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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근 Dec 25. 2019

전문가를 쪼개지 말고 융합시켜라

어제 유튜브를 보다가 이전에 내가 생각한 것과 매우 흡사한 내용이 있어 흥미롭게 보고 페이스북에도 공유했다. 바로 이 영상이다.


https://youtu.be/M-GNZHLHwkM


영상에는 많은 이야기가 오갔지만 내가 제일 중점으로 본 것은 분업화의 종말이다.



# 분업화의 문제점


분업화는 대량생산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었다. 이전에 장인이 구두를 하나 만드는 데는 적게는 하루, 많게는 몇 개월이 걸렸다. 그런데 분업화가 되고 공장이 들어서면서 하루에 몇십 켤레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생산의 혁신이 일어난 것이다. 덕분에 생필품을 구하는 것조차 어려운 시절을 극복해낼 수 있었다. 옛날에는 기아가 가장 큰 고민이자 공포였다. 그러나 지금은 적어도 굶어죽을까 걱정하는 사람은 없다.


분업화의 문제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내가 하고 있는 일만 할 줄 안다는 의미이다. 분업화는 전체 생산능력을 살펴볼 이유가 없다. 내가 맡은 일을 끝까지 잘 해내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쪼개지고 분업화가 잘되어 있을수록 집단이 '지식의 저주'에 빠지기 쉽다. 자기가 맡은 분야는 잘할지 몰라도 전체를 보는 능력은 떨어지기 때문에 소통이 잘 안 되는 것이다. 이것은 대부분 팀플레이가 이뤄지는 회사에선 치명적이다. 소통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디자인 팀, 마케팅 팀, 홍보 팀, 영업 팀 등의 구분은 전형적인 분업화의 형태이다. 그런 회사는 일을 진행할 때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각 팀의 구성원들이 협력하게 된다. 그래서 각 팀의 협력을 요구하지만 문제는 자기의 기준에서 협력 요청을 작성한다는 것이다. 즉 프로젝트 단위에서 생각하는 게 아니라 프로젝트 내에 맡은 역할을 기준으로 집중하여 발언하게 되고, 그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팀에서는 '이게 무슨 소린가'라는 입장을 고수하게 되는 것이다.



# 분업화를 넘어, 셀(Cell) 단위 경영


그렇다면 가장 이상적인 모습은 어떤 걸까? 바로 프로젝트 단위로 팀이 꾸려지는 것이다. 각 분야의 전문가가 프로젝트 단위로 모여 팀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예전에는 디자인팀, 마케팅팀, 홍보팀이 나뉘었다면 이제는 하나의 프로젝트를 두고 그 안에 각 전문가를 넣어 하나의 팀으로 구성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어떤 장점이 있을까? 무엇보다 의사소통을 하는 비용이 줄어든다. 같은 팀이다 보니 다양한 이야기를 하면서 조율하게 되고, 조율된 분위기에서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어 효율성이 올라간다. 마케팅을 담당하는 사람이 영업이 궁금하면 옆에있는 담당자에게 물어보면 된다. 그러나 팀이 분리되면 물어보기가 괜히 껄끄러워 혼자서 열심히 고민하여 결과물을 내놓는다. 당연히 좋은 결과물이 나올 확률은 줄어든다.


하나에 집중하게 되면 온 신경을 거기에 쏟을 수 있기 때문에 타깃이 좀 더 정교해지고 생각하는 폭도 훨씬 깊어진다. 하지만 분업화는 이런 게 거의 불가능하다. 게다가 분업화의 가장 큰 폐해는 한 사람이 다방면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다. 시간은 한정적인데 한 번에 다 하는 게 아니잖냐 라면서 여러 개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시킨다. 이럴 경우 프로젝트마다 요구되는 핵심 요소들에 고민할 시간이 줄어들고 일을 쳐내기에 바쁘다. 적당히 만들어도 되는 대량생산시대에는 어울릴지 몰라도, 명확한 타깃팅으로 포지셔닝해야 하는 요즘 같은 세대와는 어울리지 않는 운영방법이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아메바 경영'으로 유명하다. 전체 조적을 아메바처럼 잘게 나눈 뒤 각 아메바 조직이 독립적으로 예산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해 회사 전체의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네이버도 아메바 경영을 벤치마킹하여 본부 직속의 Cell이라는 신규 조직을 만들었다. 그들은 왜 그랬을까? <네이버는 어떻게 일하는가>를 쓴 저자는 네이버에 대해 공부하면서 느낀 점을 이렇게 요약했다.


'유연하라, 비전과 철학이 없는 것처럼.' 실제로 그는 임직원들에게 늘 '빠르게 변화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갖추라'라고 주문해왔다. - <네이버는 어떻게 일하는가>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선 잡다한 것을 많이 해선 안된다. 하나에 온전히 몰입해야만 피드백이 빨라지고 문제발생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회사는 여전히 분업화를 강조한다. 대단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지금까지 그렇게 했기 때문에 그 방식을 고수하는 것이다. 단순히 관리가 익숙하고 그렇게 구성되어있다는 단순한 이유로.




대량생산의 시대는 끝났다. 사람들은 보다 정교하고 타겟팅된 서비스를 원하며 그런 니즈를 맞추지 못하는 기업은 대부분 도태되거나 하향세를 탔다. 이 모든 이유는 시대가 변했기 때문이다. 공급이 부족하던 과거를 넘어 공급이 넘쳐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전략도 바뀌어야 한다. 역사를 봐도 결국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개체가 멸종했다.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소통이 중요하다고 매번 강조하면서 정작 소통이 용이해지도록 조직구조를 바꿀 생각을 못한다. 알아서 소통이 잘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 정도의 노력으로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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