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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근 Jan 06. 2020

나는 이 일을 왜 계속할까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내가 만약 시한부 선고를 받는다면 그래도 나는 이 일을 할까?


스티브 잡스가 말했다. '죽음은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그가 그렇게 말한 이유는 죽음 앞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묶어두던 많은 것들을 던져버리고 진정 필요한 것만 직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사람에게 회사를 출근하라는 말하는 사람은 없다. 가고 싶은 곳이 있는지, 먹고 싶은 게 있는지 묻는다. 죽음 앞에서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솔직해질 수 있다. 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종종 죽음을 떠올린다. 


월요일 아침, 회사에 도착해 내린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면서 바라보는 컴퓨터 앞에서 지금 이것이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맞는지를 자문해본다. 특별한 병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직까진 젊은 나이 축에 속하는 내가 이런 고민을 하는 이유는 인생은 생각보다 짧고 그래서 나에게 의미 없는 일들에 얽매이지 않고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는지 물어보는 일종의 의식활동이다. 그러나 어떤 일에 대해서는 뚜렷한 이유를 찾지 못한 채 하는 경우도 있다. 합리적인 이유는 붙일 수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이유가 부족하다. 그래서 생각한다. 이 일을 하는 것이 내게 능동적 '선택'인 건지 수동적인 선택지에서의 '고르기'인지. 정말 원해서 하는 것인지, 필요에 의해서 하는 것인지.


오랜만에 휴가를 냈다. 사실 없어지는 휴가이기 때문에 써야만 했다. 만약 그런 제약이 없었다면 결코 쓰지 않았을 것이다. 사실 없어져도 크게 상관하진 않지만 사라진다는 말이 괜히 아까운 마음이 들어 쓴 것도 있다. 언제 쓸까 고민하다가 남들이 가장 싫어하는 월요일 오전으로 결정했다. 그리고 지금 홀로 카페에 와서 앉아 글을 쓴다.


나는 휴가를 잘 못쓰는 사람이다. 집에서 조용히 쉬는 것을 즐기지 않는다. 쉬는 날 오전 9시에 일어나면서 '오늘 참 잘 잤다'라며 다독이는 스타일이 아니다. 여행을 굳이 찾아서 가는 성향도 아니다. 그것보다 무엇을 했는지, 무엇을 할 것인지에 의미를 찾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휴일인 월요일 오늘, 카페에 자리 잡아 앉아있다. 이런 행동이 낯설지 않다. 주말에도, 평일에도 시간이 나면 이렇게 앉아서 쓰거나 읽는 게 익숙하기 때문이다. 휴가라고 특별하지 않다.


이 행동들이 항상 나를 기쁘게 해 주었는가 되물어보면 그렇지는 않다. 그건 그간 해온 결과물만 봐도 알 수 있다. 내가 글 쓰는 게 그렇게 좋았다면 하루에 1개 쓰는 걸 그리 힘들어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책 보는 걸 그렇게 좋아했다면 하루에 2~3권은 뚝딱 읽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은 하루에 1권 읽는 것도 힘들어할 때가 많고, 글쓰기는 내일의 나로 미루기 일쑤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어디 알림이 와있나 하며 카톡이나 페이스북을 흘끗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이런 행동을 하는 걸까 생각해본다. 나는 여기에 어떤 의미와 가치를 두는 걸까.


처음 한두 번 할 때는 몰랐다. 그런데 책을 읽고 블로그를 쓰는 행위가 누적되다 보니 다른 피드백이 생겼다. 블로그에 잘 보았다며 댓글이 달린다. 예전에 써둔 어느 글이 폭발적 인기를 끌며 조회수가 치솟는 경우도 있었다. 독서모임에 나가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았다.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가 즐겁다. 내가 만약 중간에 그만두었더라면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었을까. 결코 하지 못했을 것이다.


여전히 나는 글 쓰는 게 버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쓴다. 그것이 내가 진정으로 필요하다고, 의미 있다고 '믿기'때문이다. 


그렇다면 일은 어떨까? 지난 일들을 되돌아보면 가까운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때 동기부여가 강했다. 내가 아니면 못하는 그런 특별한 일도 아니지만 내가 도와주면서 상대방의 일이 줄거나 걱정을 덜어줄 수 있으면 충분했다. 그런 생각에 타인을 돕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더 많은 것을 학습해야 하는 것이 있었지만 학습하면서 자기 만족감이 올라가기에 즐겁다. 그래서 일을 한다. 어떤 숭고한 목표나 그런 것이 아니다. 군더더기를 빼니 보인 것이다. 왜 일을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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