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고의 발명품은 무엇일까. 스마트폰? 문자? 세탁기? 전기?
문자가 발명된 이후로 교류가 활발하고 기록이 가능해지면서 인류사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기는 2차 산업혁명에 큰 영향을 미쳤고 세탁기는 여성들의 가사노동을 해방시켰다. 스마트폰은 온라인 접근 진입장벽을 대폭 낮춰 정보접근을 쉽게 만들었으며 모바일 쇼핑 거래는 매년 성장하는 추세다. 이 모든 것을 봤을 때 중요하지 않았던 것은 하나도 없다. 이 수많은 위대한 발명품에 앞서 원론적인 것이 있다. 바로 대다수의 사람과의 만남이 이뤄지는 곳, 도시다.
사람이 잘 모이지 않던 시절이 있다. 바로 수렵 시절이다. 이때는 어떤 특수한 목적(예를 들어 거대한 동물을 사냥해야 하는 등)이 아닌 한 공동체 생활보단 떠돌이에 유리한 소수단위(가족, 친척 등)로 지내는 게 여러모로 유리했다. 공동체가 꾸려진다 한들 몇백, 몇천 명 단위의 공동체가 형성되긴 힘든 시절이었다.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먹고사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여러 명이 모여있으면 의식주를 해결해야 하는데 집이나 옷은 어떻게 한다 하더라도 먹을 것은 나고 자라는 걸 먹기엔 오래 걸리고 사냥을 하자니 금세 씨가 말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농경시대를 의미 있게 보는 이유로 단체를 먹여 살릴 만큼의 식량보급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전엔 수요가 공급을 앞섰기 때문에 늘 식량이 부족했다. 하지만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면 잉여생산물이 나오게 되고, 점점 세분화되면서 전문가가 등장하게 된다. 이전까지만 해도 모두 수렵이나 농사에 매달려야 했다면 기술이 발전하면서 적은 인원으로 생계가 충족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도시가 탄생한다. 도시가 탄생하면서 각 분야의 전문가가 탄생한다. 예전에는 농사도 짓고 마을 보초도 서고 나무도 베고, 겨울을 날 옷이나 신발을 모두 한 사람이 했다면 이제는 각 분야별로 잘하는 것을 하고 물물교환을 하게 이른다. 점점 전문성이 짙어지고 서로 의존하는 관계가 된다.
도시는 융합로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서로 의견을 나누고 협력하고 교류하면서 수많은 상품을 생산한다. 그중엔 생필품 같은 것도 있고 예술품 같은 고부가가치도 있다. 서로 다른 분야의 사람을 만나면서 정신적 자극도 받는다.
세계적인 대문호 가인 헤밍웨이는 1921년 파리에 첫 발을 내딛는데 그전까지는 대부분 잡지사나 신문상에 기고하는데 그쳤다. 그러다 파리에 머무는 동안 멘토링과 협업을 하며 자신의 글쓰기 실력을 크게 향상하고 독특한 인맥을 쌓으며 대부호의 길을 걷는다.
스타인의 예술인 공동체로부터 도움을 받지 않았다면 그의 작품 활동은 잡지사 기고문 정도로 끝났을 것이다. 그랬다면 지금처럼 거의 모든 고등학교의 영어 수업 시간에 그의 작품이 등장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 <친구의 친구> 중
도시는 다양한 사람이 모여 사는 곳이다. 모여있기 때문에 다양한 교류가 생기고 다양한 이벤트가 발생한다. 세계적 기업인 애플이나 페이스북 사옥을 보면 고층 사옥이 아닌 낮은 사옥에 서로 교류할 수 있도록 내부 디자인이 설계되어 있다. 최첨단 IT 기업들도 재택근무가 아닌 사옥 근무를 고집하는 이유다.
문명이 발달하려면 많은 사람들 간에 생각의 교류가 있어야 한다. 도시는 생각이 교류하는 장소를 제공한다. 따라서 문명 발달에는 도시 형성이 필수적이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집에만 틀어박혀 게임만 하고 있으면 엄마가 살며시 다가와 등짝 싸대기를 때리며 '좀 나가서 사람 좀 만나고 해라'라며 윽박 주던 적이 있다. 엄마가 그랬던 이유를 생각해보면 그 모습이 답답해서도 있겠지만, 사람들을 만나 교류 좀 하고 자극 좀 받으라는게 아닐까 싶다. 지나친 비약일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사람과의 접촉면을 늘릴수록 좋다. 그러니 올해는 커뮤니티 활동을 좀 더 활발하게 해 보는 건 어떨까? 뜻밖의 우연은 여행에만 있는 건 아니다. 그리고 그 우연이 당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지 누가 아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