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덕근 Mar 23. 2020

개성보다 중요한 것

개성을 이야기하는 시대. 저마다의 방법으로 나만의 개성을 드러낸다. 그중 누군가는 대중적인 장소인 SNS나 블로그, 유튜브를 통해 알린다. 그리고 다수의 사람들은 그들의 콘텐츠를 소비한다. 그중 누군가는 따라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머무는가 하면, 누군가는 시도한다. 그리고 그중 극소수만이 성공한다.


잘 나가는 유튜버, 블로거들은 그들만의 개성이 있다. 그 개성에 맞게 자신의 콘텐츠 채널을 꾸린다. 소비를 잘하는 사람은 소비를 잘하는 방법에서부터 시작해 관련 콘텐츠(리뷰, 소개, 연결 등)를 생산하고 제공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성공 노하우가 개성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남들과 똑같다면 내 채널을 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는 사람도 있으며, 실제로 그들의 말에는 틀린 점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의 온도는 조금 다르다. 취업준비생들에게 개성을 가지라고 하면 '무슨 소리냐'라는 핀잔을 들을게 뻔하다. 기본적으로 취업준비생과 기업의 입장은 갑과 을의 관계다. 즉 잘 보여야 취업에 유리하다는 의미다. 고령화가 되면 일할 사람이 압도적으로 부족해져서 기업을 골라간다는 말이 있지만 너무나 먼 이야기일 뿐이다. 당장의 현실은 적은 일자리와 그 안에서 경쟁해야 하는 구도다.


때문에 나의 개성을 갖는 것에 노력하기보단 어떻게 타인의 눈에 들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현실이다. 나에게 맞는 핏을 찾는 것보다 세상에 원하는 상에 내가 들어가는 게 좀 더 자연스럽고 익숙하단 말이다. 그럼 앞으로도 나는 줄곧 세상이 원하는 상에 맞춰야 하는 걸까?


회사에 들어갈 때는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으로 탈바꿈 하지만, 회사에서 일을 잘하게 되고 점정 중책을 맡게 되면 구도가 조금 달라지게 된다. 물론 어떤 중책을 맡는다 하더라도 직원은 타인으로 대체 가능하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변하는 것이 하나 있다면 내 목소리를 낼 수 있고, 그걸 들어주는 사람이 생긴다는 점이다.


하지만 여기에 조건이 있다. 일을 잘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다. 그리고 조건이 하나 더 있다. '타인에게 인정받을 만큼'잘해야 한다는 점이다. 개인 만족 수준에서 잘하는 것도 개인의 자존감을 올리는데 도움을 주겠지만, 결국 타인이 인정할만한 의미있는 행동을 했느냐 라는 관점이 중요하단 뜻이다. 나 혼자 잘해서는 자기 위로에서 끝난다. 하지만 내가 잘함으로써 팀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 영향력은 배가된다.


즉 타인에게 얼마나 영향력을 끼치는가에 따라 우리의 가치는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그 기본에는 당연히 잘하는 것이 전제되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개성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관찰해보면 기본기가 대체로 튼튼한 사람이라는 공통점에 도달한다.


타인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사람은 다른 회사에서도 탐내는 인재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나만의 개성을 가져야 한다는 말을 다시 돌아보면 내 맘대로 하라는 의미가 아닌 개성을 가지면서 동시에 타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전문성을 갖추라는 말을 의미하는 듯하다. 실력과 개성 중 어느 것이 우선이다라고 콕 짚어 말할 순 없지만 실력이 없으면 개성도 불분명하다. 초밥은 과일칼로도 만들 수 있지만, 맛있는 초밥을 만드는 장인이 과일칼로 회를 썬다는 말은 들어본적이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대기업 스카웃 제의를 거절하는 그의 삶은 무엇이 다르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