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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근 Jan 10. 2020

SNS는 내 인생을 가로막는 훼방꾼일까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나는 SNS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인 시각을 가졌다. 정확히는 온라인 활동의 대부분을 그런 시각으로 바라봤다. 툭하면 터지는 개인정보 누출 사건, 어색한 댓글 쓰기, 별로 친하지 않는데 친한 척해야 할 거 같은 분위기 등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덧글로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말싸움으로 번지는 것도 제법 목격했다. 아마 만나서 이야기했더라면 그 정도 오해까진 안 갔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SNS를 꺼려했다. 누군가는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 등을 통해 돈을 번다고 했을 때도 콧방귀를 뀌었다. 그런데 더 이상 SNS를 무시할 수 없었다. SNS에는 내 생각보다 훨씬 많은 순기능이 있었고, 내가 안 좋다고 편견을 갖는 사이 누군가는 SNS를 매우 유용하게 사용하며 더 크게 도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 누군가는 SNS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나에게 잘 드는 부엌칼을 주어진다고 해도 나는 그것을 제대로 사용할 줄 모른다. 요리를 못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너무 날카로운 칼날에 손이라도 베지 않을까 노심초사할 거 같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것일 수 있다. 가령 집에서 요리를 자주 하는 사람, 식당에서 음식을 만드는 사람, 요리를 배우는 사람 등 그들에겐 날이 잘 들어 재료를 쉽게 다듬을 수 있게 돕는 잘 듣는 칼이 좋을 것이다.


칼은 도구다. 칼날이 너무 세니 무디게 하자고 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날카로울수록 손을 더 쉽게 베일 수 있다.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더욱 조심해서 다룰 것이다. 하지만 조심히 다루는 것이라 하지 쓰지 말자고 하진 않는다. 하지만 SNS에는 그러지 않는다. 먼 사건이 터지면 하지 말자는 마음을 더 굳히게 한다. 하지만 SNS에도 순기능이 있다. SNS는 정말 빠르게 정보를 접할 수 있게 돕는다. 특히 업계 동향 같은 것은 그룹을 몇 개 가입해두면 최신 정보나 뉴스, 노하우 등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내가 워드나 한글을 켜서 어떻게 하면 이력서에 내가 한 행동들을 증명할까 하며 좁은 공간에서 오밀조밀 테트리스 하는 동안, 누군가는 대외활동 후 올린 사진이, 정보를 공유한 SNS가 뚜렷한 증거 역할을 해준다. 또한 열심히 활동하면 타인의 눈에 띄기도 쉬워 이직하려 할 때 이곳저곳 러브콜을 많이 받는 경우도 있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제안이다. 생판 모르는 사람을 이제부터 알아가자고 노력하는 것보다 이미 검증된 사람이 리스크가 적다. 이처럼 SNS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쓰는 사람도 있다. 



# SNS는 정말 우리 시야를 좁게 할까


요즘은 인공지능이 대세다. 인공지능이 부각되면서 가장 많이 체감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개인화가 아닐까 싶다. G마켓에서 행거를 잠시 살펴봤었는데, 몇 시간 뒤 검색할 일이 있어 찾아 들어간 블로그 광고에 행거가 있다. 처음에는 이것을 보고 소름 돋았다. 누군가 나의 정보를 마음대로 활용한다는 점이 감시당한다는 생각을 갖게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도 익숙해지니까 이젠 그러려니 한다. 오히려 때론 내 정보를 이용해 추천하는 상품이 이전에 사려다 잊었던 물건을 상기시켜 주기도 한다.


개인화는 정보를 편향되게 제공할 밖에 없다. 그래서 인 지평 향에 빠지기 쉽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다. 일단 인지 편향이 생각보다 쉽게, 빠르게 일어나지 않는다. 설령 인지 편향이 일어났다 하더라도 생각보다 금방 돌아온다. 사람이 그렇게 쉽게 변하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누군가 보여주는 것에만 노출되어 편견을 가진다는 논리는 조금 부족해 보인다. 그렇게 쉽게 빠져들 정도면 나의 의식 수준을 한번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잠깐의 노출로 쉽게 빠져든다면, 사기꾼이 들러붙으면 얼마나 쉽게 빠져들까?. 인간이 편협한 정보만을 섭취해 삶의 방향을 바꾼다는 이론은 예상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보내야 가능하다. 그런 것에 고민하기보다는 반대로 내게 잘 맞는 영상들이 무엇인지 잘 살펴보고 맞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게 더 유리하지 않을까? 무조건적인 회피는 오히려 발전을 저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SNS의 순기능은 예상보다 훨씬 크다. 그런데 몇 불편한 사건 때문에, 불미스러운 일 때문에 안 하기에는 오히려 좁은 시각을 가진건 아닐까 생각해볼 수 있었다. 잘 드는 칼이 요리할 때 좋은 것처럼, 좋은 도구일수록 나의 가치를 창출하는데 더 많은 효과를 내줄 수 있다. 그런 가능성을 무조건 나쁘다고 치부하고 안 한다면 그것이 더 큰 손해를 가져온다.


도구라는 것은 잘 쓰면 쓸수록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돕는다. (업종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순 있지만) 엑셀을 잘 다루는 사람은 잘 못 다루는 사람보다 업무 효율이 높다. 업무효율이 높기 때문에 똑같은 시간이 주어져도 한쪽이 일을 더 많이 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누군가는 빨리하고 잘해봤자 일만 더 많이 들어와서 나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회사가 힘들면 가장 먼저 잘리는 것이 생산성이 안 나오거나 성장하지 않는 사람이다. 도구는 어떻게 쓸까 고민해야 하는 것이지 쓸까 말까 고민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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