 때문이라 대답했다.
경력이 어느 정도 쌓이다 보면 더 이상 전공 관련 능력에만 국한할 수 없다. 업무 이해 능력과 업무협약 및 조절 능력이 요구되고 때론 기술 가이드도 해야 한다. 기술적 관점뿐 아니라 내가 만든 기술이 누군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발전시킬지, 어떤 전략을 선택하고 적용하여 발전시킬지, 어떻게 융합해야 하는지 등을 고민한다. 즉 지금 내가 선택한 분야가 전망이 있고 없고를 차지하고 중요한 것은 어떻게 융합, 활용하여 가치를 창출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혹시 지금 내 전공은 망했어하며 좌절하고 있는가? 전공은 부차적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