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첫 주말이 지나가고 있다. 좀 늦은 감이 있지만 매년 그렇듯 새해 계획을 적어본다. 노트에다 적어보고 올해 이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러다 문득 작년에 써둔 계획가 뭐였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집에 있는 노트를 뒤지고 뒤져 겨우 찾아내 펼쳐보았다. 아차 싶었다. 방금 써둔 계획과 작년에 썼던 계획이 거의 비슷했기 때문이다.
# 매년 세웠던 계획, 올해도 세워야 할까?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허전하다. 왠지 열심히 살지 않는 것 같은 기분에 마음이 불편하다. '마침 새해이기도 하니까'라는 마음에 새롭게 계획을 잡아보지만 매년 도로아미타불이다. 이럴 바엔 차라리 계획을 세우지 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왜 나는 항상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걸까'라는 생각까지 미친다. 역사를 배우지 않는 사람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던데 지금 내가 그 꼴인 거 같다. 올해는 그냥 넘어갈까? 하는 속삭임이 들리기도 하다. 하지만 없는 것보다 있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쓴다.
계획을 쭉 읽어봤다. 그런데 그 계획에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써둔 계획에는 되고 싶은 내가 있고 목표하는 내가 없었다. 이게 무슨 소리야 싶겠지만 '되고 싶은 나'와 '목표하는 나'는 엄연히 다르다. 되고 싶은 건 결과이고 목표하는 건 과정이기 때문이다.
# 지금까지 한 계획은 실행하는 목표였나, 되고 싶은 정착지였나
매년 영어를 잘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꼭 계획에 넣는다. 그게 몇 년째 반복되고 있었다. 그런데 영어를 잘한다는 것이 무엇일까? 내 상상엔 외국인과 유창하게 대화하고 영어로 된 문서를 아무 어려움 없이 읽는 모습을 상상한 거 같다. 그런 모습이 되기 위해 계획을 짠다. 그렇다. 결과에만 치우쳐져 있다.
그래서 이번엔 목표하는 걸로 써보기로 했다. 그러니 계획이 달라졌다. '원문을 유창히 읽는 나'가 아닌 '영어 원서로 된 책 1권 읽는 나'를 목표로 잡는다. 그러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유창히 읽는 나는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원서로 된 책 1권을 읽는 나는 서점으로 달려가 책 하나만 사면 되었다. 전자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게 하지만 후자는 바로 실행을 옮길 수 있게 한다. 시작이 반이라고 하는데 전자는 아직 시작조차 못한다. 하지만 후자는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안다.
# 계획 말고 목표 세우기
그래서 올해는 계획이 아니라 목표를 세우기로 했다. '무언가를 해낸 나'가 아니라 '무엇을 할지 정하는 나'가 되기로 했다. 영어공부를 하는 나가 아니라 영어로 된 책 1권을 읽는 나가 되기로 하고, 다이어트를 하는 나가 아니라 야식 먹지 않은 나가 되기로 한다. 다이어트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야식 먹지 않는 나는 매일매일 피드백할 수 있다. 흔들릴 때 어떻게 잡아야 할지 미리 계획을 세울 수도 있다. 하지만 되고 싶은 나를 계획할 때는 그런 세세한 피드백을 하기가 힘들다. 그러니 쉽게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멀리서 보면 똑같을지 몰라도 자세히 살펴보면 하늘과 땅 차이다. 하나는 동기부여가 확실하지만 하나는 두리뭉실하다. 하나는 빠르게 실행하고 피드백받을 수 있지만 하나는 느릿느릿하다. 그러니 올해는 계획이 아니라 목표를 설정하자. 천리길도 한걸음부터 라는 말처럼 당장 수행할 수 있는 목표를 잡아보자. 그 목표들이 하나 둘 모여 되고 싶은 나로 전진하자. 그럼 올해는 분명 계획한 것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목표는 언제나 개인성을 근원으로 삼는다. 보다 명확하게 말하자면 적극적 선택을 통해 목표를 세운다. 반면에 목적지는 다른 누군가의 목표관에 응해 따라가는 지향점이다. 이런 목적지는 대체로 표준화된 기회제공 기관에서 정해놓은 것이다. - <다크호스>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