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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근 Jan 15. 2020

글은 여전히 권력이 될까

불과 1~200년 전만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글을 읽을 줄 몰랐다고 하면 상상이 될까? 지금도 교육 수준이 낮은 개발도상국 가는 문맹률이 높은 편이다. 1999년 기준 남아시아(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의 문맹률은 46% 였고, 남부 사하라 지역은 39%로 추정된다. 당시 유럽과 중앙아시아는 3%로 추정되는데 반해 10배나 높은 수치다.


중세의 성경은 신부들 외에 읽을 수가 없었는데, 대부분 라틴어로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의 말씀을 듣기 위해선 신부라는 중간자가 없으면 불가능했다. 신이 중요한 위치로 자리 잡고 있던 시절, 교회가 절대권력을 가질 수 있던 이유기도 하다. 마틴 루터의 종교개혁을 중요한 사건으로 보는 이유 중 하나는 라틴어로 되어있는 성서를 독일어로 해석한 성서의 대중화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책을 쥐어준다는 의미를 넘어 소수에게만 집중되었던 권력을 대중에게 널리 퍼트렸음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구텐베르크의 인쇄술도 한몫했다. 책 한 권이 농장 몇 개의 가치를 했던 것이 인쇄술 혁명으로 책값을 현저하게 낮추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당시 문자는 극히 일부 특권층의 권력의 근원이었다.(...) 성경책 한 권의 가격은 작은 농장 열두 개 정도의 가격이었다. (...) 과거 대부분의 사람은 글을 쓸 수 없는 문맹이었다. 따라서 성경책의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그림이나 조각이 사용되었고 성경책 속 일화가 그려진 스테인드글라스는 일종의 극장처럼 컬러 시청각 자료를 제공해주는 도구였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요즘은 글이 넘치는 시대다. 인터넷 혁명 덕분에 수많은 정보가 인터넷으로 공개되어 있고, 우리는 언제든 접근하여 볼 수 있다. 몇몇 보안이 강한 문서는 아직도 접근이 힘들지만 대다수의 문건이 책이나 종이에서 디지털화되고 있는 중이다. 기업의 재무제표를 확인하고 싶으면 DART 사이트에 가서 확인할 수 있으며 경제정책정보는 KDI경제정보센터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이처럼 다양한 정보를 이전보다 훨씬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게 요즘이다.


한국은 문맹률이 2008년 발행한 국립국어원 기록에 따르면 1.7%로 대다수 60~70대에 근거했다(문해율과는 다름). 대다수의 국민이 글을 읽고 쓸 줄 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후 스마트폰의 보급화와 인스타그램 같은 플랫폼의 등장으로 현대는 글을 보고 쓸 수 있음에도 다양한 이유로 이미지와 영상을 많이 활용한다. 그리고 누군가는 플랫폼을 이용해 새로운 권력을 획득하고 있다.


요즘의 권력은 타인의 인기에서 오기도 한다. 물론 기존 권력 역시 존재한다. 두 개의 권력은 서로 다른 차원으로 존재한다. 이전까지 권력은 중요한 기밀을 숨기는데서 왔다면 새로운 권력은 존재감을 드러내고 타인에게 영향을 끼치는데서 온다. 인플루언서의 등장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글을 쓰거나 독점할까? 오히려 정 반대다. 영상을 많이 이용하고 많은 것을 공개하면서 인기를 얻고 권력을 갖는다.


그렇다면 여전히 글은 권력이 될까? 한 가지 유추해 보자면 글은 정보전달의 한 수단일 뿐이고, 정보는 때에 따라 숨길 때, 혹은 드러낼 때 권력을 획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21세기 원유는 데이터'라고 한 가트너의 말이 실감되는 순간이다. 글보다 정보전달에 유리한 이미지와 영상에 열광하는 것은 어쩌면 본능적인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정보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정보를 이해하는 능력이다. 정보는 나에게 꼭 필요한 형태로 제공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것을 재가공하여 내게 유리한 쪽으로 올바르게 해석할 줄 알아야 한다. 데이터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행동 가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처럼 정보가 넘치는 시대엔 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해석하는 것이 또 다른 능력을 갖게 한다. 여전히 정보는 권력이 될 것이고, 정보를 이해하는 능력은 더욱 중요시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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